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코로나19가 교육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를 꼽고자 한다면 온·오프라인 수업을 섞어 진행하는 이른바 ‘블렌디드 수업’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수업 방식이 전면 온라인에서 일부 등교 등으로 변화하면서 이러한 수업 방식은 자연스럽게 교육현장에 녹아들게 되었지만 갑작스런 변화에 모두가 우왕좌왕이었다. 온라인 원격 수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실제 수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에 역사의 발자국을 내어 간 교사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에듀인뉴스>는 <비상교육>과 함께 ‘블렌디드를 만나다’를 기획, 올해 현장에서 진행된 블렌디드 수업을 돌아보며 과목별 블렌디드 수업 방향과 함께 활용 가능한 수업 콘텐츠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비바샘 'VR 역사 답사'내의 '역사 속으로' 프로그램에서는 현재 사찰터만 남은 익산 백제 역사 유적 지구를 복원, 미륵사의 웅장한 모습을 재현해냈다.(사진=비바샘 캡처)
비바샘 'VR 역사 답사'내의 '역사 속으로' 프로그램에서는 현재 사찰터만 남은 익산 백제 역사 유적 지구를 복원, 미륵사의 웅장한 모습을 재현해냈다.(사진=비바샘 캡처)

현장 답사 어려움, AR/VR 등 최신 기술로 커버하는 교육계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위험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역사 유적지 현장 체험이 불가능해요. 아이들에게 직접 답사를 통해 보여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역사인 만큼 현장 체험을 대신할 디지털 콘텐츠가 풍부하면 좋겠어요.” -서울 A초등학교 교사

교육계에서는 현장 체험학습 등 역사적 현장을 방문, 직접 눈으로 당시 상황을 그려 나가는 활동이 강화되는 추세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에 제약이 있는 상황을 반영하듯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맞춰 최근 AR/VR 등의 기술을 활용, 직접 현장에 방문하지 않고서도 실제와 같은 체험을 이어갈 수 있는 콘텐츠의 필요성이 대두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역사 과목은,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그때 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역사적 상황에 맞춰 이해하며 공부하면 재미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역사는 외우는 과목이 아니라고 그렇게 강조하지만 외워야만 하는 불청객을 맞이한 셈이다.

한 역사 교사는 “역사는 다양한 과목과의 융합에 꼭 필요한 과목이지만 아이들이 체험하기 가장 어려운 과목”이라며 “일상에서 과거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더군다나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현실을 알렸다.

Z세대라 불리는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콘텐츠가 오히려 더 익숙하고 편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24시간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Z세대들에게는 멀티미디어로 대표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성이 교육 성패를 가른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려움이 있다고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비상교육은 시대적 변화와 사용자의 필요에 맞춰 서울, 경기, 경북 등 전국에 걸친 역사 답사지를 VR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예를 들어 백제 유적을 공부하기 위해선 익산을 방문해 미륵사지 석탑을 직접 관찰해야 했지만 비상교육이 운영하는 비바샘 사이트를 통해서는 3D로 제작된 석탑을 사방에서 관찰할 수 있다.

권주희 비상교육 스마트러닝전략팀장은 “서책에는 석탑의 정면 사진만 수록해 석탑이 얼마나 큰지, 석탑의 터는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지, 얼마나 넓은지 알기 어려웠다”며 “드론을 띄워 위에서 아래로 봤을 때의 모습, 좌우에서 관찰한 석탑의 모습 등 입체적으로 실제 현장에서 보는 것과 똑같이 구현했다”고 알렸다.

비바샘 사이트의 'VR 역사 답사' 메인화면 캡처.(사진=비바샘)
비바샘 사이트의 'VR 역사 답사' 메인화면 캡처.(사진=비바샘)

‘VR 역사 답사’ 제작한 비상교육 “교육에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고자 한다”


비상교육은 학생들이 유적지 답사를 가도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한계와 자주 갈 수 없는 문제에 주목했다. 학생들이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유적지를 직접 볼 수 있게 하는 필요성에 공감해 VR 역사 답사를 제작하게 됐다고 알렸다.

권주희 팀장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누구나 어디든 갈 수 있는 VR을 떠올려 VR 역사 답사를 제작하게 됐다”며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좋은 교육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VR 역사 답사 프로그램에는 강화 광성보, 수원 화성,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서울 암사동 유적, 정동 근대 문화유산, 경복궁, 병산 서원, 경주 동부 사적 지대, 군산 근대 유적, 익산 백제 역사 유적 지구, 공주 송산리 고분군 등 국내 유명 역사 유적지를 탑재,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통해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역사는 특히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기에 이른바 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느끼는 것 또는 이전 체험을 다시 체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추체험’의 현실화가 화두이다.

VR 역사 답사 프로그램 속에는 ‘추체험’을 현실화한 360도 타임슬립 애니메이션 ‘역사 속으로’도 포함돼 있어 눈길이 간다.

