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감으로서 바라는 것들

[에듀인뉴스] 신축년 새해 여러분들이 바라는 올해 교육 소망은 무엇인가요. 각자의 위치에서, 전문 분야에 따라 원하는 것도 다르겠지요? 에듀인뉴스는 새해 우리 교육에 대한 여러분의 소망을 함께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2021년 새해에는' 코너를 1월 한 달간 진행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올 한해! 다 함께, 만들어 갑시다."

[에듀인뉴스] 신축년 새해 2021년을 맞이하였다. 매년 그렇듯이 새해 아침에는 남다른 개인적인 각오를 다진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은 학교 조직의 관리자로서 맞이하는 새해의 다짐과 설계로 변화하였다.

이는 학교 교육을 위한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기에 매년 새로운 연도를 맞이하는 심경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오를 다지고 결심을 새롭게 하는 것은 스스로 삶의 궤적을 냉철하게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2017년 여름, 교감 자격을 취득한 이후 교감 직무를 준비하던 시기나 발령 이후 실제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교감이란 직책은 생각보다 훨씬 책임과 고난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위치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것은 초⋅중등교육법 제 20조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교직원 임무에 명기된 기본 역할 이상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직무적으로는 소위 ‘팔방미인’이란 말처럼 학교 조직의 어느 부분에도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이 중책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직무수행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 교직원과의 인간관계임을 인지하게 된다. 결국 교감은 학교 조직에서 인간관계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임무를 부가적으로 수행하는 직책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그렇다. 교감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일반직원과의 인간관계 여부에 따라 학교 교육의 성패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래서 필자의 집무 공간에는 인간관계를 우선순위로 3가지 원칙을 고수하는 슬로건이 부착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상호존중, 학생 성장, 전문성 향상’이란 교육철학의 반영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교감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업무를 조정하며 관리하는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요구한다. 교사는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교육활동을 수행하기에 온갖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예컨대 학교에서의 하루는 그냥 지나치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학생 교육과 관련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긴장의 연속이다. 이를 교사와 함께 해결하는 것은 남다른 전문성, 열정, 사랑, 에너지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교사 개개인의 성향과 그에 따른 업무,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일이 가장 중재하고 해결하기가 어렵다.

특히나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를 맞이하여 달라진 교육 현장은 기대 외의 업무가 새로이 발생하여 일찍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여기서 기본적으로는 업무상의 관성적 사고의 틀을 넘어야 한다. 그래서 항상 상호 갈등의 불씨가 도사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책은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늘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기에 역지사지하는 마음과 공감은 상호존중의 출발점이 된다. 이는 고등학교 교감으로서 바라는 2021년 신축년의 가장 중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아울러 성공하는 학교 교육을 위해 몇 가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나의 삶이 타인의 삶에 거울이 되는’ 교육자가 되길 바란다.

교원의 품위 유지 의무는 언제, 어디서나 항상 준수할 행동 지침이다. 또한 감정이 메마른 채 현실에 압도당해 살아가는 직업인이기보다 타인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교육자가 돼야 한다. 관리자는 관리자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말이다. 이는 교육자는 그냥 있는 것(exist)이 아니라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하는(present)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방안으로 교육자는 매일 ‘거울 들여다보기’를 제안한다. 거울 속에 비친 교육자의 얼굴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따르고 본받고자 하는 표징이 되기 때문이다.

교사는 매일 정신노동의 힘든 과정을 겪기에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생활지도가 힘든 요즘은 특히 그렇다. 직업적 가면인 페르소나(persona)는 배우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야 할 교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둘째, 학생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가시고기’와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여기엔 학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바탕이 된다.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은 그 수혜자들인 학생에게 인간적인 성장과 함께 교육성과 또한 크다. 인류의 역사는 이를 수없이 증명하고 있다. 

교사는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 나보다 나은 제자를 키우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

이제 학교 교육은 경쟁해서 남보다 우월하게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게 배우고 날로 성장하는 행복한 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청소년기에 겪은 행복이 성인기의 미래의 행복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의 보람과 긍지를 느끼기 위해선 아낌없이 베푸는 사랑으로 존경받는 교육자가 탄생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강요나 주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믿는다. 

셋째, 학생에게 학원가라고 말하지 않는 교사가 되길 바란다.

오늘날 공교육에 실망한 학부모는 어려서부터 자녀를 학원으로 내몬다. 학교에서조차 교사가 학원가라고 말하는 것은 공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적 낭비다. 

학생 성장은 바로 교사가 학교에서 책임지겠다는 각오와 열정에서 시작된다. 교사가 걷는 길, 사도(師道)는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는 대한민국 해병대의 강인한 정신과 자긍심을 수반해야 한다.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 이것이 학교가 추구해야 할 고유의 역할이라 믿는다.

넷째, 학생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교사이길 바란다.

오늘날 자연의 파괴를 일삼는 인간의 물질적 욕망과 탐욕이 자연생태계를 붕괴시켰듯이 교육생태계의 붕괴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상호 간의 예절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인사는 먼저 보는 사람이 건네는 것이 예의다. 학생에게서 먼저 인사를 받겠다는 의식이 꼰대가 되는 출발이고 구시대적 발상이다. 학교에 예절을 지키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다는 것은 교육생태계의 복원을 알리는 표상이다. 

다섯째, 학생들과 함께 진실한 눈물을 흘리는 교사가 되길 바란다.

10년 전, 아프리카 남수단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아무리 환경이 열악해도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교육받고 성장하였지만 자신들에게 학교를 지어 배움의 길을 활짝 열어주고 국가적인 내란 상태에서 총을 잡는 대신에 연필을 잡고 배움의 길을 걷게 해주었으며 음악 밴드를 만들어 아름다운 음악의 하모니를 느끼게 해 준 한국의 이태석 신부의 죽음에 대해서는 예외적이었다.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감정, 그리움과 감사의 표현인 눈물을 억제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주룩주룩 흘렸다.

이제 인간에게서 사라져가는 가장 순수한 감정의 발로인 눈물이 메말라 감을 과거 걸프전의 영웅이었던 노먼 슈와츠코프 장군의 말처럼 인류의 재앙으로 여겨야 한다.

학생들과 함께 진실의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감성적인 교사를 이 시대는 필요로 한다고 믿는다. 

여섯째, 자기계발을 지속하는 교사가 되길 바란다.

전직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한국의 교육을 보라’며 우리의 높은 교육열과 교사의 수준을 맘껏 부러워했다. 실제로 최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이 교직에 입문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우수한 인재들의 요람인 교직에서 고인 물이 썩지 않도록 갈고 닦는 부단한 연수로 전문성 함양이 이어져야 한다. 

관리자는 이를 적극 권장하고 기회를 제공해야 함은 물론이고 또한 더욱 솔선수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교육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은 변함없이 유효한 교육의 속성이라 믿는다. 

필자의 이러한 제언들이 비록 부분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 교육이 진정한 교육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사, 학생, 학부모라는 교육공동체 간에 따뜻한 인간관계의 회복이 우선이다. 

학교 교육에 관한 각종 민원이 난무하고 학교 교육을 불신하는 요즘은 그 자체만으로 국가의 불행이고 아픔이다. 지금은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다시금 교육생태계를 복원하여 즐겁게 배우고 상호 존중하며 보람과 긍지 높은 우리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각자의 위치에서 신뢰하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교육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되살려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길을 가는 학교 현장은 2021년에도 몹시 힘들 것이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시금 ‘상호존중, 학생 성장, 전문성 함양’이란 슬로건으로 우리 교육이 더욱 밝은 빛을 발(發)하고 희망을 쏘아 올리는 신축년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