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6. 국민형성교육의 목표와 내용①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문명은 포스트모더니즘 사상, 세계화, 지능정보화 등의 영향으로 끊임없이 흔들려왔다. 적지 않은 현대인들은 1968년 프랑스 학생운동 이후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모든 차이는 차별이며, 모든 금지함을 금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제는 코로나로 더 많은 것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급물살에 휩쓸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로 나아가는 중이다. 미군장갑차, 광우병, 세월호 등 사고를 정치 사건화 하는 못된 버릇은 촛불시위로 정점을 찍었다.

결과적으로 나라는 남녀, 갑을, 계층, 노사, 지역, 좌우, 남북, 해양과 대륙 세력의 갈등과 분열로 대혼란의 와중에 있다.

시민혁명, 과학혁명, 산업혁명은 국민국가에서 국민이 형성되어야 나라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일러준다.

나폴레옹 치하에서 신음하던 독일민족에게 피히테는 독일인의 특성과 우수성을 일깨워주려고 노력하였다.

전교조 창립 이후 계속된 이념교육은 종합적이고 체계화되었으며, 최근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강화되고 있다.

전교조의 이념을 현장에서 구현한다는 혁신학교에서는 ‘참교육, 민주시민교육, 계기교육, 학생인권, 사회적 경제, 탈핵, 환경, 평화, 페미니즘, 역사바로알기, 노동, 통일, 세월호 잊지 않고 행동하기, 518 계기수업’ 등으로 학생들의 정신을 사로잡는다.

이들에게 국민교육을 맡겨두어도 괜찮을까? 유초중고대학을 통해 좌파사상을 가진 사람을 기르고 있다는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쉬는 게 아니라 노는’ 대졸자도 46만8000명이란다. 자멸하는 나라가 아닌가 할 정도로 세계 최저 출생률을 보이는데, 남녀간 갈등도 심하여 젊은이들은 반려동물은 키워도 직업, 연애, 결혼, 출산, 육아 등은 포기한다. 이래도 괜찮을까?

지난 24차례 동안 칼럼을 쓰면서, 학교교육은 모든 학생들에게 성, 계층, 지역 등에 관계없이, 유·초·중학교에서는 그 어떤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초, 기본, 생활, 교양교육을 균등하게 실시하고, 고교부터는 각 집단별로 심화, 특수, 전문, 직업 교육을 차별이 아닌 차이에 따라 학생 맞춤형 진로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교육으로 ‘개인’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달에 도움을 받는다.

사실 현재 학교교육의 대부분은 ‘개인’의 성장과 발달, 속되게는 ‘출세’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어쩌면 개인 출세용 공부는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을 교육해야 할까? 현재 국민형성교육은 공백 상태이거나 혼란 상태 아닌가?

국민국가의 성숙한 국민형성을 위한 교육의 공백 상태.(이미지=홍후조 교수)
국민국가의 성숙한 국민형성을 위한 교육의 공백 상태.(이미지=홍후조 교수)

우리는 일제와 ‘독재’ 정치의 영향으로 국민형성교육을 마치 독약을 마시는 것처럼 여긴다.

내 나라가 굳건하게 발전하는데 필요한 국민적 소양을 키우는 것을 왜 나쁜 일로 여기는가? 국민을 키우는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국민들의 이념적·사상적 공백을 무엇이 채우는가?

국민의 80%가 문맹 상태였던 미군정기에 여론조사를 했더니 80% 정도가 공산·사회주의 국가가 되었으면 한다고 대답했다. 공산·사회주의자들이 어리숙한 국민을 대상으로 그런 나라가 되면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꾀인 것이다.

다행히 자유민주정, 자유시장에 눈을 뜬 건국의 아버지들에 의해, 그리고 6.25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그 허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80%가 해방과 독립(광복, 건국)을 구별하지 못하고, 언제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국가는 국민, 국토, 주권, 정부로 구성됨에도, 현 대통령은 1919년 상해 임정 수립을 건국으로 보자고 하지 않는가?

심지어 좌경화된 정부기관에서는 6.25 전쟁에 대한 조사 내용과 관련하여 상당수가 ‘남침’을 남한이 북한을 침략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즉 반공의식을 흐리는 결과를 발표했다.

반공을 말하면 시대착오적이고 색깔론이라고 치부하며, 나라의 기둥이 무너지는 것을 모른 체한다.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그런 것을 올바로 알리려고 하면 ‘누굴 가르치려 드느냐!’하고 역정을 낸다. 참으로 가관이다.

우리 역사 5000년에 외침을 받은 횟수는 무려 938번이란다. 평균으로 5.3년마다 한 번씩 외침을 받은 셈이다. 왜일까? 이 땅의 숙명적인 지정학적 위치와 이를 전략적으로 선용하지 못한 위정자와 국민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문명의 발달은 계속되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함으로써 이루어진다'라고 이야기한 아놀드 토인비는 민족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재난을 당하고도 대비하지 않는 민족, 재난을 당해야만 준비하는 민족, 재난을 당하지 않고도 미리 대비하는 민족’, 그중에서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가?

유성룡이 집필한 ‘징비(懲毖)록’은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임진왜란 전란사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으로 미리 준비해서 다시는 임진왜란 같은 비극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호소했으나, 별다른 준비 없이 병자호란을 겪었고, 급기야 조선은 안으로는 부패하여 망했고, 밖으로는 무능한 왕과 신하들은 대한제국을 일제에 팔아넘겼다.

