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캡처)

[에듀인뉴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2주가 채 남지 않았다. 이 하루를 위해 그동안 학생들은 많은 날을 지새우고,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해왔다.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모여 떠드는 소리,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복도에는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적막만이 자리했다.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수능을 보는 것이 먼 훗날의 이야기인 것만 같았는데 곧 수능을 봐야 한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수능에 최적화된 사람이 되기 위해 있다. 

학교 시간표 대신 수능 시간표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수능 시간표에 맞춰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연습을 통해 수능 날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하고 그 시간에 온전하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 종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수능 종소리는 정말 적응하기 어렵다. 긴장한 상태에서 이 삐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올해 처음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로, 책상에는 가림막이 놓인 상태로 시험을 보게 된다. 피할 수 없는 ‘방역 수능’을 위해 또 적응하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은 학생이다.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도 답답하지만, 학생들은 방역 효과도 없어 보이는 가림막 때문에 시험 볼 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어이없을 뿐이다. 

장석웅 전남교육감이 수능시험일과 동일하게 연출된 전국연합학력평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전남교육청)
장석웅 전남교육감이 수능시험일과 동일하게 연출된 전국연합학력평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전남교육청)

애초에 49만여명의 학생들을 학교에 모아놓는 것 자체만으로도 수능을 위해 방역을 포기한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또한, 점심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철저한 방역을 위해서는 3면으로 된 가림막이 효과적이겠으나 사람들이 모든 것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게 만든 고부담 수능 특성상 3면으로 된 가림막은 시험 볼 때 너무나 큰 불편을 초래하여 옆은 시원하게 다 뚫린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입 스트레스는 대입 스트레스대로, 가림막과 마스크로 인한 스트레스는 또 그것대로,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지금, 감염에 대한 우려까지. 

수험생들은 학벌주의 사회에서 당장 대입 문제 때문에 목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한 채 많은 부담과 압박을 떠안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수능이 2주도 안 남은 지금 상황에서 이런 환경이 시험을 보는 데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대체 누구를 위한 시험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한국 교육은 처음부터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었다.

시험을 위해 나를 시험에 최적화된 사람으로 만드는 것,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