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3. 이공계 공부의 확대 강화④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대구예담학교는 예술·체육 진로를 희망하는 일반계고 학생들의 꿈을 지원하기 위해 2014년 국내 최초 예술교육 위탁 전담기관으로 설립되었다. 대구예담학교 학생들이 밴드를 구성, 음악적 소양을 기르는 모습.(사진=지성배 기자)
대구예담학교는 예술·체육 진로를 희망하는 일반계고 학생들의 꿈을 지원하기 위해 2014년 국내 최초 예술교육 위탁 전담기관으로 설립되었다. 대구예담학교 학생들이 밴드를 구성, 음악적 재능을 키우는 모습.(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 대구에는 ‘대구예담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주로 문이과를 가르치는 대구 시내 진학계 고교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이과가 아닌 예술과 체육 분야 진로를 가진 학생들은 이 학교에서 1년간 위탁 교육을 받아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자기 기량을 연마한다.

이 학교는 방과 후, 주말반, 방학반도 운영하여 기존 학교와 달리 학생들의 시간적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서울의 아현직업학교는 서울시내 진학고 학생 중 직업세계로 나가려는 학생들에게 직업준비교육을 제공한다.

이 학생들은 처음부터 특성화고를 갔어야 하는데 고3이 되어 이 학교로 등교하며 직업기술교육을 받는다.

또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지역의 위(WEE)센터에 가서 회복의 기회를 가진다.

이들은 모두 기존 학교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과제를 담당하는 지역의 교육기관들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달릴 때 학교는 10마일로 뛴다'고 비유하며 학교교육이 사회 발전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오늘날 지식정보는 폭증하여 나노기술은 2년, 의료임상지식은 18개월, 일상지식은 13개월, 인터넷데이터는 12시간마다 배가(倍加)된다고 한다.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에서 17시간, 중학교에서 34시간의 ‘정보’를 가르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턱없이 적은 시간이고, 무엇보다 이를 지도할만한 역량의 교사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 수업은 많은 경우 수박 겉핥기로 겉돌 수밖에 없다.

본격적으로 배우려면 관련 특성화고에 진학하거나 사교육비를 들여 따로 학원을 다녀야 한다.

이처럼 학교와 기업이나 산업간, 사회 기대간 벌어지는 격차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필자는 대구예담학교를 응용해보자고 제안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오늘날은 AI의 시대다. 비유컨대 IT가 사람의 손발이라면 AI는 인간의 뇌에 해당한다. AI는 실제세계를 가상세계로 옮기고, 모아진 데이터를 다시 실제세계로 이어주면서, AI는 사람처럼 대화, 식별, 실행, 예측한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센서를 달고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모든 것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물활론(Neo-Animism)시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라나는 세대들은 AI와 더불어 협력하고 역할 분담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

AI시대의 일은 ‘사람만 하는 일, 사람이 주(主)고 AI가 부(副)인 일, 사람은 도저히 불가능하여 AI의 도움을 받는 일, AI가 주고 사람이 부인 일, AI만 하는 일’ 등으로 나뉜다.

또 기존 AI를 사용할지 혹은 직접 개발할지를 판단하고, 직접 개발한다면 그래픽, 코드, 기존 AI를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학생들은 어떤 목적달성을 위해 사용할 AI를 판단하고, 필요하다면 직접 만드는 공부를 해야 한다.

IT공부에서도 학교는 기업 등에 비해 한 발 늦었지만, AI공부에서도 한 발 늦게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렇지만 자라나는 세대들은 제 때 배웠으면 하는 것이 부모와 선생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현재 학교와 교사들은 미래세대인 학생들에게 첨단과학기술을 배우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감당 불가능한 부담에 늘 시달린다.

자신은 비록 ‘바담 풍’ 할지라도 교육자는 미래세대에게 꿈을 키워주고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모종의 짐을 늘 지고 있다.

때로는 초등은 중학에 초등은 중학에, 중학은 고교에, 고교는 대학에, 대학은 기업에 가면 배첨단 과학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은근히 미룬다.