이렇게 나라가 2중으로 패망한 것이 불과 100여 년 전이다.

'독립정신'은 이승만이 한성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1904년 저술한 책으로 당시 대한제국의 문제점과 주변 열강의 움직임 및 대학제국 사람들이 해야 할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위 책은 해방이후 다시 간행한 책이다.(이승만, 활문사, 1946)
'독립정신'은 이승만이 한성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1904년 저술한 책으로 당시 대한제국의 문제점과 주변 열강의 움직임 및 대학제국 사람들이 해야 할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위 책은 해방이후 다시 간행한 책이다.(이승만, 활문사, 1946)

1904년 러일 전쟁이 발발하자, 왕정을 폐하고 민주공화정을 세우려던 이승만은 한성감옥에서 대중계몽서 <독립정신>(1904년)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나라가 독립을 지키려면 ‘첫째, 대외개방을 통해 통상을 넓혀야 한다. 둘째, 서양의 앞선 신학문을 익혀야 한다. 셋째, 국제정세를 읽고 외교를 잘 해야 한다. 넷째, 주권을 소중히 여겨 지켜야 한다. 다섯째, 국민의 도덕 수준을 높여야 한다. 여섯째, 자유를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탁견은 오늘에도 유효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오늘날 이 나라에 이 책을 읽은 이가 몇이나 될까?

50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민이 ‘종’이 아니라 자유, 자주 독립적인 개인으로 우뚝 서서 그 창의로 나라가 발전하게 되었다.

이를 처음으로 우리 민족에게 심어준 이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었다. 이를 방해하는 공산세력에 대항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반공을 역설하여 국민의 정신을 성공하는 쪽으로 무장시켰다.

5000년 만에 처음으로 가난과 굶주림으로 보릿고개를 넘지 못하던 국민에게 ‘잘 살아보세’라는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을 불러일으킨 것은 부국 대통령 박정희였다.

우리는 이승만 박정희 시대를 겪으면서 자유민주정의 사상적·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였고, 1987년 개헌으로 새 출발을 하였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은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폄하하고, ‘헬북조선’으로부터의 위협은 백안시한다.

정치적으로 과잉독재에서 과잉민주화로, 경제적으로 과잉성장에서 과잉분배로, 사회문화적으로 과잉획일화에서 과잉다원화로 나라가 기울어지고 있다. 위정자들이 국민을 하나로 모으지 않고 좌우와 노사와 영호남으로 분열시키는 책동을 일삼고 있다.

우리나라로 유입된 외국인은 300만명 이상이 되었고, 사회주의권으로부터의 인구유입도 넘쳐난다. 북의 온갖 위협에 우왕좌왕하고, 중공이 자기 줄에 서라는 훈계에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다.

우리는 부국을 이루었으되, 강병을 하지 못하여 오늘날에도 주변국들에게 의해 종종 능멸당하고 있다.

충무공은 죽기를 각오해야 산다고 했으며, 이승만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북한주민을 압제로부터 해방하고 장차 통일을 이루려면 힘을 길러야 하는데, 혼란과 분열로 국력이 쇠퇴하고 있다.

오늘날 학교교육은 혼란에 처해있다. 학생 인권과 행복이라는 미명 하에 교사들은 학생들을 ‘수련’시키기를 그만두었다. 방종과 경쟁, 각자도생이 심각하여 협력과 배려는 사라지고 있다. 교육에서 기율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자식을 사랑한다면 매를 아끼지 말라는 성서의 교훈도 있지만,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어 학생에 대한 훈육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돌이켜야 한다.

국민국가의 국민은 국민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국민교육이 없는 국민국가는 모래성이다. 국민이 형성되지 않은 나라는 혼란, 갈등, 분열로 쇠약해지고 스스로 망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성숙한 국민을 길러내야 한다. 국민의 실력을 길러야 한다. 국민의 체력, 지력, 선한 의지를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 ‘21세기 국민교육헌장’이 필요하다.

국민 형성 교육의 7대 과제.(이미지=홍후조 교수)
국민 형성 교육의 7대 과제.(이미지=홍후조 교수)

우리나라 국민형성교육은 ▲첫째, 헌법정신과 건국정신을 되새김으로써, ▲둘째, 크게 왜곡된 한국근현대사 교육을 바르게 세움으로써, ▲셋째, 엄혹한 국제관계와 국제정세를 올바로 인식함으로써, ▲넷째, 세계관이 판이한 그래서 성패의 길이 분명히 갈리는 좌우파를 대조해봄으로써, ▲다섯째, 남과 북의 실상을 대조하고, 먼저 북한주민을 압제로부터 해방하고 장차 통일을 이루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궁리해봄으로써, ▲여섯째, 애국심을 키우는 교육활동과 호국 현장을 탐방해봄으로써, ▲일곱째, 청소년들이 장차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 것인지 국가와 세계의 비전을 밝혀봄으로써 가능해질 수 있다고 본다.

논자에 따라서 다른 시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 필요성이 시급한지라 식견이 부족한 필자라도 우선 이렇게 제시하여 하나씩 탐구해보고자 한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