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희의 교육원정대] 비행기 만들며 운전한 교육계...코로나, 무엇을 남겼나
[박석희의 교육원정대] 비행기 만들며 운전한 교육계...코로나, 무엇을 남겼나
  •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
  • 승인 2020.12.26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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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교사는 교육 전문가로 교육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배웠지만 그 누구도 교육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교육이라는 절대반지를 찾기 위해 뜻이 맞는 동료들을 모아 교육원정대를 결성해 모험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박석희 선생님과 함께 떠나보실까요?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학교는 미래가 배양되는 곳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실험들은 작으면서도 거대하다.

학교는 미래 사회의 경제를 성장시키고 민주주의를 지킬 미래의 시민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기르고 문화를 전수하고 창조하는 공간이다.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에 국권이 침탈되고 민족 자체가 소멸할 위기에 놓여있을 때도, 선조들은 올바른 교육으로 학생들이 배우고 자란다면 언제든지 다시 나라를 되찾고 좋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많은 학교를 짓고 자녀들을 보냈다.

그렇게 탄생한 세대들이 터무니없을 만큼 무기와 병력에서 밀리는 전쟁에서 싸워 나라를 지키고 아무 기반이 없는 잿더미에서 경제성장을 이루어내고 권위주의적 통제와 억압 아래에서 민주주의를 진전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는 같은 인간의 외부적 침략이 아닌 인간이 아닌 존재의 공격으로부터 교육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먼저 온갖 정치적 협상의 폐기장이라 불릴 만큼 잡다한 것들이 모이는 학교에서 학교 본연의 역할을 할 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변별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전쟁 영화는 수없는 인명이 희생되고 물질적 문명, 정신적 문명이 처참하게 파괴되는 장면들을 연출하여 오히려 일상의 반복 속에 우리가 잊는 휴머니즘과 문명의 보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처럼 갑자기 닥쳐온 세계적 전염병은 사회의 각 핵심 기관들이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부분들 외의 것들을 철저히 정지시키면서 필요 없는 부분을 상당부분 덜어내게 하는 효과가 있기도 했다.


코로나가 가져온 학교의 변화..."불필요한 과업 삭제, 현장 대처 능력 증명"


학교의 경우를 살펴보면, 불필요한 행사가 많이 줄었다.

학생들의 추억과 정서적 성장, 교실 밖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위한 체험학습이 줄어 안타까운 면들도 있었지만 각종 단체와 기관으로부터 학교 현장에 무책임하게 던져지곤 하던 무의미한 보여주기 식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되어 그 시간에 학생들의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올해처럼 무리하게 진도를 빼지 않으면서 여유 있게 수업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없어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던 해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코로나로 인한 교육계의 변화를 ‘비행기를 만들면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항상 변화에 둔감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을 들었던 학교는 놀라울 정도의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당장 비대면(non-contact)이라는 새로운 조건에서 수업할 것을 요구받은 선생님들은 바로 클래스팅, 구글클래스, e학습터, EBS 온라인 클래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연구하고 줌, 구글미트 등 원격수업에 필요한 툴로 원격수업을 준비했다. 사비를 들여가며 웹캠과 마이크, 삼각대를 산 선생님들도 있었다.

선생님들은 동영상 편집프로그램으로 자신만의 인터넷 강의를 만들기도 하고 원격수업 틀의 기능들을 활용해 대면수업을 대신하는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3분의 1 등교와 함께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혼합한 수업(blended learning)을 진행하며 이에 적합한 활동과 자료들을 구상하고 실천사례들을 공유했다.

비록 성의 없이 유튜브 동영상만을 공유하거나 학생들을 가정에 방치하는 눈살 찌푸려지는 사례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관료적 규제와 권위주의적 통제가 급격한 전염병의 혼란 속에 갈피를 전혀 잡지 못할 때 현장이 얼마나 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 격차 확인..."해소 방안 찾아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는 여유가 있고 부유한 사람들보다는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깊은 타격을 주었다.

위생적으로 충분히 관리될 수 있는 근무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과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환경을 무릅써야 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다.

셧다운과 경제적 폐쇄 속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여러 사회적 보호망의 혜택을 입는 이들은 비교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어떤 질병은 사회의 진보와 수평적인 개혁에 기여하기도 했으나, 이번 질병은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를 크게 벌여놓았다.

이는 교육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비대면 수업이라는 조건은 교사에게만 도전이 아니었다. 그것은 학생들과 그 학생들을 부양하는 가정들의 도전이기도 했다.

