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30분, 59학급, 1843명 그리고 11억원..."과대학교 행복 교육급식을 위해 나아갈 길"

조민정 파주 산내초등학교 영양교사
조민정 파주 산내초등학교 영양교사

[에듀인뉴스] 7시 30분, 59학급, 1843명 그리고 11억….

나의 출근시간, 우리학교 학급 수, 급식 인원 수 그리고 영양교사 혼자서 집행해야 하는 1년 예산규모다.

초등학생 1679명, 교직원 100명, 유치원 64명을 합쳐 총 1843명에게 매일 학교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급식실 좌석 수 760석, 매일 3회전의 급식이 진행된다.

우리 학교는 59학급이다. 43학급 이상의 큰 학교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교감 선생님도 2명, 보건교사도 2명이지만 영양교사는 1명뿐이다.

아침 7시 40분에 검수를 시작, 9시30분이 되서야 마무리 된다. 11시 30분에 유치원 급식시간 식생활 지도를 시작으로 3회전 급식이 마무리 되는 시간은 2시 30분이다.

매일 3시간씩 12명의 조리실무사들을 지도하며, 1843명의 급식을 진행하는 내내 마음속으로 ‘오늘도 무사히’를 간절히 기도하며 무척 긴장해있고, 매일매일 계속되는 업무로 인해 얻는 것은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로 인한 만성 방광염이다.

검수시간은 2배, 배식시간은 3배, 급식기기 사용 빈도 수도 다른 학교와 비교해보면 2~3배 이다 보니 고장이 잦다.

업무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매일 해야 하는 급식관련 행정업무처리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야근을 해야 하고, 야근을 할 수 없는 날이면 퇴근 후 집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제대로 점심 먹을 시간이 거의 없다. 매일 1843명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최선의 영양급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나를 위한 점심시간은 5분 정도나 될까?

3시간 정도 전교생에게 급식 및 식생활 지도를 하기 위해 쓰러지지 않으려고 억지로 밀어 넣어 최소한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정도다.

조리실무사도 12명이나 되다 보니 조리실무사 인력 관련 업무도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 대체인력을 구하는 일은 영양교사의 중요업무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교육청 대체인력풀 명단을 보고 일일이 전화를 돌려 대체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교육청 대체인력풀에서 일할 수 있는 분을 구하면 아주 행운이다. 하지만 대부분 인력풀에서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이 학교 저 학교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사람을 구해야 할 때가 많고, 한 명의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급식이 끝나고 조리실무사를 비롯하여 학교의 모든 교직원들이 퇴근을 하지만, 내가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날은 1년 중에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혼자서 11억에 가까운 예산을 계획하고, 품의하고, 발주하고, 검수하고 또 정산까지….

11억 정도면 웬만한 학교의 1년 예산일 것이다. 그리고 그 예산은 교직원 전체가 나누어 처리하지만, 급식에 대한 업무는 학교에 1명뿐인 영양교사가 혼자 다 처리해야 한다.

59학급의 영양교사는 나 혼자이기 때문에 한 학기 영양·식생활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벅찰 수 밖에 없다. 영양수업의 경우에도 특성상 실습과 연계한 수업이 많다 보니 수업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급식인원이 2000명 가까이 되다 보니 급식에 대한 민원, 알레르기 및 아토피, 장염 등으로 개인 영양상담 등 관리해야 하는 학생 및 학부모, 교직원도 많다.

2019년 기준 전교생의 5%인 87명에 대해서 식품알레르기 관리를 했다. 올해는 6.6%로 증가하였고 비염 학생까지 합하면 11%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식품알레르기 관리가 필요한 학생들 중에는 유아와 1~2학년 초등학생들이 많다. 보리쌀을 먹으면 두드러기 반응이 난다고 관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식생활은 가정과 연계한 교육이 매우 필수적이고 중요하므로 식품 알레르기 학생과 학부모와의 상담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87명에 대해서 일일이 영양상담을 진행하고, 학교급식을 맞춤형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1명뿐인 영양교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46학급에서 근무하는 후배 영양교사가 “급식이 무사히 마무리 되는 것을 보고, 오후에 급식 행정업무를 시작, 매일 9시가 넘을 때까지 야근을 했다. 하루는 너무 졸려 잠깐 쉬려고 눈을 감았는데 일어나 보니 다음날 아침이 되어 있어 너무 무서웠다”고 나에게 하소연 했던 일이 생각난다.

30년차 교육경력의 나도 59학급을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운데, 저경력자 영양교사들은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나는 학생들을 보면서 없던 힘을 내 급식 업무와 영양·식생활 교육을 진행한다.

영양·식생활 교육은 급식을 통한 식생활 교육, 아이들과 직접 만나 수업하는 영양수업, 영양상담을 통한 편식교정, 학부모 연수, 교직원 연수를 통해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실천 교육이다. 영양교사에게 매우 중요한 업무일 뿐더러 조리실무사, 교직원, 학부모에게도 건강급식의 필요성을 교육하고 공감시켜야 한다.

59학급, 매일 1843명에게 급식을 제공하며 가슴 졸이며 생활하지만, 지금의 나의 희생으로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우리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아프면 쉬세요!”라고 하지만, 영양교사는 절대로 아프면 안 된다. 학교에 1명뿐인 영양교사가 아프면 학교급식의 공백을 채워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매일 2000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영양교사는 책임감과 의무감에 하루하루 가슴을 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