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거침없이 교육’은 ‘나’의 입장에서 본 ‘교육’을 ‘거침없이’ 쓸 예정이다. 글은 자기중심적이고 편파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글 중에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편파적이지 않은 글이 얼마나 될까? 객관적인 척 포장할 뿐이다. 차라리 나의 편파성을 공개하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 잘 될까 모르겠다. 다루는 내용은, 교육과 관련된 거라면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비판적 시각에서 쓴 교육제도, 교육정책, 교육담론, 교실 이야기 등에 나의 편파성을 실어 나르리라.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에듀인뉴스] 진보지식인 자녀의 특목고 입학 또는 졸업이 뭐가 문제일까.

대개의 진보지식인은 특목고에 대하여 부정적이다. 특목고 폐지론자이거나, 적어도 이대로 두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진보지식인은, 부자보다 가난한 자, 기득권 세력보다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사회를 개혁 또는 변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발언한다.

다소 거칠게 요약했지만 핵심만 얘기하자면 그렇다. 그런 그들의 자녀가 일종의 현대판 귀족학교라 할 수 있는 특목고에 다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그런 생각의 흐름은 자연스럽다.

이 문제에 대해 가장 근본적으로 비판적 발언을 해 온 사람은, 어린이만화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이다. 다음의 말이 그의 생각을 압축한다.


“보수적인 부모의 교육 목표는 아이가 일류대 학생이 되는 것이다. 진보적인 부모의 교육 목표는 아이가 진보적인 일류대 학생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일찍이, 진보 엘리트들의 위선을 꼬집었다. 시장주의 교육을 욕하면서 제 아이의 시장 경쟁력은 알뜰히 챙기는, 이른바 ‘강남좌파’들의 위선. 생활수준은 중상류층이면서 의식은 진보적 이념으로 무장했다고 자부하는 그들의 허위의식.

그런 진보 엘리트들의 허위의식은 정말 실재하는가? 실재한다. 그렇다면 누가 있는가? 그런 인물들은 생각보다 꽤 많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딸은 용인외고를, 조국 전 민정수석의 딸은 한영외고를, 조희연 현 서울시교육감의 장남은 명덕외고, 차남은 대원외고를,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아들은 용인외고를 나왔다. 대라면 더 댈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인물들은 모두 특목고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했거나 평소 사회에 진보적 발언을 적지 않게 해온 사람들이다.

무언가 착잡하다. 이 사람들이 평소 해오던 말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배신감이 든다.

진보인사라고 하는 사람들 치고 아이를 일찌감치 외국 유학 보내거나 특목고 보내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당신들 말 순진하게 믿고 경쟁교육 피하다가 나와 내 아이만 바보 됐다! 이런 원성을 들어도 크게 할 말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아이가 특목고를 가지 않기를 바라는데, 본인이 간절히 가고 싶다고 하면 어쩔 텐가? 부모의 그 거룩한 신념과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해, 못 가게 할 텐가? 그게 과연 올바른 일인가?

물론 나는 위에 언급된 인사들이, 모두 자녀의 간절한 의견을 존중해 마지못해 외고를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말에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애써 무시하거나,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서 그랬을 뿐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만약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서 그랬다 하더라도 그들은 최소한 변명 비슷한 거라도 했어야 했다. 혹 자신의 불찰이 있었다면 사과도 마땅히 했어야 했다. 그들은 단순한 사인(私人)이 아니라 공인(公人)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일정한 영향력을 끼치는 지식인, 또는 정책입안자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회적 발언에 대한 일관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고, 이 경우엔 이 일관성이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위 네 사람에 한해서 말하자면,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한 사람, 자신의 입장을 밝힌 사람은 조희연 교육감 한 명 뿐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출범 초기부터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췄다. 그런 그의 아들 두 명 모두가 외고 출신이다. 외고 폐지와 관련해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에 그는 그래도 최소한 이렇게 얘기했다.


“제 아이들이 외고를 나온 것이 비록 과거의 일이고 부모로서 아이들 선택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었던 면이 있다. 하지만 교육감으로서 공적책무를 다해야 하는 입장에서 매우 무겁고 불편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비판하시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느낀다.”(<두 아들 외고 졸업 조희연 '이중행태' 비판에 "송구합니다">, 연합뉴스, 2017년 6월 27일자 기사 참조)


반면,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 2017년 7월 20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현 외고, 국제고, 자사고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지만, 자신의 딸이 외고에 간 것에 대한 해명 또는 사과 같은 건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유시민 전 장관은 딸이 외고를 간 것을 밝힌 후, “딸에게 (재학) 당시 '학교 어떻냐'고 물어보면, 딸은 '보내줘서 감사하다. 너무 좋다'고 말했었다”며 “졸업 이후 똑같은 질문을 하니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딸이 '외고가 좋은 학교인 것은 맞지만 왜 일정 학생들만 (교육을) 받냐. 모든 학생이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투로 말했다”고 밝히며, 딸의 말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삼았다.

맥락상 딸이 보내줘서 감사하다고 한 걸 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딸을 외고에 ‘보냈다.’


2006년, 유시민 전 장관이 국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할 때에도, 딸이 오랫동안 독일에 살아 독일어에 재능이 있어 “기숙사비와 식비, 수업료 등으로 한 달에 100만원이 들어 무리가 되지만, 아버지로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걸 보면, 그 사실이 더 명확해 진다(<정형근이 살짝 건드린 '유시민 사상검증'>, 오마이뉴스, 2006년 2월 7일자 기사 참조).


그는 외고를 가고 싶은 딸의 의견을 존중해 딸을 외고에 가게 한 게 아니라, 아버지의 판단으로 그게 아이에게 더 좋을 것 같아 외고에 ‘보낸’ 것이다.

그는 그런 식의 특목고 체제가 ‘소수의 학생들만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 데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놓고는 ‘소수의 학생들만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외고에 그의 딸을 보냈다, 그 모순된 상황에 대해 그는 일언반구도 없다.

그런 상황이 이해 안 가는 바는 아니다. 누구나 유시민 전 장관과 같은 상황이라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아이를 외고에 보내 좀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했을 것이다.

마침 언어적 특기도 있고 그 특기를 무기삼아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앞서가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건 부모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그는 한국 사회의 진보지식인이며(물론 그가 ‘진보’인지에 대한 이견은 있다) 공인이다. 한 때(어쩌면 지금도) 아주 잠깐이지만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사람이다.

보통 사람과 같아서야 되겠는가. 최소한 자신의 모순된 말과 행동에 대해 해명이나 사과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진보지식인 되기 참 힘들다. 진보지식인만 아니었으면 크게 문제될 일도 아닐 텐데 말이다. ‘진보’ 자만 떼면 참 편해질 수 있다. 그들에게 편해지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