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력 발전을 이용한 자전거 전조등(체인라이트)를 만들어 10월 31일에 열린 제1회 소셜캡스톤디자인경진대회 예비대학부 과정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꿈의학교 학생들.(사진제공=이은진)  

[에듀인뉴스] 여러분들은 적정기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안기술’, ‘지속가능한 기술’ 등으로 알고 있을 수 있지만, 저희는 적정기술을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술에는 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을 사용할 사람들의 얼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술을 통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태양력 발전을 이용한 자전거 전조등(체인라이트)를 만들어 10월 31일에 열린 제1회 소셜캡스톤디자인경진대회 예비대학부 과정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작년 1월 학교 선배님들은 우간다에 봉사활동을 갔고 거기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우간다의 밤길에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여름, 한국에 태풍 링링으로 인해 학교 건물이 정전되어 밤에는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이 두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선배님들은 리터 오브 라이트 오픈소스 기반의 대나무 손전등을 만들었습니다. 선배님들의 연구를 참고하여 저희는 자전거 전조등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빛이었을까요? 

우간다 BAP(Bicycles Against Poverty) 캠페인. (사진제공=이은진)

우간다에서 몇 년째 거주하며 농장과 양계장을 운영하시는 한 선교사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우간다는 천둥번개가 많아 정전이 자주 발생해 전력 시설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전기의 부재는 생활 속 불편함을 넘어 치안과도 관련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밤에도 빛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도구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한 가지 질문을 더 생각할 것입니다. 왜 하필 자전거일까요?

우간다에는 BAP(Bicycles Against Poverty)라는 캠페인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빈곤에 맞서는 자전거’라는 의미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할부해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자전거를 통해 공간의 제약을 줄이고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빛과 자전거를 결합한 자전거 전조등(체인라이트)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물리적으로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지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태양력을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자전거 전조등을 제작한 과정은 이렇습니다. 일전에 선배들이 만든 대나무 손전등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1차 프로토 타입 제작 과정에서는 먼저 재료가 될 대나무를 자르고 손질합니다. 

그리고 회로를 구성하고 브레드보드에 태양광 패널과 건전지, LED 전구와 스위치를 함께 연결합니다. 효율을 위해 레이아웃에 보이는 것보다 작은 브레드 보드를 사용하였고 앞선 샘플 제작 후 시연 당시 LED 전구 하나로는 발밑을 비추는 게 고작이었기 때문에, 그보다 더 큰 LED 전구를 두 개 연결했습니다. 그러나 합선 문제로 인해 1차 프로토 타입은 실패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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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로 LED 전구를 고정하고 빛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3D펜으로 고정했다.(사진=이은진)

그 뒤를 이은 2차 프로토 타입에서는 열수축 테이프를 활용하여 이러한 합선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내부에 호일을 감싼 페트병에 집어넣어 빛의 분산을 막았습니다. 

그러나 실수로 전구를 페트병에 먼저 넣어버리는 바람에 뚜껑을 못 쓰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임시로 LED 전구를 고정하고 빛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3D펜으로 고정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선이 밖에 튀어나와 빗물 등에 의해 고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병이 자전거 핸들에 고정된 형태라 빛의 방향을 바꿀 수 없고, 탈부착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만일 체인 라이트가 고장난다면, 원활한 수리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자전거 전조등의 마지막 버전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을 바꿨습니다. 먼저 탈부착을 가능케 하기 위해 버려진 고무에 구멍을 뚫어 시계줄처럼 전조등을 고정하고, 눈에 훤히 보였던 회로들을 대나무통 안에 집어넣어 누수 등으로 인한 고장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이 몸체와 고무를 부착해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이렇게 완성된 자전거 전조등이 완성에서만 끝난다면 의미가 없겠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만약 이 기술이 우간다에서 사용된다면, 밤에 체인라이트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농장을 순찰하며 농작물을 보호하고 치안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BAP 캠페인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야간에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수단이 될 것입니다. 태양광 발전 방식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며 사용하는 재료도 버려진 페트병, 폐고무, 대나무 등 현지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자전거 전조등은 환경성과 경제성,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우간다에 최적화된 제품입니다. 왜냐하면 이 제품에는 우간다의 도심 밖,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얼굴’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이 ‘적정기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자전거 전조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무렵 우간다에 계시는 선교사님과 화상통화를 했을 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이곳은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옛날 우리나라처럼 학비를 낼 돈이 없어서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맨 채로 학교 정문 앞에서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너무 가난한 나머지 꿈조차 꾸지 못하는 그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습니다. 바로 적정기술을 통해서요.” 

솔직히 이 전조등 하나로 그분들이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바라는 것은 그들에게 꿈꿀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대신 꿈을 꾸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간다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이 우간다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적정기술을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이 적정기술이 어떤 대단한 결과물을 가져오진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웃일지도 모르는 또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진 기술로 그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행동인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깨달게 되었습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에서 넘어서 이 세계에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또 다른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마음 한켠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왼쪽 상단부터 꿈의학교 고2 김지후, 김현진, 이동주 왼쪽 하단부터 주민서, 채윤서, 황예린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