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경찰, 의심신고 2회 이상 접수 가해자 즉시 분리" 명
아동 부모와 분리 사유 경찰이 직접 증명해야 해 분리 어려워
교사노조 "학부모가 학대자인 경우 신고 교사 노출 사례 빈번"

왼쪽부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황보승희 국민의힘 청년의힘 공동대표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생후 16개월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정인이 방지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처벌 강화 위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 현장에서는 시스템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와 온도 차가 큰 상황이다.  

5일 국회 교육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따르면, 여야가 정인이 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법사위에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을 우선 처리하기로 뜻을 모은 것. 

현재 국회에는 '정인이 사건' 관련 개정이 필요한 관련법은 3~4개 정도인 것으로 확인된다. 관련 법안은 40건 가량 제출돼 있고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의원도 있다. 이들 법안 대부분은 처벌 강화와 보호조치 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민주당에서는 서영교 의원이 아동학대방지3법 일명 ‘정인이3법’을 발의한 상태며, 권칠승 의원도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웅래 의원은 '아동학대 무관용 처벌법' 발의를 예고했다.

국민의힘 청년의힘 공동대표 김병욱·황보승희 의원은 이날 아동학대 방지4법, 이른바 '16개월 정인이법' 발의하고,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병욱 의원은 “16개월 정인이의 짧은 삶이 헛되지 않도록, 제2,3의 정인이가 없도록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막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며 “많은 의원들의 초당적인 협력과 해당 상임위의 조속한 심사로 하루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 장기간 학대에 의한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를 종합 판단해보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명백하다”며 “청년의힘은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 되어있는 공소장을 변경해 살인죄로 처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이 사건 가해자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일 오후 4시 현재 23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세 차례 신고에도 집으로 돌려보내..."경찰이 직접 아동 분리 사유 증명 어려워, 신고 의무자 보호 대책도 필요" 


그러나 교원단체는 처벌보다 경찰 수사가 어려운 이유와 신고 의무자인 교사가 신고로 인해 오히려 부당한 처우를 받게되는 현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교사노조는 “정인이 사건의 경우 어린이집 교사, 소아과 의사,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 등 세 차례 신고에도 경찰 조사 단계에서 피해 아동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현행법상 경찰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두 번 이상 접수되면 피해아동을 가해자로부터 즉시 분리해야 하지만 아동 분리 사유를 경찰이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증거가 나올 수 없는 아동학대 특성상, 부모와 분리를 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아동학대 신고 전반에 대한 구체적 지침과 신고의무자 적극 보호 정책도 촉구했다.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학생 보호와 안전을 위해 경찰이나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객관적 증거가 없어 수사 접수가 되지 않는다면 학생이 더 큰 피해를 입을까 하는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동학대 신고 대상이 학부모인 경우, 학부모 민원과 보복성 대응으로 인해 신고에 위축을 겪거나 신고 이후에도 각종 폭언이나 협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아동학대 신고 지침은 더욱 세부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신고 의무자 보호 대책 역시 중요한 부분이며,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경남에서는 아동학대 신고 후 신상이 노출돼 몇 달 동안 학부모에게 시달렸으나 보호받지 못했다. 신고한 교사는 결국 견디다 못해 병 휴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재 경남교사노조 대변인은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를 학교폭력 사안처리하는 과정에서 신고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의 재정비를 통한 철저한 대책 수립에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