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과 교사 차별적 다면평가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

박주영 경남보건교사노조 위원장

[에듀인뉴스] “2020년 코로나19 방역체제로 돌입하면서, 학교가 대비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관내 어느 학교보다 빠르게 코로나19 대응계획을 수립하였어요. 2015년 메르스 대응 경험 이후 감염병 예방관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감염병 위기 대응매뉴얼을 완전히 분석하여 상시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코로나19 국내 유입으로 학교 구성원들이 모두 혼란스러워할 때, 학교가 준비 점검해야 할 것들을 빠르게 체크하고, 경남지역 보건교사가 소통하는 SNS를 토대로 경남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가 서로 정보교환하며 공동 대응했어요. 

우리 p초등학교는 3월초에 이미 등교전 자가검진과 학교 내 능동감시 체계를 확립하여 가정통신문으로 안내하였어요. 또한, 급식실 이동 전 유증상 아동 확인과 급식실 한방향 거리두고 앉기 및 학교내 전파경로 차단을 위한 생활방역 수칙도 마련하였지요. 지금은 전국 어느 학교나 다 그렇게 하고있는 것 이지만, 그 시점은 교육부나 교육청의 지침이 내려오는 것보다 우리의 대응이 훨씬  빨랐죠.“

지난 11월 18일 경남 창원 P초등학교 교무실에서는 2020년 교사 다면평가 기준안 마련을 위한 다면평가위원회가 열렸다.

이 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다면평가 기준안에 의하여 2020년 교원성과급 지급등급이 결정된다. 교원 중에서 30%는 S등급(상), 40%는 A등급(중), 30%는 B등급(하)을 받게 된다.

보건교사 J는 교감과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비교과교사의 대표로 참석하였다. 다면평가 기준안의 초안은 2020년 2월에 이미 마련되어 있었으나, 올해 상황을 반영하여 기준안을 확정하는 위원회였다.

다른 위원들은 2월에 마련된 기준안에 이의가 없다고 했지만, 보건교사 J는 ‘기준안이 비교과 교사에게 매우 불공평하고, 다수가 소수 입장을 억압하여 폭력적이다’라고 평가하며 문제를 제기하였다. 

기준안에는 보건교사나 영양교사와 같은 비교과교사가 수행하는 업무를 평가요소로 반영하지 않았다. 마치 축구선수를 평가할 때, 공격수를 평가하는 기준안으로 골키퍼를 평가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기준안의 평가기준은 주당 수업수, 수업공개 시간수, 학년 담임 유무에 따라 득점하도록 되어 있고, 비교과 교사는 어디에서도 득점 포인트가 없었다. 

기준안대로 하면, 보건교사와 영양교사는 1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무능교사가 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주당 수업수도 최저이고, 학생 생활지도 영역에서도 득점 포인트가 없었는데, 담당 업무의 난이도 부분에서도 보건교사는 최하위 점수였다.

보건교사 J는 결코 자신이 최하 등급의 교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다면평가 기준안대로 라면, 보건교사 J는 학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셈이 된다. 수업수도 가장 적었고, 공개수업도 하지 않았으며, 학생 생활지도 성과도 없고, 업무난이도는 최하위 교사로서 B등급 교사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유증상 감시를 위해 열화상카메라 존을 지나 발열검사를 하고 등교하는 학생
유증상 감시를 위해 열화상카메라 존을 지나 발열검사를 하고 등교하는 학생.(사진=박주영 교사)

“오히려 교육부가 제대로 된 지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 경남의 보건교사들은 SNS를 통해 정보 교환하면서 빠르게 대응하였고, 우리가 마련한 여러 안을 교육부와 교육청에 건의하기도 하였죠. 교육청에는 생활방역도우미의 필요성, 등교 전 자가검진 시스템의 필요 등을 건의하기도 했어요.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당국의 혼란 속에서도 우리 학교는 일찍 방역 기준들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경남교육청은 저의 건의를 수용하여 경남 전 학교에 생활방역도우미를 배치하였고, 이후 등교전 자가검진 시스템도 전국적으로 모두 도입되었어요. 

그리고 학교내 감염병 관리조직의 역할 훈련을 위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교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응 훈련도 기획하여 실시하였어요. 등교개학이 지연되고, 온라인 개학이 실시된 4월에는 학부모와 학생들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온라인 보건실(네이버 밴드)를 열어 매일 코로나19 예방 교육 자료를 제공하였죠. 그 모든 것을 준비하기 위해 2월 비등교 기간에도 학교에 나와 상황을 점검하였고, 3월부터 시작된 재택근무 기간에도 보건실은 계속 문을 열고 업무를 수행하였어요.”

교육부의 지침은 학교가 위원회를 통해 ‘교원 다면평가 기준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다면평가위원회는 보통 학교 내 학년부장교사들로 구성이 되는데, 비교과 교사의 입장 반영을 위해 비교과교사 1명도 위원으로 참여를 한다. 

그런데 비교과교사가 위원회에 참여를 한다고 해도, 비교과교사의 주장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의 벽에 갇혀, 비교과 교사는 주장을 하면 할수록, 두들겨 맞고 상처만 배가 되는 구조의 위원회이다. 많은 비교과 교사들이 다면평가위원회에 참여한 후, 그 일방적 다수결의 폭력성에 놀라고 상처받은 경험이 있어 그 위원회 참석을 꺼려한다.

심지어 다면평가위원회를 마치고, 그 회의록을 허위로 조작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매년 반복되는 비교과교사에 대한 차별적 다면평가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교육청이 나서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매년 90%이상의 비교과교사가 B등급의 성과급을 받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거나 가치 없는 일만 하는 무능교사의 오명을 감수해야 하는 현행 다면평가 체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교원의 성과를 상대평가해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현행 교원성과급 체제는 본질적으로 여러 모순을 가지고 있으며, 불공평과 폭력적 억압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교원성과급 제도 폐지는 각종 교원단체가 한목소리로 폐지를 요구한 지 오래다. 그러나 여전히 교원 성과급은 유지되고 있으며, 그 폐해의 가장 치명적인 피해자는 비교과 교사들이다.

불공정 문제에 대해, 교육청은 학교 협의체로 책임을 미루고, 학교는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는 정부에게 그 책임을 미루면서, 각자의 책임과 잘못에는 비켜 서 있다.

2020년 코로나19 방역체제 학교에서 모든 역량을 투입해여 최선을 다해 학교 방역에 임하였다고 자부하던 보건교사들이 잘못된 다면평가 기준에 의해 상처받고, 의욕상실하고 있다.

비교과 교사도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을 기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다면평가 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비교과 교사를 학교 내 일반교사로부터 분리하여 별도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교육청은 채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