서울 서대문 형무소의 중앙사에서 바라 본 옥사 내부 모습. 중앙사는 간수들이 수감자를 감시한 곳이며, 옥사는 수감자들이 실제 투옥된 곳이다.(사진=비바샘 캡처)
서울 서대문 형무소의 중앙사에서 바라 본 옥사 내부 모습. 중앙사는 간수들이 수감자를 감시한 곳이며, 옥사는 수감자들이 실제 투옥된 곳이다.(사진=비바샘 캡처)

디지털 콘텐츠로 추체험이 가능하다면 역사 속 전쟁 현장, 3·1 운동으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독립운동가들의 심정, 경복궁 근정전에서 과거를 치렀던 학생들의 긴장감 등을 이해를 바탕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비바샘에서는 유적지 360도 파도라마를 배경으로 과거 역사 속 상황을 2D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한 360도 타임슬립 애니메이션 ‘역사 속으로’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이민형 비상교육 스마트 교수학습자료 개발자는 “역사적 사실은 그 특성상 직접 체험하기 힘들기 때문에 역사 교육에서는 추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활용한다”며 “‘역사 속으로’ 타임슬립 애니메이션에는 신미양요의 치열한 전투 모습, 3·1 운동에 참여하였다가 수감된 독립운동가들의 독립에 대한 열의와 암담한 심정, 병산서원의 입교당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VR 역사 답사’ 이렇게 활용하세요.

수업 시간에는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구현한 ‘역사 속으로’ 타임슬립 애니메이션을 보고 모둠별로 이야기 나누어보는 수업해 보면 의미 있는 수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역사속으로 타임슬립 애니메이션 제공 장소 :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중앙사, 옥사/ 경복궁 근정전/ 서울 암사동 유적 신석기 시대 마을/ 강화 광성보 손돌목돈대/ 병산서원 입교당, 동재, 서재/ 경주 동부 사적 지대 첨성대


또한 유적지를 여행자의 시각으로 소개하는 '답사 영상', 유적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낸 ‘보충 영상’, 유적지 전경을 생동감 있게 살펴볼 수 있는 '드론 항공 촬영 영상' 등도 있어요.

교과 수업에 앞서 이러한 영상과 답사지에 대한 설명 등을 미리 학생들이 살펴본다면,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강화 광성보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용두돈대에서 바라본 모습. 신미양요 당시 미군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사진=비바샘 캡처)
강화 광성보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용두돈대에서 바라본 모습. 신미양요 당시 미군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사진=비바샘 캡처)

수작업으로 손은 많이 가지만...“실제화만 가능하다면!”


최근 트렌드 역시 입체감을 살린 VR 콘텐츠로 간접 경험을 직접 경험화하는 것으로 읽힌다. 대표적으로 많은 유적을 보관·전시하는 박물관에서도 소장하지 않은 유적은 3D를 활용, 이미지화한 가상의 모습으로 전시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의 3D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큰 효용성이 있지만 수작업을 필요로 하기에 작업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다.

특히 비상교육이 역사적 현장을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한 ‘VR 역사 답사’의 경우 360도 VR 전용 카메라로 전 공간을 촬영해 실제처럼 구현하고 있지만, 왜곡감을 최대한 보정해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크게 소모되는 수작업이 필수이다.

더구나 조그마한 변수라도 있으면 자칫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기만 하다.

특히 드론 촬영에는 날씨의 도움이 필수인데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비바람 없는 좋은 날을 고르는 것부터 섬세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이민형 개발자 역시 “문화유산을 촬영하는 데 공공기관의 허가를 구하는 것부터 문화유산을 손상시키기 않을 다양한 방안, 또 학생 눈높이와 각도에 맞는 카메라 설치 등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며 “특히 ‘역사 속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에는 픽셀 단위로 위치를 잡아가며 싱크를 맞추어야 하는 등 많은 손이 가는 작업”이라고 알렸다.

유성룡 가문의 서당인 병산 서원을 드론을 활용해 공중에서 촬영한 모습. 병산 서원에는 사당, 강당, 기숙사 등의 시설이 있다. 병산 서원의 정문인 복례문을 들어서면 기다랗게 서 있는 만대루를 볼 수 있으며 만대루 밑을 통해 마당으로 가면 마당 좌우로 동재와 서재가 있고, 맞은편에는 강당 건물인 입교당이 있다. 입교당은 서원의 가장 핵심적인 건물로, 역사 속으로(타임슬립) 동영상을 통해 당시 입교당에서 강의를 듣고 학습을 하던 학생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사진=비바샘 캡처)
유성룡 가문의 서당인 병산 서원을 드론을 활용해 공중에서 촬영한 모습. 병산 서원에는 사당, 강당, 기숙사 등의 시설이 있다. 병산 서원의 정문인 복례문을 들어서면 기다랗게 서 있는 만대루를 볼 수 있으며 만대루 밑을 통해 마당으로 가면 마당 좌우로 동재와 서재가 있고, 맞은편에는 강당 건물인 입교당이 있다. 입교당은 서원의 가장 핵심적인 건물로, 역사 속으로(타임슬립) 동영상을 통해 당시 입교당에서 강의를 듣고 학습을 하던 학생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사진=비바샘 캡처)

가보지 않아도 직접 본 것처럼...‘지역 문화유산’ 영상 제작 나선 비상교육


사회, 역사 분야에서는 또 어떤 콘텐츠가 각광을 받게 될까.

비상교육은 자체적으로 사회·역사 교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 기반의 멀티미디어 자료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러한 결론에 맞춰 앞으로 교과서와 직접 연관된 영상 외에 지역 문화유산, 과거 지역에서 있었던 일 등을 지역 역사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권주희 팀장은 “매년 사회 역사 교과 교사들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필요한 수업자료를 탐색하는 데 항상 1위는 멀티미디어 자료로 나온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면 촬영 계획을 세워 VR 역사 답사 콘텐츠들도 확충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코로나19가 미래 교육을 10년은 앞당겼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며 이 중 핵심 기술은 AR/VR 기술이다. 가보지 않아도 직접 본 것처럼, 멀리 있어도 눈앞에 있는 것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할 비상교육의 발걸음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 교과의 미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