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강득구 의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기초학력 보장법' 정책토론회

강득구 의원(경기 안양만안)은 지난 2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함께 ‘천천히 배워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보장-기초학력 보장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기초학력 보장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강득구 의원실)<br>
강득구 의원(경기 안양만안)은 지난 2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함께 ‘천천히 배워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보장-기초학력 보장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기초학력 보장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강득구 의원실)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강득구 의원이 발의한 기초학력보장법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기초학력 정의가 모호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또 법안 제정으로 오히려 교사들의 교육적 의지가 꺾일 것을 염려하는 의견도 제기되는 등 기초학력보장법을 보는 다양한 시선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돼 연내 법안 통과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안양만안구)은 지난 6월 제 1호 법안으로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은 국가 차원 중요한 책무이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기초학력보장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초학력보장법안의 연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청회를 앞두고 지난 27일 ‘기초학력 보장법, 어떻게 할 것인가’토론회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함께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20년간의 기초학력 관련 정책 추진 상황과 함께 현장 및 언론 등 관계자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최선정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사진=유튜브 강득구TV 캡처)
최선정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사진=유튜브 강득구TV 캡처)

가정 환경 문제 큰 기초학력 부진 “법안은 정치적 면피 수단일 뿐”


최선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이날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지난 20년간 기초학력보장 관련 정책과 예산, 노력을 투입했는데 왜 안 됐는지를 살피는 게 먼저”라며 “이번 법안은 원인분석, 개념, 주체 모두 틀렸다”고 지적했다.

김태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기초학력보장 관련 정책은 2000년대부터 시작해 2018년까지 총 다섯 차례 변화했다.

이렇게 정책이 끊임없이 나왔음에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은 그 원인을 제대로 짚지 않고 대책만 쏟아내기 때문이라는 것.

최선정 국장은 “20년간 정책에 대한 평가도 없이 기초학력보장법안이 나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원인은 알지만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 국장은 “기초학력미달 문제는 학교 교육문제가 아닌 가정 환경 문제다. 못 살아서 그런 것이다. 아이 집안 잘 살게 만들면 된다”며 “못 살거나 편모편부 가정 환경은 지속적으로 기초 미달이 나오게 되어 있다. 가난을 해결하기 전까지 반복해서 나오게 되어 있어 교사와 학교가 어떤 방법을 써도 불가능하다. 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능이 70~80에 미치는 아이들, 정서적 불안 등으로 학습 장애 가진 아이들은 미달이 나오게 되어 있다. 이 아이들은 특수교육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중간 수준 아이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병 교사노동조합연맹 제1부위원장.(사진=강득구TV 캡처)
박근병 교사노동조합연맹 제1부위원장.(사진=강득구TV 캡처)

해소되지 않는 의문 "도대체 기초학력 정의와 기준은 무엇인가?"


기초학력에 대한 개념 합의 부족 문제도 제기했다.

앞서 김태은 연구위원이 기초 학습부진은 초3 수준의 읽기・쓰기・셈하기의 3R’s 기능 결손이고 교과 학습부진은 초4∼중3 수준의 교과(국・영・수・사・과)별 최소 성취 기준에 도달하지 못함으로 정의했으나 그 모호성으로 인해 교육계에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

