생각이 살아있는 창의적인 초등 역사 수업 만들기, 두 번째 이야기

[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이윤정 서울봉화초 교사
이윤정 서울봉화초 교사

[에듀인뉴스] 한 때 SNS에 ‘What’s in my bag?’ 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사진들을 올리는 것이 유행일 때가 있었다. 본인의 가방 속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런히 모아 둔 사진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가방 속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취향이나 개성을 알 수 있었다는 거다.

때마침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고, 우리나라 근대사에 대해 한참 수업을 하고 있던 차였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살펴보면 <일제의 침략과 광복을 위한 노력>이라는 단원은 ‘인물의 활동’을 중심으로 내용을 이해하게끔 되어 있다. 때문에 나라를 지키고자 노력한 인물들의 활동을 조사하고 파악하여 나라를 되찾기 위한 노력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이해해야 한다.

묘하게 ‘What’s in my bag?’ 사진과 연결되는 지점이 보였다. ‘독립 운동가들의 가방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언뜻 떠올랐다.

A학생이 비주얼씽킹한 윤동주 시인의 독립운동가방.(사진=이윤정 교사)
A학생이 비주얼씽킹한 윤동주 시인의 독립운동가방.(사진=이윤정 교사)

이 질문으로 비주얼씽킹을 하기 위해서는 가방 속에 있는 물건을 상상해야 한다. 가방 속에 있는 물건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독립 운동가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알아야 하고, 그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조사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과 교과서에 등장하는 독립운동가들 중 한 사람을 선정해 조사했다.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비주얼씽킹을 시작했다.

주제는 ‘독립운동가의 가방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이다.

학생들은 가방 속에 물건을 담기 위해 독립운동가가 처한 상황과 역할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나름의 이유를 들어 가방 안에 물건을 담았고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했다. 역사적 상상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쭉 학생들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다들 담은 물건들이 굉장히 비슷했다. 아마도 조사한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표현한 내용도 비슷한 듯 보였다.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내 안에는 학생들의 생각이 조금 더 표현되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아, 그렇다면 ‘학생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질문으로 발전시키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대상을 독립운동가에서 학생들로 이동시켰다.

“만약 내가 ‘독립운동가’였다면 내 가방 속에는 어떤 물건들이 있었을까?”

[수업 단계]

▶독립 운동가들이 어떤 방법으로 독립 운동을 전개했는지 알아보기

▶ 내가 어떤 유형의 독립 운동가였을지 상상해보기

▶내 독립 운동 가방에는 어떤 물건들이 들어있을지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기

▶친구들과 돌아가며 발표하고 공유하기

C 학생의 독립 운동 가방.(사진=이윤정 교사)
C 학생의 독립 운동 가방.(사진=이윤정 교사)

결과는 참 재미있었다. 학생마다 각자의 독립 운동 방식이 있었고 생각이 있었다.

예를 들어, 글을 써서 독립 운동을 하겠다는 학생도 있었고, 만세 운동을 하겠다는 학생도 있었고, 총과 칼로 직접 맞서 싸우겠다는 학생도 있었고, 저 먼 타국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독립 운동을 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 학생 가방에는 ‘가족사진’이 있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툴툴거리고 관심 없는 척해도 역시나 가족이 가장 소중한 존재로 아이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학생들의 작품을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도 했다. 왜 이 물건이 들어있는지, 어떻게 독립 운동을 전개할 생각인지 등등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D 학생의 독립 운동 가방.(사진=이윤정 교사)
D 학생의 독립 운동 가방.(사진=이윤정 교사)

늘 생각하는 거지만 비주얼씽킹 수업을 가장 비주얼씽킹 수업답게 만드는 활동은 공유 활동이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발표를 들으면서 배우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생각이 확장되려면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필요로 한다. 공유 과정은 그걸 돕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이 돋보이는 활동을 할 때면 꼭 비주얼씽킹을 활용한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글보다 그림이 훨씬 매력적이라 학생들이 덜 지루해한다는 장점이 있다.

독립 운동가의 활동을 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학생 스스로가 독립 운동가라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야 말로 배움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이지 않을까?

더 많은 선생님이 이러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선물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