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대)
(사진=서울대)

[에듀인뉴스] 최근 서울대의 2023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예고 발표 뒤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다수의 입시전문가들은 이번 서울대 발표 방향을 어느 정도 예상했고 큰 입시 흐름으로 봤을 때 긍정적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 발표처럼 학교교육에 중심을 둔 대학입학전형의 기본 방향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원칙이며 꼭 지켜져야 할 사항입니다. 그리고 서울대의 정시모집 ‘교과평가’ 도입은 현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의 안정적 정착에 큰 힘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수능중심 정시모집 확대는 매우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 여론에 따른  불가피한 현실이었습니다. 그로 인한 수능 문제풀이 중심 학교교육의 파행적 운영 위험성과 정시모집 확대 강요로 인한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교육계 전문가들에게 남겨진 필연적 숙제였습니다. 

다행히 이번 발표로 서울대는 현명한 답을 잘 찾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학교교육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고려할 때 일선 학교의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수능 성적 중심 대입 준비를 계획했던 학생이나 N수생을 위한 기숙 재수학원 사업자 입장에서는 충격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학생부 석차등급에 따른 상대평가 방식에 반대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성취평가제 방식의 학생부 교과 성적 절대평가 도입을 주장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학생부 석차 등급 때문에 발생되는 여러 불만들이 줄어들겠죠. 

그리고 서울대의 교과평가 역시 지금 현재만을 위한 평가방법만이 아닌 성취평가제가 도입될 경우까지 멀리 내다 본 앞으로 꾸준히 보완하고 개선해 발전시켜 나가야 할 평가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른 대학들도 앞으로의 대입전형 변화에 적절히 부응해 나가고자 한다면 학교별 여건과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적극적으로 교과평가 방법의 도입을 검토해 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2023학년도 대입부터 반영되는 현재의 상황에 맞춰 2020년 고1 학생들에게 먼저 당부 말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서울대 정시를 목표하고 있는데 현재 학생부 석차등급이 본인 기대에 못 미쳐도 실망만 하지 말고 성실히 성적향상 노력을 기울여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부 성적이 다소 부진해도 수능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좋으면 정시모집으로 서울대를 꿈꿀 수 있고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수능 성적 반영비율이 더 높은 정시모집이기 때문에 수능성적이 더 중요하지 교과평가로 인한 불리함은 절대적 불가능으로 까지는 작용하지 않습니다. 

서울대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교과평가로 인한 불리함이 있더라도 경쟁자들보다 더 뛰어난 수능성적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평가방식입니다. 정시 일반전형의 경우, 수능 점수로는 최대 20점 차이가 나고 교과평가는 최하점을 받더라도 최고점과 5점 차이 밖에 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석차등급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아니고 ① 과목 이수 내용, ② 교과 성취도, ③ 교과 학업 수행 내용을 종합해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성실히 노력한 학생이라면 최하점을 받지 않을 것이라 실질적 점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수능 성적만 100% 반영해 교과평가로 인한 감점 느낌의 불이익 없이 더 안정적으로 확실한 성적을 받고 싶다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학교교육 중심의 대입전형을 운영하겠다는 긍정적 대원칙에 반할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 보다 충실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서울대의 학생선택 자율권 및 대학의 인재상에도 반하는 내용입니다.

정시모집이라고 해서 반드시 수능성적만 100%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력고사 때도 일정 비율만큼 학생부 내신 성적을 반영했었고 수능 시대의 경우에도 정시모집에 내신 성적을 반영했었습니다. 

과거 정시모집 비율이 20~30% 이하로 줄어든 만큼 수능 성적을 활용한 학생들의 입장을 배려하고자 수능 성적 100% 전형이 정시모집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권 대학 일부에 전체 모집 인원의 40%를 차지할 만큼 그 선발 비율이 2배가량 확대되었는데도 수능 성적 100%로 40% 인원을 모두 선발한다면 분명 지나치게 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대입 전형 발표시기와 관련해서도 고교 1학년 2학기 중반에 미리 예고를 해줬으니 학생에게 서울대가 바라는 인재상에 맞춰 과목선택이나 학업성취도 향상 노력, 교과학업 내용에 충실히 노력할 선택의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학교 수업에 충실히 노력하라는 것은 학생의 본분이므로 꼭 미리 알려줘 선택할 일도 아니라 생각하기는 합니다. 오히려 문제를 삼는다면 아직 서울대가 구체적 이야기를 밝히지 않은 검정고시생이나 재수생 등의 경우 구체적 논의가 필요할 것은 같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입학전형 방식이 불합리해 고3이 되었을 때, 수능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교과평가 점수가 나쁘면 입학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 것도 아닙니다.   

결국 서울대 2023 입학전형 예고가 현재 고교 1학년 예비 수험생에게 결정적으로 불합리한 권리침해나 불이익을 발생시켰다 판단할 합리적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부 전형방법의 변경에 시시비비를 따지며 소송을 하고 논쟁하며 불만을 갖는 것은 학생 입장에서 지나치게 소모적이며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차라리 긍정적 마인드로 바람직한 대학생활 적응을 위해 대학이 고교생 때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미리 조언을 해 준 것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노력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2023 서울대 정시모집 전형에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반으로 한 교과평가를 반영하는 것은 평등권과 학문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며 국민청원도 등장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처

N수생을 위한 기숙 재수학원 사업자께 건의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사교육자라고 표현하지 않고 기숙 재수학원 사업자라 표현한 것은 사교육자 역시 교육자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육의 큰 대의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사업적 이익에만 골몰한다면 그런 분은 감히 교육자라 표현 못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대한민국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 밝히는 교육의 이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수능중심 정시 40% 확대 이후, 각 고교의 자퇴생이 2배 급증하고 그동안 학교교육의 발전과 개혁을 위해 이루어졌던 많은 긍정적 활동들이 위축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학교가 문제풀이 학원으로 전락하고 그나마 힘들게 이뤘던 십여 년간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과거 30~40년 전의 입시체제로 회귀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우리 학교교육이 여러 힘든 노력 끝에 교육기본법의 교육이념에 따라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려 하는 중요한 순간임에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교육개혁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게 하고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통해 완성 된 대통령의 고교학점제 공약사업을 좌초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 보셔야 합니다.    

올바른 나라와 국민이 있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학교교육의 힘이 필요합니다. 학교교육이 충실히 이뤄지기 위해 공교육과 사교육이 조화롭게 힘을 합쳐 나갈 수 있도록 사교육자로서 깊은 성찰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윤종걸 대구광역시교육청 대입지원관
윤종걸 대구광역시교육청 대입지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