미룬다고 될 일은 아닐 것이며, 그렇게 미루다보면 학교는 기술변화의 속도에서 한참 밀려나게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 교육에 발맞추되, 현장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현직 교원들은 기존 문화유산 중 보편적이고 중핵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더해 급격한 사회 변화, 학습자의 요구 증가로 학교교육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교육에서 감당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새롭게 부상하는 첨단과학기술을 학교가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

학교마다 이런 첨단과학기술을 가르치는 모든 시설과 설비를 다 갖출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컴퓨터 관련 시설에서 보았듯이 고장이 나거나 고물이 되는 낭비도 적지 않다.

대신 지역의 어딘가에는 이런 첨단과학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시설, 설비, 재료를 갖춘 교육기관이 필요하다.

필자는 학교수업시간의 10% 정도, 특정 학기에는 주당 하루 정도 학교 밖에서 첨단과학기술 등을 배우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주변에는 개조하면 쓸 만한 교육시설이 많다. 과학관, 연수원, 학생생활관, 박물관, 전시관, 폐교 등등을 개조하면 얼마든지 첨단과학기술을 배우는 학습관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기존 과학관의 기능을 바꾸어 학습관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빠를 것이다.

이런 학교는 첨단과학기술을 신속하게 배울 수 있는 fast school로서 제2의 학교(second school), 실험학교(pilot school), 신천지를 개척해가는 선도학교(pioneer school)로 불릴 수 있다.

사회와 학생의 수요로 이러한 학교가 생긴다면 이를 가르칠 교사 수급 문제가 떠오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전국의 초중등학교 1만2천개 교, 50만 교원 중 일부 선도 교사는 IT가 부상할 때, 또 지금처럼 AI가 유행할 때, 이를 먼저 터득하고 가르쳐내는 능력이 있음에 주목한다.

이런 분들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도 뛰어나다. 실제로 전국에는 3D 프린팅, 드론, AI, 로봇, VR, AR, 유전공학 등등을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교원연구단체들이 있다. 이런 단체의 교원들은 첨단과학기술 분야를 먼저 배워서 학생과 동료교사를 가르치기를 희망한다.

이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교육계의 선구자로 활동하게 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인류에게는 빈곤, 식량생산, 종자개량, 공해, 핵폐기물, 플라스틱 쓰레기, 기후변화, 암과 악성 바이러스 등 불치병, 노화 등 극복해야할 과제와 새로 개척할 미래지향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 AI 등 가상세계가 만들어짐으로써 그 해결의 실마리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기존 학교에서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첨단과학기술을 학생들이 제 때에 배울 수 있도록 하려면 다음의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학교는 첨단과학기술을 적기에 가르쳐야 한다.

모든 학교의 모든 교사들이 이를 가르치는데 애쓰기보다, 지역별로 제2의 학교를 설립해 학생이 이동해서 배우도록 한다.

대체로 초등 고학년부터 입문하도록 하되, 초등학생은 이동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관련 시설을 갖춘 특장차로 순회 지도를 하고, 중등학생은 특정 요일에 이 학교로 등교하여 집중해서 공부하게 한다.

둘째,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첨단과학기술을 배울 수 있는 수업시간으로 초등 고학년 5~10%, 중학교 10~15%, 고등학교 15~20%를 할애한다.

대체로 주당 하루는 이를 배우는데 사용하도록 한다.

셋째, 생활권역별로 과학관, 학생생활관, 연수원, 전시관, 폐교 등을 활용하여 시설, 설비, 재료를 마련한다.

이 학교의 이름은 첨단과학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Pioneer School’이라고 한다.

넷째, 첨단과학기술을 가르칠 교사는 해당 분야에서 앞서가는 교사나 학습공동체에서 자원받아 충원하고, 이들에게는 연구지원 수당을 추가 지급한다.

또 일부는 기업, 대학 등의 협조를 받아 현직 엔지니어, 기술자, 연구개발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구한말 주자성리학에 매몰된 친중 위정척사파의 선생들처럼 학생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키워서는 안 된다.

첨단과학기술을 제때에 가르칠 수 있는 방도를 백방으로 강구해야 한다. 이로써 인류의 문제를 앞서서 풀어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노구치 류지(전종훈 옮김)(2020), AI시대, 문과생은 이렇게 일합니다. 시그마북스.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 pilot 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