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이해하는 독서자로 성장하기 위한 수업 방법

[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호민애 서울대사범대학부설중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대표
호민애 서울대사범대학부설중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대표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아라이 노리코)에는 인공지능 로봇의 도쿄 대학 입학 프로젝트가 등장한다.

인공지능 로봇인 도로보군은 상위 20% 성적까지 거두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독해력이 필요한 문제는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도쿄 대학까지는 합격하지 못한다.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공지능 로봇보다도 독해력이 떨어지는 80% 학생들이 존재한다.

진정한 독서가 되려면 학생들이 글의 의미를 능동적으로 탐색하고 자신의 삶, 사회 및 문화적인 맥락과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까지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독서를 하려면 내용을 주입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독서 전략을 시도해보고 능동적으로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독서는 학생들이 더 높은 단계의 독자로 성장하기 위해 독서를 능동적으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글의 중심 내용을 표현하는 비주얼노트를 활용한다면 글의 의미 파악에 초점을 둔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다. 단어 자체가 어려운 책이라면 단어 의미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는 활동도 진행해 볼 수 있다.

또한 비주얼에세이 활동을 진행하면 책과 자신의 삶, 사회 및 문화적 맥락을 연결하는 것을 학생들이 경험해 볼 수 있다.

무엇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게 할 것인지를 성취 기준, 수업 목표, 책의 특성과 연결하여 수업 설계한다면 학생들에게 다양한 독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책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오리여인 저, 시드퓨ㅔ이퍼, 2016) 표지
책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오리여인 저, 시드페이퍼, 2016) 표지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오리여인)는 순 우리말 단어 120개로 이루어진 그림 에세이다.

이 책을 활용하여 비주얼에세이 활동을 진행하면 순 우리말 단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고 자신의 삶과 연결해보는 독서를 경험해 볼 수 있다.

◆활동 방법

1.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를 자유롭게 독서를 한다.

2. 작가는 어떻게 그림 에세이를 표현했는지 살펴본다.

- 단어 자체에서 연상되는 것을 표현한 경우가 있고 단어 뜻 풀이에서 연상되는 것을 표현한 경우가 있다. 3~4개의 작품을 함께 보면서 어떻게 그림 에세이를 표현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3. 자신에 마음에 드는 우리말 단어를 하나 고르게 한다.

4. B4나 8절지를 준비하여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학생이 고른 우리말 단어를 종이 상단에 적게 한다.

5. 우리말 단어나 뜻풀이를 보고 연상된 것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다.

6. 표현한 비주얼씽킹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5~10줄 이내로 작성한다.

7. 완성된 작품을 서로 발표하면서 공유한다.

이후에는 단어를 여러 개 선정하여 자신만의 우리말 사전을 미니 책으로 만드는 활동으로 진행해도 좋다.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는 그림 에세이이고 책 자체가 예쁘기 때문에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는다. 자유롭게 읽도록 안내를 해도 학생들이 관심을 읽는 경우가 많다.

그 다음은 비주얼에세이 활동을 하기 위한 안내가 필요하다.

'쥐뿔'은 아주 보잘 것 없거나 규모가 작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작은 것과 연상된 개미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였고 개미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글로 표현하였다.(자료=호민애 교사)
'쥐뿔'은 아주 보잘 것 없거나 규모가 작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작은 것과 연상된 개미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였고 개미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글로 표현하였다.(자료=호민애 교사)

가장 어려운 것이 단어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하도록 하고 그 부분을 같이 보면서 어떻게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토끼잠’ 이라는 단어는 ‘깊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잠’을 의미한다. 책에는 토끼와 거북이의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토끼잠’ 단어 자체에 토끼가 있기 때문에 토끼와 연상된 그림을 표현했다는 것을 학생들과 살펴보면 된다.

‘버림치’라는 단어는 ‘못 쓰게 되어서 버려 둔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다양한 물건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두루딱딱이'는 여러모로 알맞은 모양이란 뜻이다. 자신이 메타몽과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표현한 비주얼에세이다.(자료=호민애 교사)
'두루딱딱이'는 여러모로 알맞은 모양이란 뜻이다. 자신이 메타몽과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표현한 비주얼 에세이다.(자료=호민애 교사)

단어의 뜻풀이를 보고 연상되는 못 쓰게 되어서 버려 둔 물건을 구체적으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작가가 단어를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했는지를 학생들과 살펴보면서 학생들이 단어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는 과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투'는 두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게, 시간이나 길이가 아주 짧게라는 뜻이다. 학생이 자신의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과 관련된 컴퓨터를 표현하였다.
'바투'는 두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게, 시간이나 길이가 아주 짧게라는 뜻이다. 학생이 자신의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과 관련된 컴퓨터를 표현하였다.(자료=호민애 교사)

초중학생들의 경우는 그 이후 활동도 단계별로 교사가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어를 선정하고 단어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후 자신의 경험을 쓰는 단계를 학생들의 활동 속도에 맞춰 안내를 한다.

고등학생들의 경우는 비주얼씽킹 표현하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리는지 이해한 다음에는 스스로 하도록 안내해도 된다.

이렇게 단어 하나로 활동을 해서 비주얼에세이 활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한 다음에는 자신만의 사전을 미니 책으로 만드는 활동으로 진행한다.

미니 책까지 만들게 되면 학생들이 책을 더 자세히 읽으면서 신중하게 자신만의 단어를 고른다.

미니 책을 만들 때에는 마음에 드는 단어를 임의대로 선정해도 되지만 주제를 갖고 단어를 선정해도 좋다고 안내를 해준다.

주제를 갖고 단어를 선정하게 되면 학생들은 단어들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엮어 나간다. 자신만의 스토리로 엮어 낸 미니 책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어떤 스토리로 연결되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자신이 선정한 단어로 만든 우리말 사전 미니 책.(자료=호민애 교사)
자신이 선정한 단어로 만든 우리말 사전 미니 책.(자료=호민애 교사)

2015 개정교육과정 적용 이후 한 학기 한 권 수업의 도입으로 독서 활동이 수업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책을 읽고 독서 일지 작성, 독후감 작성 중심의 독서 수업이 많이 있다.

비주얼씽킹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의미를 탐색하고 의미를 새롭게 창출하는 수업에도 도전해 본다면 교사와 학생 모두가 성장하게 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