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餘命) 19세] "How young are you?"...우리의 삶은 얼마나 남았나
[여명(餘命) 19세] "How young are you?"...우리의 삶은 얼마나 남았나
  •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 승인 2021.01.12 17: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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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본 인생

[에듀인뉴스] 평균수명이라는 용어 대신 '기대수명' 혹은 '기대여명'이라는 용어 사용이 늘고 있다. 여명은 수명이 다하는 날을 기점으로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역산하는 용어로 삶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철학에 더 닿아 있다. 남자의 평균수명 80세를 기준으로 하면 나의 여명은 올해 19세다. ‘여명(餘命) 19세’를 맞은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와 함께 소소한 일상사를 통해 회고형 수명 나이가 아닌, 미래 준비형 '여명' 나이를 염두에 두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삶, 주위에 짐이 적게 되는 삶을 만들어 가보면 어떨까.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학급경영연구소 소장으로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실력의 배신, 최고의 교수법 외 10여권의 책과 100여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500여 편의 칼럼과 500여 회의 각종 강연에 나섰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학급경영연구소 소장으로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실력의 배신, 최고의 교수법 외 10여권의 책과 100여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500여 편의 칼럼과 500여 회의 각종 강연에 나섰다.

나이를 묻는 영어 표현은 “얼마나 늙었니?(How old are you?)이다.

이 질문은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서부터 늙어가는 존재, 그러다가 늙음이, 엔트로피가 극에 달하면 소멸하는 존재로 간주하는 관점에 터한 것이다.

만일 죽는 것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라면 이 생의 마지막 날은 새로 태어나는 날, 즉 0세가 되는 날이 될 것이다.

우리말은 죽는 것을 ‘돌아간다’고 표현하고, 나이는 ‘먹는다’고 표현한다.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남아 있는 나이는 점차 줄어든다. 즉, 어려지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나이를 묻는 영어 표현으로는 “얼마나 젊니?(How young are you?)”가 더 맞지 않을까.

평균수명(平均壽命, life expectancy)은 사람들이 몇 년까지 살 수 있을 지를 추정하는 기대치다.

기대수명은 통계 발표 연도 ‘0세의 출생아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생존연수(0세의 기대여명)’를 의미한다(e-나라지표, 2019).

같은 의미를 가졌지만 기대여명은 수명이 다하는 날을 기점으로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역산하는 용어여서 평균수명이라는 용어와는 초점이 서로 다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포스터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포스터

2008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맡았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가 있다. 이 영화는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0년대에 쓴 단편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피츠제럴드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 “인간이 80세로 태어나 18세를 향해 늙어간다면 인생은 무한히 행복하리라”에서 영감을 얻어 충동적으로 써내려갔다고 한다(다음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 영화는 1860년(0살/70살)에 70살 노인의 외모를 지니고 태어나 1930년(70살/0살)에는 갓난아기로 어려져 생을 마감하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벤자민은 희긋희긋한 머리와 하얀 수염을 가지고 태어났고, 노인의 몸과 정신연령 때문인지 아이들보단 오히려 할아버지랑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장난감이 아닌 백과사전 읽기를 좋아했으며, 아빠의 시가(담배) 상자에서 시가를 꺼내서 자주 피웠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는 갓난아기가 되어 아기 침대에 누워 지낸다. 지난 세월의 기억을 모두 잃고 마지막에는 하얀 빛이 되어 사라진다(나무위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대한민국 남자의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하면 내 여명(나이)은 올해 스물이다. 이렇게 글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20대 청년이군요! 좌충우돌하는 도전의 나이...”라는 댓글을 달아주었다.

벤자민처럼 우리 모두도 육신과 정신이 어려져 결국에는 하얀 빛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생에서의 여명이 0세가 되는 날이 바로 저생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그날일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헤아리는 과거 회고형의 수명 나이가 아니라 남아 있는 날들을 헤아리는 미래 준비형의 여명 나이를 염두에 두고 살자.

물론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매일 어려지는 벤자민의 삶은 마크 트웨인이 말한 것처럼 ‘무한히 행복’한 삶은 아니었다.

박범신은 소설 '은교'에서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절규한다.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께서 늘 입에 달고 사시는 말씀이 있다.

“살아보니 사람 늙을 것 아니더라.”  “나이 들고 보니 맛있는 것도, 즐거운 것도, 좋은 것도 없더구나”  “너무 오래 살 일은 아닌 것 같다”  “늙는다고 몸과 정신이 이렇게까지 이상해질까 싶다.”

아마 혼자 살고 계셔서 더 그러시는 것 같다.

여명을 헤아리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남은 시간동안 가능하면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삶, 주위에 짐이 적게 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더 욕심을 낸다면 이 세계를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는 고통이 어머니의 산통만큼은 크지 않기를 기도하며 사는 것이리라.


참고 자료

나무위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https://bit.ly/37qFrqx 

다음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1489#none

-e-나라지표(2019). 기대수명(0세 기대여명) 및 유병기간 제외 기대수명(건강수명)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758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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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2021-01-13 10:16:46
생각을 주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대유 2021-01-12 18:05:12
신선한 발상 뭉클한 감동, 울림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