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4. 교과서 개선③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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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우리는 정보화에 앞서는 ‘훈민정음’의 과학성, 세계 최초로 발명한 ‘금속활자’, 일찌감치 과학기술의 정수를 보여 준 ‘자격루’ 등 조상들이 만든 빛나는 문화유산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어리석게 행동하다 나라는 망하고 식민지를 거쳐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 70여년간 대한민국은 선배세대가 이룬 한강의 기적을 토대삼아 5대양 6대주가 좁을 정도로 세계로 뻗어나가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왔다.

5000년 역사상 대다수 개인은 신분제사회의 종이었고 나라는 중국을 섬기는 변방국이었지만, 이제 우리는 평등하고 자주 독립적인 개인과 국가로 우뚝 섰으며, 가난과 굶주림으로 허덕였던 나라에서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부국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같은 위대한 정치지도자, 이병철, 정주영 같은 기업인, 김성수, 김활란 같은 교육자, 백남준, BTS 같은 예술인, 오명, 김용 같은 과학자 등등 숱한 신화와 전설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유산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더 스마트해지는 AI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더 현명해져야 한다.


학교는 느낀 대로 방종하고 선전선동에 앞장서는 홍위병을 길러내서는 안 된다. 내 삶을 책임져준다는 정부에 기대어 지원금 받고 기본소득으로 연명하는 무기력한 청년들이 길러져서는 안 된다.

학교는 개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도 자주독립적인 당당한 개인, 자유민주의 국민을 길러내야 한다. 본능을 따르는 1차원적 인간을 벗어나 한 단계 더 생각하여 행동하는 국민을 길러내야 한다.


(출처=https://blog.naver.com/wtngo/220271090322)
(출처=https://blog.naver.com/wtngo/220271090322)

2000명이 넘는 학자가 10년간 집대성한 책 '탈무드'를 보자


한 단계 더 생각하여 지혜를 발휘한 사람들 하면 유대인이 떠오른다. 로마의 압제로 나라가 망하고 2천년을 떠돌다가 이스라엘을 건국하여 번영시키고 있는 유대인들이다.

성경에는 썩지 않고 남이 빼앗아갈 수 없는 보물을 쌓으라는 당부가 나온다. 그것은 문제 상황에서 발휘되는 지식과 기술, 곧 지혜와 용기일 것이다.

지혜와 기술이 있는 용감한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잘 살아갈 수 있다. 세계인들이 이민가고 싶어 하는 미국 등지에서도 첨단과학기술자들의 이민은 잘 받아준다. 그들이 만들어줄 부가가치를 보기 때문이다. 우수한 두뇌 만들기는 교육의 핵심기능이다.

유대인에게는 세계 최고의 두뇌를 낳는다는 책, 일명 ‘위대한 탐구’라는 탈무드가 있다.

탈무드는 기원 전후 1000년간 구전된 질문과 대답을 2000명이 넘는 학자들이 10년간 집대성한 지혜서다.

탈무드는 총20권 1만2000쪽이 넘고, 250만 단어, 중량 75kg의 방대한 양의 책이다. 각 책의 첫 쪽과 마지막 쪽은 비어 있어, 백지에서 시작하여 자손대대로 삶의 지혜로 메워갈 몫을 남겼다.

부모와 교사들은 탈무드 겉장에 꿀을 떨어뜨려 배움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앞으로 배울 지식과 지혜의 열매는 꿀처럼 달콤하다고 깨우쳐준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니?”가 하교한 자녀를 맞는 부모의 인사다. 도서관과 교실에서 2~3명이 짝을 지어, 탈무드의 일화를 놓고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쟁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가 유대인의 독특한 학습방식이다.

서양문명은 동사적이고 동태적인 히브리 사상과 명사적이고 정태적인 희랍 사상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만들어졌다고 한다.

히브리 사상은 ‘토라’라고 불리는 성경의 구약 첫머리 모세 5경과 이를 보완하는 생활규범서인 탈무드를 통해 유대인들을 유대인답게 만들어왔다.

탈무드는 사물과 사건에 대한 유대인의 사고방식, 정신력과 의지를 단련시켜 그 속사람, 영혼(soul)을 만들어 왔다.

