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운위 안건 상정 요건 '교원 또는 학부모 찬성율 50%'
설문 마감 이틀 전 학운위 열려..."교원 찬성율만으로 개최 요건 충족"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서울 경원중학교 혁신학교 지정 논란으로 혁신학교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난 7일 학교 앞에 모인 학부모와 주민들의 부적절한 행위 및 지나친 대응만 부각되면서 이렇게까지 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다른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내용, 특히 혁신학교 지정 신청 과정의 이야기를 통해 모두가 공감할 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위한 학교운영위원회 공모 신청(안) 상정 절차.(자료=서울시교육청 2021.3.1자 서울형혁신학교 공모·지정 계획 일부 편집 및 캡처)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위한 학교운영위원회 공모 신청(안) 상정 절차.(자료=서울시교육청 2021.3.1자 서울형혁신학교 공모·지정 계획 일부 편집 및 캡처)

경원중학교가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하며 절차를 어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가정통신문을 통한 설문조사 마감 전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 상정해 신청을 결정했으며, 대면 설명회 없이 가정통신문을 통한 안내와 설문만을 실시한 것 등이 논란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라 앞으로 혁신학교 지정 시 이 부분이 쟁점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7월 10일 서울시교육청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2021.3.1자 서울형혁신학교 공모 지정 계획’에 따르면, 학운위에서 공모 신청(안)이 통과된 경우 공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혁신학교를 신청하려면 교원과 학부모 동의율 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으며, 학운위 개최는 교원 또는 학부모 동의율이 50% 이상일 경우 가능하다.

경원중학교는 8월 24일~9월4일까지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 대상 찬/반 설문을 실시했다.

<에듀인뉴스>가 정경희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교원 62명 중 50명이 찬성, 80%의 동의율을 기록했다.

또 9월4일 마감한 학부모 설문에서는 981명 중 710명(72.4%)이 참여했으며 495명(69.72%)이 찬성했다.

그러나 혁신학교 신청을 결정한 학운위는 9월 2일 열렸으며 이때까지는 636명(64.8%)이 참여, 439명(69.03%)이 동의했다.

수치상으로 학운위 상정 조건은 충족됐지만, 개표 마감 전 학운위를 개최해 신청을 결정한 게 적법한 절차였는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절차 문제 없다" Vs 학부모측 변호사 "교원만 동의하면 학부모 의견은 사실상 필요 없는 규정"


서울시교육청은 절차 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원과 학부모 대상 찬/반 설문 조사는 의무사항이지만 학운위 개최를 위한 요건은 둘 중 한 쪽의 동의율이 50%를 넘으면 되는 것”이라며 “교원 동의율이 80%이기에 학운위 개최 요건은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명회 역시 필요사항은 아니고 서면 심사 평가 항목일 뿐”이라며 “심사 시 설명회 및 연수 실시 여부와 구성원 동의율에 따라 가점·감정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설명회는 권고 사항이며 방법 역시 대면 설명회가 아닌 연수형, 컨설팅형, 토론회, 온라인 공모설명회 등 학교 자율적 결정으로 가능하다는 것.

서울시교육청 자료에도 공모설명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에서 결정 운영 가능하며 신규지정 대상학교는 학교별 공모설명회 운영을 '권장'했다.

이를 두고 학부모 측 조정현 변호사는 애초 혁신학교 지정 신청에 학부모 의견은 필요하지 않도록 만든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정현 변호사는 “교육청 말대로라면 애초 학부모 의견은 필요 없는 것이다. 교원이 혁신학교를 하겠다고 하면 학부모는 따라야 하는 것이냐”며 “규정 대로라면 학부모에게 안내를 안 할 수도 있다. 말도 안 되는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e알리미로 설문결과 개표 시 학부모 참관 없이 관리자만 확인...서울시교육청 "참관 의무사항 아냐"


특히 개표시 교원 또는 학부모 대표 참관 하에 개표하도록 되어 있으나 e알리미로 개표 결과를 확인하면서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투명하게 하라는 취지일 뿐 참관이 의무사항은 아니다”라며 “e알리미 시스템은 보안 하에 관리되고 있어 관리자만 집계하도록 되어 있어도 투명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측 조정현 변호사는 “e알리미 자체가 로그인 시스템인데 어떻게 무기명이 될 수 있냐”며 “관리자는 학교 측 사람인데 투표 결과에 대해 학교에서 원하는 것만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겠냐”고 불신을 표했다.

