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이미지=이현아 교사)
(이미지=이현아 교사)

코로나로 힘든 와중에도 학기말은 다가온다. 아이들과 학교와 가정에서 한 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 어떤 그림책을 읽어주면 좋을까?

아이들과 학기말에 유쾌하게 이야기의 물꼬를 트면서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여줄 그림책 세 권을 소개한다.

그림책 '엄청난 눈' 표지(박현민, 달그림)
그림책 '엄청난 눈' 표지(박현민, 달그림)

흰 눈의 스케일을 느껴보자 '엄청난 눈'


올해 첫눈이 내린 다음날, 아이들이 학교에 왔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인데도 흰 눈이 쌓인 운동장으로 나가자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겨울을 만끽했다.

마스크를 낀 채로 눈 위를 달리며 발자국을 남기고, 장갑도 없이 차가운 눈을 만지며 까르르 웃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그 순간만큼은 코로나로 힘들었던 마음도 하얀 눈처럼 맑아질 수 있었다.

힘들었던 우리의 한 해를 하얗게 덮어주는 ‘엄청난’ 힘을 가진 눈이 한 권의 그림책 속에 담겼다.

이 그림책은 마치 삽으로 눈을 파고 들어가듯 아래에서 위로 넘기는 판형이다. 책을 펼치면 엄청난 공간감이 느껴지는데, 특히나 흰 눈을 ‘그리지 않고도’ 눈의 실재를 표현한 점이 재미있다.

흰색 바탕 위에 노랑과 파랑만으로 그림을 표현한 덕분에 화면을 꽉 채운 흰 눈의 스케일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마치 카메라를 줌인-줌아웃 하듯 그림책 화면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면서 두 친구의 모습을 리드미컬하게 보여준다.

그러다 절정에 이르면 세로로 길게 이어지는 펼침 면을 활짝 펼치는데, 순간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과연 어떤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까? 쉿, 이건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에서 직접 만나야 한다.

그림책 '괜찮을 거야' 표지(시드니 스미스, 책읽는곰)
그림책 '괜찮을 거야' 표지(시드니 스미스, 책읽는곰)

괜찮을 거야, "너는 잘 해낼 수 있어!"


코로나로 어수선해진 도시에서 작은 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몸을 부비며 일 년을 마무리하던 아이들이 올해는 각자 모니터 앞에 앉아서 온라인수업으로 겨우 얼굴을 본다.

종일 집에만 갇혀서 지내다보면 몸은 자꾸만 축 늘어지는데, 마음은 추운 거리를 떠도는 것처럼 자꾸만 복잡하고 외로워진다.

그 어느 때보다 막막하고 불안한 일 년을 보낸 우리 아이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그림책 <괜찮을 거야>로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면 어떨까.

그림책을 펼치면 춥고 삭막한 도시가 펼쳐지고, 전철 유리창 너머로 한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시끄럽고 복잡한 거리에서 마음 둘 곳을 찾아 발걸음을 뗀다. 거센 눈보라가 온통 거리를 뒤덮어도 아이는 골목의 낮은 자리에서 따스한 구석을 찾아낸다. 쓸쓸하게만 보이는 도시에도 구석구석 온기가 스며있다. 어두운 골목을 지나면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통풍구가 있고, 가시덤불이 가득한 빈터를 지나면 피아노 연주가 들리는 파란 집이 나온다.

아이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떠올리면서 추운 거리에서 발견한 따뜻한 자리에 마음을 둔다. 추운 도시에서 작은 몸집으로 사는 일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아이는 고양이가 자꾸만 애틋하다.

아이가 향하는 발검음의 끝에는 집이 있다. 집에는 아이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따스한 담요와 노란 불빛이 있고,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가 있다. 엄마는 눈보라 속에서 장화를 신고 모자를 쓴 채 코끝까지 빨개진 아이를 꼭 껴안아 준다. 그리고 아이가 건넨 온기에 화답하듯, 폭신한 눈 위에는 고양이의 발자국이 남아있다.

한 해의 끝, 코로나로 인해 도시는 온통 거센 눈보라가 치고 칼바람이 불지만 아이들에게 그림책 마지막 장면을 펼쳐서 이렇게 말해주자.

“하지만 나는 너를 알아. 너는 괜찮을 거야.”

너는 잘 해낼 수 있다고,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올해가 끝나기 전에 아이들에게 따스하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주자.

그림책 '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 표지(엠마 얄렛, 북극곰)
그림책 '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 표지(엠마 얄렛, 북극곰)

그림책 속의 또 다른 편지는 어떤 내용이? '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엠마 얄렛, 북극곰)


코로나로 인해 마음은 꽁꽁 얼었지만 크리스마스는 온다! 아이들과 함께 손 편지를 주고받듯 정겹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한 권 소개한다. 바로 그림책 <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다.

그림책을 펼치면 책 속에 또 다른 책처럼 편지가 들어가 있다. 편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가 직접 쓴 것처럼 정답게 손 글씨가 적혀있는데, 종이가 군데군데 불에 탄 것처럼 구멍이 나고 까만 재가 묻어있다. 어찌나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는지 직접 만져보면 손에 까만 그을음이 묻어날 것만 같을 정도.

편지를 읽어보면 중요한 부분에 구멍이 나서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산타는 요정과 북극곰과 루돌프에게 편지를 보내서 우리의 주인공 에이미에게 보낼 선물을 소포로 받는데, 번번이 엉뚱한 선물이 도착한다.

이대로 크리스마스를 망쳐버릴 순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

그림책 마지막에 이르면,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무릎을 탁 칠만큼 기가 막힌 선물이 탄생한다. 어떤 선물인지 궁금하다고? 올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기 전에 아이들과 그림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보시라.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코로나로 힘들었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아이들과 따스하고 유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 질문입니다.

1. 그림책 <엄청난 눈>을 읽다보면 커다랗고 노란 물체가 등장합니다. 그림책을 넘기기 전에 아이들에게 질문해보세요. 이 물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자유롭게 예상해보세요.

2. 춥고 어수선한 한 해의 끝, 이 도시에는 다양한 사람과 동식물이 함께 공존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림책 <괜찮을 거야>를 읽으면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은 대상을 떠올려봅니다. 사람이나 동식물, 누구에게라도 좋습니다. 내가 전하고 싶은 위로의 말을 들려주세요.

3. 그림책 <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를 읽으면서 내가 만약 산타라면 에이미에게 어떤 선물을 전해주었을까요? 그림책 마지막 장면을 펼치기 전에 아이들에게 질문해보세요. 기발한 발상과 신통방통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