머리 둘 달린 아이의 식별, 친자 확인의 솔로몬의 재판, 공주의 병을 고치는 삼형제 이야기 등등이 탈무드에 나온다.

탈무드는 종교, 도덕, 과학기술, 문화, 전통 등이 종합된, 유대인의 핵심성장도구이다. 탈무드는 깊고 멀리 남다르게 생각하며, 긍정적이고 편견이 없으며 가치 있는 생각으로 행동하도록 유대인을 이끌어준다.

결과적으로 약 1500만명, 세계인구의 0.2%밖에 안 되는 유대인이 노벨상의 약 23%를 수상했다.

철학자 스피노자, 심리학자 프로이트, 화가 샤갈, 물리학자 아인스타인, 외교가 헨리 키신저, 금융업의 로스차일드, 투자가 조지 소로스, 사업가 일론 머스크, 마크 저크버그 등이 모두 유대인들이다.

세계 금융계, 미국의 경제계 특히 월스트리트를 장악한 사람들도 유대인들이다. 어음, 여행가방, 백화점, USB 등등은 유대인들이 처음 발명한 것들이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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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 5000년의 지혜를 모은 '한국판 탈무드'를 만들자"


인천공항에 우리 한국인들이 세계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위대한 문화유산을 전시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70억 중에 7000만이 쓰는 한글로는 부족해 보인다. 유대인의 탈무드에 견주어 우리 국민의 특장을 생각해본다.

은근과 끈기, 정과 한, 열정, 자신감...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하였으며, 이제 세계에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외우내환의 위기징후를 보면서, 장차 우리나라를 어떻게 튼실하게 만들어갈까를 묻게 된다.

한국을 보면 빨리빨리 경향이 부른 부실함이 있었고, 북한지배층을 보면 거짓을 일삼고 악독하기 그지없다. 각종 갈등, 무고, 보험사기 등의 사건사고를 보면 고칠 점도 적잖아 보인다.

일설에 의하면 한국인의 지능지수(IQ)는 세계최고로, 유대인보다 높다고 한다. 스스로를 위해서나 인류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국민들도 좀 더 고양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단점을 치유하는 특효약은 없을까?

필자는 인류 역사 5000년의 지혜를 모은 한국판 탈무드(지혜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미 탈무드, 이솝우화, 그리스 로마 신화, 중국의 사기와 고전들, 우리의 민화와 전설, 국내외 소설과 역사서,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각종 백과사전, 기독교 설교집, 불교 우화집, 한강의 기적을 일군 주역들의 무용담, 법원과 경찰에 기록된 각종 사건사고 등등에 수많은 지혜로운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좋은 일화 한두 편이 핸드폰으로 전달된다. 이처럼 많은 신화와 전설, 지혜로운 이야기들은 이미 전산화되어 있다.

시대와 국적과 종교를 따지지 말고 이런 지혜를 집대성해보자. 지혜로운 일화의 수집과 선별, 편집이 주된 일이므로 생각보다 노력, 비용, 시간이 적게 들 수도 있다. 정부의 지원 아래 학술원과 예술원의 원로들이 모여 노력하면 한국인의 지혜서는 만들어지고, 자손대대로 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통해 살아가면서 접하는 온갖 일을 슬기롭게 해결해나가는 방법들을 배운다. 그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전지전능한 신에 대해 듣고 자란다. 모든 의문과 대답을 신과의 대화(기도)를 통해 듣고 풀고, 현실 생활에서는 탈무드를 읽고 토론하며 생각하며 자라난다.

우리도 한국판 탈무드를 만들어 젖을 갓 뗀 아가에게 부모가 들려주는 것은 물론, 글을 갓 뗀 어린이부터 인생 경험이 풍부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이를 재미있게 읽고 전하며 토론할 수 있도록 해보자.

연령별, 주제별, 분야별로 재편집하고, 책, 만화, 동영상, 영화 등으로 각색하면 훌륭한 문화콘텐츠로 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후손들에게 보물이 되고, 인류사에 길이 남을 한국판 지혜서가 될 것이다. 그 책은 위대한 국민을 만드는 교과서로서, 어느 인성도덕교육서, 자기계발서보다 나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만들어 보급하고, 계속해서 판수를 거듭해가는 한국판 탈무드를 만드는 일의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 pilot 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