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 등 연계 창천초중 통합이음학교 추진 학부모 반대에 보류
전남교육청 통합학교 공청회서도 문제 제기 "법적 근거 실체 없는 학교 개선부터"
현장 "주제중심 교육과정 운영, 교장·교감·행정실장 공모, 교사초빙제 도입 등 필요"

(사진=창천초등학교 홈페이지 일부 캡처)
(사진=창천초등학교 홈페이지 일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첫 초중 통합학교 모델인 창천초중의 통합이음학교 운영이 무산됐다. 인구감소에 따른 소규모 학교의 운영 효율화를 위해 추진했지만 학부모 및 일부 교원의 부정적 시선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면서 다른 지역의 통합학교 운영 사례 검토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2일 “창천초·중을 통합이음학교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학부모들이 학교폭력 등 우려를 보내와 잠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창천 초중이음학교를 개교할 계획이었지만 학부모 반발로 무산된 후 개교 시점으로 올해 3월로 미룬바 있다. 

통합이음학교로 지정되면 최대 10억원의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선도학교 및 자율학교 지정 등 각종 혜택이 지원되지만 끝내 학부모의 벽을 넘지 못했으며, 특히 일부 교원들의 공감대도 얻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의 실체가 없는 학교?...초중통합학교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국내에서 통합학교 추진이 20년이 넘었지만 아직 통합학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업무 추진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합학교에 근무하는 교원들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무현 구례원천초조산동중 교감(중등)은 지난해 12월 전남교육청이 개최한 ‘미래형 통합운영학교 추진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해 “통합학교는 근거 법률과 규칙이 미흡해 학교의 실체가 없는 학교”라고 지적했다.

학교의 종류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는 통합학교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법 제30조에 '초중고의 시설 설비 및 교원 등을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임의 조항으로 되어 있다.

이로 인해 명칭, 직인, 재정배분, 인사, 시설관리, 교육과정 운영, 학교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

주 교감은 “통합학교를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학교 유형으로 추가하고 교육청은 통합학교 관리 지침 등을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계교육과정은 갈등 요소 내재..."주제중심 통합교육과정 운영으로 방법 찾아야"


실제 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갈등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려는 통합이음학교의 경우 초중 연계교육과정을 핵심으로 하고 있기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장경원 금당초중학교 교사(초등)는 “통합운영학교는 하나의 울타리에 있지만 학교급별로 다르게 또는 일부만 같은 모습으로 각자 운영되고 있다”며 “통합운영학교가 경제 논리와 효율성 측면을 강조하다 보니 교육적 합목적성과 효과성을 주목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학생의 생활과 배움을 중심에 두지 못하는 형식적 통합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제중심 통합교육과정 운영이 통합운영학교만의 특색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어연극, 통일교육, 기악합주, 등 주제중심 다학년 교육과정은 학년 간 학생 역량에 따른 역할 분담을 통해 이끌면서 배우고 보면서 배우는 데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학생 대상 초등 수학 학습 부진 해소 방과후 학교, 초등학생 대상 체험형 중학 수학 방학 캠프 같은 학력 밑다짐 프로그램도 가능하다”며 “통합운영학교만의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무현 교감 역시 “창의적체험활동, 외국어 및 예체능, 방과후 학교 등은 연계 통합해 운영하면 작은 학교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입학·졸업식 통합, 체육대회·축제 공동 대최, 체험활동 상호 연계로 더 즐겁고 효과적인 활동 가능했다. 예술 체육 특색 프로그램은 효율적 교육이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무현 구례원천초조산중학교 교감이 지난해 12월 전라남도교육청이 개최한 '미래형 통합운영학교 추진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해 초중통합학교 근무 경험을 전하고 있다.(사진=전남교육TV 캡처)
주무현 구례원천초조산중학교 교감이 지난해 12월 전라남도교육청이 개최한 '미래형 통합운영학교 추진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해 초중통합학교 근무 경험을 전하고 있다.(사진=전남교육TV 캡처)

법에 꽉 막힌 복수자격제도 개선,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 대폭 확대해야


통합학교 운영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교사 자격이 제시되기도 했다. 특히 법과 교육과정 문서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민준 전남도의원은 “시설·설비·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이 아닌 통합운영학교만의 가치와 비전이 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초중등 복수 자격제 도입, 자율학교 교육과정 기준에 상응한 교육과정 운영 기준 등이 필요하다. 통합운영학교 교육과정 연구개발센터 설립, 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장치로 통합운영학교가 독립적 체제로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무현 교감은 “교육청 차원에서 현직 교사 대상으로 초중 복수자격증 취득 자격연수를 실시해야 한다”며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에듀인뉴스> 칼럼을 통해 “법 개정은 안하고 협동적으로 통합 운영하라고 권고만 하면 현장은 근본적으로 잘 돌아가지 않는다”며 “근본적으로 학제나 교사자격제 등을 이대로 두게 되면 소기의 교육기회를 보장할 수도, 교육의 질적 향상도 꾀하기 어렵다. 관련 법규부터 개정해 복수 학제가 가능하도록 학제나 교사자격제 등을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참조)


교육은 결국 교사의 몫..."공모제 도입과 근무 교원 인센티브 필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통합이음학교에 부정적 의견을 낸 교사도 있어 인사관련 인센티브가 필요해 보인다.

주무현 교감은 “관리자나 교사들은 통합운영학교를 이해하고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지만 현재 통합학교에 대한 사전 연수나 준비과정이 상당히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며 “초중교원 역량 강화와 인식 변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공모제를 통한 교장·교감·행정실장 배치와 교원초빙제 도입, 10년 이상 장기 근무, 근무 수당 지급, 근무 가산점 부여 등 정책을 제안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실제 통합운영시 NEIS 통합도 안 되는 등 실무적으로 풀어갈 문제가 많아 교사들의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다른 학교 운영 사례를 통해 학부모, 학생, 교직원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살피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교직원은 새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다”며 “모험을 즐기고 적극성을 띠는 교원에게 그들이 원하는 연구 및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통합이음학교, 학교 인력은 어떻게 운영되나


창천초 홈페이지에 따르면 창천초는 학생 수 121명, 교원수 16명, 행정실 및 교육공무직 포함 19명 등 총 34명의 인력이 운용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통합운영학교로 운영하면서 이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교장과 행정실장은 각 1명씩 운영하게 되어 있어 전보 등을 통해 학교를 옮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통합이음학교로 개교하는 강서한빛초중학교의 경우 초등에서 교장을 맡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통합이음학교는 통폐합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초중 연계교육과정만 추진되는 것”이라며 “각각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므로 인력 축소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006년 이미 출생률이 1명 미만(전국 평균 2018년)으로 떨어졌으며, 2021학년도 취학 인원은 5만9000명대로 추산, 처음으로 5만명대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