또 “양쪽이 같이 개표에 참여해야 시시비비에 대한 다툼이 예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공모 계획 어디에도 의무와 비의무 사항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없다. 절차를 진행하며 학교가 임의로 빼놓고 문제되면 의무 사항 아니라고 하는 가”라고 꼬집었다


가정 통신문 안내 내용 부실, 학생대표 의견 듣도록 한 학운위 규정 위반 등도 문제 제기


공모 설명을 위한 가정 통신문 안내 내용의 부실함과 학교운영위원회 규정 위반도 문제로 제기했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공모 설명 시 ▲운영 목적 ▲추구 가치와 철학 ▲운영 사례 ▲추진 과정 및 운영 관련 질의 응답 및 협의 ▲예산 운영 방안 등을 안내하도록 되어 있으나 가정통신문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

또 학운위 규정에 학생의 학교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을 심의할 때에는 ▲학생 대표 등을 회의에 참석하게 하여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단, 학생 대표 등이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때는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는 등 필수 사항으로 정해져 있다.

조 변호사는 “가정통신문에는 운영 사례도 없고 운영 목적, 추구 가치와 철학 등이 없다. 질의·응답 및 협의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생의 의견을 필수로 듣게 한 학운위 규정도 위반했다.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에듀인뉴스>는 설문 조사 마감 전 학운위를 개최한 이유와 가정통신문 내용 부실 등 지적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경원중학교 교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아래는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가정통신문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다.

안녕하십니까? 본교의 교육 발전을 위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는 학부모님께 감사드리며 가정에 기쁨과 평안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본교는 2019~2020학년도 2년간 지역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을 지원받아 마을결합중점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 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였고, 마을과 연계한 수업을 진행하여 배운 것을 학생의 삶에 익히도록 수업을 운영 하여 왔습니다. 무엇보다 학교 단위 거버넌스를 통해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학교를 운영 하여 왔습니다. 내년부터는 마을결합중점학교가 마을결합혁신학교의 이름으로 변경되지만, 현재의 교육과정과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예산 지원 규모가 커지면서 자유학년제, 동아리, 마을결합형 융합수업 지원 등 학생들의 교육 활동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선생님들의 의견은 동의율 80% 이상으로, 힘든 여건 속에서도 학생의 교육력을 높이고 미래 교육 비전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2021.3.1.자 마을결합혁신학교 공모 신청>에 대한 학부모님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설문을 하오니 반드시 참여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Ⅰ. 공모 개요

□ 공모 내용 : 마을결합혁신학교

마을결합혁신학교 - 학생, 학부모, 교원, 지역사회 주민이 힘을 모아 학생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학생친화학교 이자 지역사회 친화학교

□ 공모 목적

o학교-마을의 긴밀한 협력으로 학교교육력을 높이고 공교육 역동성 강화

o마을결합형교육과정 운영 활성화를 통한 학생의 주체적 성장 지원

□ 운영 기간 : 4년(2021. 3. 1. ~ 2025. 2. 28.)

□ 예산 지원 : 매년 77,000천원(신규지정교 57,000천원 + 서울시예산 20,000천원)

Ⅱ. 기대효과

□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자치구가 함께 참여하고 지원하는 마을결합혁신학교 운영을 통해 한 아이도 빠짐없는 학생 성장을 위한 학교-마을 협력체제 모델 제시 및 일반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