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일, 신년 기자회견을 연 도성훈 인천교육감.(사진=지성배 기자)
1월8일, 신년 기자회견을 연 도성훈 인천교육감.(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 현재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학교구성원 인권증진조례’는 타 시도의 ‘학생인권조례’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학교구성원’은 학생, 교직원, 보호자를 의미하며 이들에게 모두 필요한 권리 보호적 조례를 명시하고 있으며 본 조례 제정의 목적 또한 모두를 위함이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례에는 문제점이 많다.


1. 다양한 주체를 포함함으로써 이도 저도 아닌 조례가 되었다.


학교구성원 인권증진조례안을 학생 인권의 측면에서 먼저 살펴보면, 타 시도의 학생인권조례안과 비교하여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교육적 목적의 활동을 제외한 강제노동의 금지, 성 정체성 및 성적 지향의 자유, 소수자 학생의 권리 등의 내용이 모두 생략되어 있다. 

현 조례안에 포함되지 않은 조항들은 학생 인권의 보호, 아니 한 사람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 꼭 필요한 내용이다.

성 소수자와 관련하여 이들을 비난하고 차별할 권리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의 낙인과 차별로 인해 청소년 성 소수자는 심리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고 있으며,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나 기관이 없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점이다. 

이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에 이 내용을 포함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조차도 무의미하다. 또한, 교직원의 입장에서도 ‘학교구성원 인권증진조례’는 교직원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들을 모두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들과 같이 수정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인천지부에서 검토 의견서를 제출하였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생 인권, 교직원 인권 그 무엇 하나 똑바로 보호하지 못하는 조례안은 무용지물이다. 


2. 보호자는 학교의 주체가 아니다.


‘청소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는가. 대부분 ‘보호’라고 대답한다.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로밖에 보지 않는 이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쩌면 대학생이 되어서도 보호자의 그늘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할 때에도 논란은 많았다. ‘학생들은 아직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 ‘너무 어리다’ 등 학생들에게는 무언가를 선택하고 경험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 기회를 빼앗아 보호자에게 기대게끔 한다. 학생들은 아직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고, 미숙한 판단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본인만의 가치관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초등학교의 경우 예외적인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조례안에서까지 학교의 주체로 보호자를 인정하고 자치권을 부여한다면 영원히 학생들은 미숙한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학생들은 스스로 자치활동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한다. 


3. 교직원, 학생의 목소리를 담지 않은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


이 글의 제목을 보고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가 무엇이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나조차도 이 조례안이 기획되고 있는지 알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인천의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는 공론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음과 동시에 조례안의 주체인 학생과 교직원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조례 제정을 위해 학교인권조례 제정 추진단(TF)을 운영하였다고는 하지만 모두 위촉직이며 학생소위원회에는 초등학생 1명, 중학생 1명, 고등학생 2명이 전부이다. 

이 추진단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현재 나온 조례안만 보면 그다지 논의가 잘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 조례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토론회나 간담회 없이 소수의 사람들의 의견으로 조례를 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지부(추진모임)는 현재 문제점이 많은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에 반대하고 제대로 된 ‘학생인권조례’ 혹은 ‘청소년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