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에 심취(深醉)하다'

[에듀인뉴스] 속뜻풀이 한자칼럼
 深 醉
*깊을 심(水-11, 5급) 
*취할 취(酉-15, 3급)

‘심취하여 정신을 못 차리다’와 ‘문학에의 심취’, 이 두 ‘심취’가 서로 다른 뜻임을 알자면 한자로 써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먼저 ‘深醉’에 대해 잘근잘근 뜯어보자. 

深자는 ‘(물이) 깊다’(deep)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 ‘물 수’(水)를 의미요소로 썼다. 오른 쪽의 것이 발음요소임은 堔(땅이름 심)도 마찬가지다.

醉자는 ‘술독 유’(酉)와 ‘죽을 졸’(卒), 두 의미요소가 합쳐진 것으로 졸(卒)하다, 즉 ‘죽다’(die)가 본뜻인데, ‘취하다’(get intoxicated)는 뜻으로도 쓰였다. 너무 취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인 듯. 

深醉(심:취)는 ‘술 따위에 몹시[深] 취(醉)함’을 이르며, ‘마음[心]이 취(醉)한 듯, 어떤 것에 깊이 빠짐’을 이르는 ‘心醉’와 혼동하기 쉽다.

수심은 술로도 풀 수 없는가 보다. 약 천년 전에 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수심에 애끊어져 취하지도 않네, 술 넘기기 전에 눈물부터 앞서누나!”(愁腸已斷無由醉, 酒未到, 先成淚) - 范仲淹(989-1052).

● 성균관대 명예교수 전광진 / <속뜻사전>(앱&종이) 편저, <우리말 속뜻 논어>, <우리말 속뜻 금강경> 역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