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빨간 모자를 주제로 한 그림책 5종 표지 일부 캡처 편집.
빨간 모자를 주제로 한 그림책 5종 표지 일부 캡처 편집.

트리에 빨간 장식이 달리는 겨울이면 생각나는 고전 그림책이 있다. 바로 <빨간 모자>다.

<빨간 모자>는 다양한 버전으로 재해석되며 현대로 이어지면서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 연말, 아이들과 함께 다섯 가지 매력이 담긴 ‘빨간 모자’ 그림책 컬렉션 5권을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그림책 '빨간 모자' 표지.(그림형제 글, 트리나 샤트 하이맨 그림, 상상의힘)
그림책 '빨간 모자' 표지.(그림형제 글, 트리나 샤트 하이맨 그림, 상상의힘)

▲ 고전의 매력, 그림 형제의 원작을 살린 ‘빨간 모자’(상상의 힘)

그림 형제가 들려주는 유럽의 옛이야기에 미국의 작가 트리나 샤트 하이맨이 그림을 그렸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칼데콧 오너상을 수상한 작품. 그림책을 펼쳐보면 할머니의 주름이나 머리카락, 소녀가 입고 있는 빨간 망토와 신발 끈의 디테일까지 어느 한구석도 예외 없이 생생하고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다.

원작이 가진 상징적 의미와 이야기 전개를 수려한 그림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림책 '너의 눈 속에' 표지.(필립 잘베르 글/그림, 웅진주니어)
그림책 '너의 눈 속에' 표지.(필립 잘베르 글/그림, 웅진주니어)

▲ 두 개의 시선이 교차하는 독특한 전개, ‘너의 눈 속에’(웅진주니어)

표지에 강렬한 눈동자 두 개가 서로를 응시하면서 시작되는 작품. 그림책을 펼쳐서 읽다 보면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장면을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글의 전개가 어색하게 끊기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왔다가 갔다 하면서 책을 살피던 아이들이 이내 이렇게 소리친다.

“아하, 알았다! 왼쪽 페이지는 늑대의 시선이고, 오른쪽 페이지는 빨간 모자의 시선이네요!”

양쪽 페이지에 두 인물의 시선이 교차하는 독특한 전개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섬세한 펜 드로잉으로 표현했는데 빨간 모자만 마치 판화로 찍어낸 것처럼 이질적으로 도드라진다.

덕분에 이 작품 속에서 빨간 모자는 외딴 존재로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느낌이 든다.

그냥 당할 것 같지 않고 무슨 행동이라도 할 것 같은 그녀, 그림책 속에서 그 당당한 표정을 확인해보시라.

그림책 '빨간 모자' 표지.(에런 프리시 글, 로베르토 이노첸티 그림, 사계절)
그림책 '빨간 모자' 표지.(에런 프리시 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사계절)

▲ 현대의 도시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빨간 모자‘(사계절)

20세기에 나뭇가지와 들풀이 가득한 숲속을 헤매던 빨간 모자는 21세기 현대에 이르러 빌딩 숲의 도시를 헤맨다. 도시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가만히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사실상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외로움이 느껴지는 이 도시에서 빨간 모자는 혼자 쇼핑몰을 지나고 지하차도를 건너서 할머니 댁을 향해 간다.

낡은 아파트에서는 엄마가 거실에 불을 밝힌 채 빨간 모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과연 우리의 빨간 모자는 무사히 할머니를 만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로베르토 인노첸티가 그린 섬세하고 감각적인 그림 속에서 직접 만나보시길.

그림책 '빨간 모자' 표지.(가브리엘라 미스트랄, 풀빛)
그림책 '빨간 모자' 표지.(가브리엘라 미스트랄, 풀빛)

▲ 과감하고 익살스러운 그림 ‘빨간모자’(풀빛)

칠레 출신 작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 그려낸 빨간 모자는 어딘지 모르게 익살스럽다. 마치 종이를 오린 듯 납작한 평면으로 표현된 그림이 과감하고 유쾌한 작품.

“여기 늑대 얼굴은 눈 두 개를 같이 그려놓은 걸 보니까 꼭 피카소의 그림 같아요!”

반쪽으로 옆면을 보여주는 얼굴에 눈이 두 개가 들어가 있는 늑대의 얼굴은 마치 입체파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듯 독특하고 강렬하다.

개성이 넘치는 그림으로 빨간 모자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다.

그림책 'Little Red' 표지(Bethan Woollvin 글, Macmillan Children's Books)
그림책 'Little Red' 표지(Bethan Woollvin 글, Macmillan Children's Books)

▲ 걸크러쉬 반전 전개 ‘Little Red’(Macmillan Children's Books)

2017년 뉴욕의 서점 Books of wonder에서 만난 그림책.

표지에 커다랗게 그려진 빨간 모자의 눈이 어딘지 모르게 영리하고 음흉하게 느껴졌다면, 역시 당신의 촉은 심상치 않다.

그림책을 펼치면 엄마 심부름을 하던 빨간 모자가 늑대를 만나는데, 커다란 덩치에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한 표정이다.

할머니처럼 변장한 늑대를 보고 속은 척 천연덕스럽게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손에 도끼를 들고 씩 웃기까지 하는 그녀.

걸크러쉬한 매력으로 반전 전개가 펼쳐지는 빨간 모자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Little Red’를 펼쳐보시라.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다양한 시선으로 재해석되면 현대로 전해져온 빨간 모자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 질문입니다.

1. 다섯 권의 빨간 모자 컬렉션을 보면 주인공의 성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가장 공감되는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2. 내가 작가가 되어서 빨간 모자 이야기를 다시 쓴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인물의 성격, 시대적 배경, 이야기 전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구상해봅시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