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이형식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 수원 매원중 특수교사
이형식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 수원 매원중 특수교사

[에듀인뉴스]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한 중학교의 교실. 마침 장애이해교육을 준비하고 있던 나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에서 팁을 얻기 위해 교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돌아본 교실에서 학생들은 잠을 자거나 친구와 떠들고 있었고, 교사는 너무 소란스럽다고 느껴질 때 한 번씩 “○○야, 일어나서 방송 봐라!”라고 말하며 밀린 업무를 하거나 상담을 하였다.

다른 법정교육이나 범교과 교육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의 요구로 진행되는 교육시간이 학생에게는 자유시간이 되고, 교사에게는 밀린 일이나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상담을 하는 시간으로 바뀐 것을 보며, 내가 하게 될 장애이해교육도 ‘장애이해’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매년 교육부는 삼성화재와 장애이해 드라마를 제작해 학교에 보내주고 있다. 드라마에는 학생에게 인지도 있는 연예인이 출연하고 있어, 학생들은 자지 않고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보통 학생들은 드라마를 보고 “재미있었어요”, “남자 주인공이 제 스타일이에요!” 등의 소감을 내게 말해주곤 했는데, 잠을 자지 않고 드라마에 집중하는 학생이 기특했지만, 학생들의 소감에는 알맹이라 할 수 있는 ‘장애이해’가 없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 만들어주고 있는 자료를 잘 활용하면서도 학생이 장애이해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였고, ‘장애인권비주얼씽킹대회’를 운영하게 되었다.

대회를 운영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연초 학교 교육과정을 계획할 때, 4~5교시 두 시간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으로 확보한 것이었다.

중학교 한 교시 수업은 45분이고 드라마 길이는 대략 50분 정도였기 때문에, 학생이 4교시에 이어 방송을 끝까지 볼 수 있도록 드라마를 점심시간에도 방영하였고, 5교시에는 비주얼씽킹 활동을 하였다.

대회 시작 일주일 전에는 학급별 게시판에 대회 기간과 준비물 등이 안내된 홍보자료를 부착하였고, 하루 전에는 메신저로 담임 선생님들께 종례 때 다시 안내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장애인권 비주얼씽킹 대회 진행하기>

1. 학기초 교육과정 계획 단계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2시간 확보하기

2. 비주얼씽킹 대회 교육과정 운영 예시 방법

4교시: 장애이해 드라마 시청하기(점심시간도 일부 활용)

5교시: 장애인권 비주얼씽킹하기

대회 운영 첫 해에는 시각장애 관련 장애이해 드라마 ‘퍼펙트 센스’를 보고 비주얼씽킹 활동을 하였다.

당초 계획했던 대로 4교시에는 드라마를 시청하였고, 5교시에는 각 교과 선생님의 임장지도 하에 학생들은 비주얼씽킹을 하였다.

학생들은 비주얼씽킹에 대한 안내지와 활동지를 1장씩 받았다. 안내지에는 비주얼씽킹은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생각과 관련 없는 그림을 예쁘게 그리거나 많이 그리는 것보다 핵심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그림이 중요하고, 색깔이나 글로도 시각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학생의 작품 2편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학생은 시각장애인을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섬세하고 따뜻한 다른 감각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하였다. 생각, 언어, 신체 등으로 소통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종이 한 컷에 모두 그려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다른 학생은 저층 주택과 고층 빌딩이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같은 점처럼 보이는 것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절대자가 봤을 때 평등하다는 것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였다.

학생의 공간을 뛰어넘는 사고와 천부인권에 대한 창의적 표현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완성된 학생의 작품은 교과 선생님이 담임교사에게 전달하였고, 담임교사가 그중 10편을 선정하여 특수교사에게 제출하였다. 그리고 특수교사는 내용, 표현, 공감 등의 채점기준표에 따라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장애인권비주얼씽킹대회를 운영한 첫 해라 그런지 아쉬운 부분이 계속 생각났다.

활동지에 비주얼씽킹의 개념과 절차를 간단하게 안내했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라는 문구가 막연하게 느껴졌던 것 같았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비주얼씽킹이 뭔지, 어떻게 하는 건지 많이 묻더라고요”라는 말을 내게 전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비주얼씽킹대회는 드라마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학생들이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나에겐 장애를 바라보는 학생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