서혜정 에듀인뉴스 편집국장은 “기초학력이 읽고 쓰고 말하는 기초학습(3R’s)이 안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말하는 기초학력 미달 기준(20점)을 말하는 것인지, ‘민주시민성’ 등 역량에 가까운 것을 기초학력 기준으로 새로 정의해야 하는 것인지 현장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생각이 다른 이들이 함께 논의를 하고 있기에 ‘기초학력’이 무엇인 지 합의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병 교사노동조합연맹 제1부위원장 역시 “발제자는 기초학력 개념에 대한 여러 이견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발제자 또한 기초학력 개념을 모호하게 제시하고 있다”며 “기초학력에 대한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학력 지원 관련 부처들은 심지어 기초학력 지원의 목적에 대한 개념 정립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관련 부처들은 주로 문해력, 수리력 등 인지적 차원의 지원부분에 치우쳐 있다. 학습의 인지적 측면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아이의 정서 심리 상태를 비롯한 ‘한 아이의 성장을 위한 통합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이고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선정 전교조 정책기획국장 역시 기초학력 개념을 구구단과 3R‘s 등으로 이야기하지만 교사도 연구자도 어떠한 합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법안에도 기초학력의 정의를 ‘학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으로 되어 있다”며 “성취기준의 최소한이 무엇이고 누가 결정하냐. 주관적이라 자의적으로 해석해 기초학력 해결하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양은숙 창포초 교감.(사진=강득구TV 캡처)
양은숙 창포초 교감.(사진=강득구TV 캡처)

기초학력 보장 위해선 교사에 자율성을...“입법이 오히려 자율성 제약하고 책임성 부각시켜”


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 전담 교사가 기피 업무가 되는 이유로 ‘책임’과 ‘행정’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기도 했다.

양은숙 창포초등교 교감은 "매년 학기 초 학교 업무분장에서 기초학력 업무는 늘 최상위권의 기피 업무에 꼽힌다"며 "담임교사 책임제, 공교육 책무성이라는 당위적 잣대 속에 짓눌린다"고 말했다.

특히 2008년 제정된 학교폭력예방법과 2015년 제정된 인성교육법이 학교 현장의 진정성 담긴 노력들을 오히려 퇴색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음을 상기시켰다.

양 교감은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교육권의 침해로 교원의 지도력 약화돼 교육적 책무성 대신 교육적 해결 노력 없이 업무 매뉴얼대로만 처리하려는 현상을 가져왔다”며 “인성교육진흥법 역시 교육과정 반영 의무화, 교원 연수 의무화 등으로 인성교육 본질은 외면한 채 행정적 업무 추진에 매몰되는 경향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학력보장법 제정이 오히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학교 현장의 진정성 담긴 각종 노력을 퇴색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염려한 분들도 많다”며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법령 제정으로 인해 발생했던 교육 본질 훼손 및 행정적 업무 증가에 대한 피로감으로 인해 기초학력제정법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고 전했렸다.

최성진 전교조 국장 역시 교사의 열정을 지원하는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사가 의욕을 갖고 지원하려해도 평가하고 책임을 묻기 때문에 책임을 면할 방법만 찾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해결 가능한 아이들에 대해 책임성을 갖고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동기가 없이는 해결하지 못한다. 해결할 수 있는 중간단계 아이들도 해결이 안 된다. 법을 만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초학력을 보장해 세상 살아갈 능력을 조금이라도 갖게 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법안 만드는 데 집중할 일이 아니다. 법안 제정은 정치적 면피에 불과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장 교사들의 열정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혜정 에듀인뉴스 편집국장은 현장 교사들이 지적하는 현행 기초학력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소개해 현실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줬다.

대표적인 교사 의견으로 ▲교사에게 보충 지도 권한이 없는 점으로 인한 문제점 ▲한글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학 교과서 ▲너무 많은 학급당 학생 수 ▲전남의 기초학력전담교사제를 통해 봤을 때 낙인 효과는 학생보다 학부모와 교사의 우려가 더 큰 점 ▲교육부 뿐만 아니라 시도교육청 보고로 인해 오히려 '경계선' 학생이 방치되는 문제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기됐다.

한편 강득구 의원의 기초학력보장법안은 현재 쟁점법안으로 분류돼 오는 12월 2일 또는 3일 국회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포항시남구울릉군)은 30일 학생의 기본학력을 보장하고 학력 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는 내용의 학력향상지원법을 대표 발의, 기본학력을 성취기준의 100분의 50을 충족하는 학력으로 정의했으며 유급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