코로나가 야기한 경제의 불안정은 가정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학생들의 성장에 악영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코로나로 가정불화와 가정폭력이 늘어날수록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떨어진 환경에서 그대로 그 악영향을 받아내야만 했다. 충분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가정의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차이는 비대면 수업에서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가정의 차이 외에도 잠재적인 학습능력을 가지고는 있으나 자율적 학습태도를 미처 형성하지 못한 중위권 학생들의 경우엔 대면환경과 같은 교사의 보살핌과 지도를 받지 못해 대거 하위권으로 몰락하고 학습의 단절과 결손을 겪기도 했다.

질병으로 촉발된 사회의 위기들은 집요하게 각 가정과 개인들의 약점을 치고 들어왔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우리가 모르던 교육적 자산 확인했지만...과제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교육의 자산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한 해이기도 했다.

대규모 학급 속에서 다양한 친구와 어울리는 사회화의 경험을 하지 못하고 도시적 환경 속에서 충분한 사교육의 혜택을 받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 받던 시골의 소규모 학교들은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정적으로 등교 수업을 제공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의 충분한 보살핌을 받으며 정상적인 수업과 다양한 활동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고 관리되지 않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습의 단절과 결손을 겪지 않았다.

소규모 학급은 방역에 필요한 충분한 거리 확보를 가능하게 했고 적은 수인만큼 교사들의 세심한 방역지도 역시 이루어질 수 있었다.

다양한 수업이 이루어지는 소규모 시골 학교들은 방역이 가능하고 교사의 충분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전하게 자랄 수 있는 새로운 교육 모델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국의 교육 1번지로 강남, 목동, 분당, 판교가 꼽히고 나머지 지역은 획일화된 기준 아래 뒤처지고 낙후된 곳들로 여겨지던 이전의 시각에서 코로나는 우리가 외면한 현장 속에서 묵묵히 좋은 역할을 하고 있던 공교육의 자산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180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32만명 이상이 사망한 미국에선 지금 확산 일로의 판데믹 탓에 교사들이 모자라 난리라고 한다.

갑자기 많은 역할이 주어지고 혼란이 가중되는 환경 속에서 교사들은 큰 정신적 불안정과 스트레스를 겪었다. 이로 인해 많은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거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휴직을 신청했다.

때로 교사들은 코로나의 확산에도 무리하게 등교 개학을 감행한 끝에 감염되어 격리되기도 했다. 이는 교사들의 대량 결원으로 이어졌다. 지역 주민들의 학교 교육에 필요한 만큼 선생님들을 확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지역에서는 소수의 교사들이 교육청 소속으로 교육구 안의 여러 학교를 순환 근무하기도 하고 교사 자격이 없는 성인들로 교사 결원을 채우고 있다고 한다.

교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없어 갓 대학에 들어간 20대 초반 청년들이나 고등학교 졸업 자격만 있는 이들에게도 약간의 보수교육만 제공한 채로 바로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 전쟁터에 병력이 부족해 약간의 훈련만 제공하고 바로 전투에 투입하던 장면들이 생각난다.

이로 인해 진짜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던 이들이 지도 계획과 준비도 없는 채로 20~30명의 학생들이 있는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과 혼합형 수업에 들어가게 된다.

애리조나와 미시간주  등 생활 여건에 비해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에서 교사들의 노임이 싼 시골 지역에 이르는 폭넓은 지역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해당 지역에서의 교사 수급의 불안정은 학생들의 학력을 크게 저하시켜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달하고 학생들의 수가 점점 줄어듦에 따라 교사들의 사회적 역할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는 때가 있었다.

그러나 전염병으로 인한 교육의 새로운 위기는 학교가 무엇인지, 교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새롭게 던지고 있다.

학교와 교사들이 평소와 같이 기능하지 못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학교와 교사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부재가 깊어질수록 위기 속에 더 크게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이들의 고통은 더욱 길어지고 극복하기 힘든 장애로 이어질 것이다.

학교 교육이 계층사다리를 넘어 사회적으로 위기와 불리함을 안고 가는 이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기고 제 역할을 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 학생들을 보호하고 길러주는 것이라는 본질로 돌아갔을 때 우리는 위기를 넘어 새롭게 더 나아진 교육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기사

Margaret Spellings, “Covid-19’s Painful—and Essential—Lessons for America’s Schools”, the Wall Street Journal, December 14th, 2020, https://www.wsj.com/articles/covid-19s-painfuland-essentiallessons-for-americas-schools-11607961600

Valerie Bauerlein and Yoree Koh, “Teacher Shortage Compounds Covid Crisis in Schools”, the Wall Street Journal, December 15th, 2020, https://www.wsj.com/articles/teacher-shortage-compounds-covid-crisis-in-schools-11608050176.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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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쓰 2020-12-26 18:02:42
교육원정대라는 칼럼이름이 재미있습니다^^ 기사내용에 공감하며 진지하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