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의 시대와 교육] “지구가 세월호여서는 안 된다”
[박용성의 시대와 교육] “지구가 세월호여서는 안 된다”
  • 박용성 시대와교육연구소 대표
  • 승인 2021.01.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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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배낭에 담을 ‘세계 시민성’이 없다⑤

[에듀인뉴스] 나는 1980년, 그 해를 살았다. 그게 역사가 된 것은 훨씬 뒤에 알았다. 나는 2020년을 살고 있다. 올해가 새로운 역사가 되리라는 예감이 강렬하다. 시대와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드디어 백신이 나왔다. 하지만 지구인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코로나19는 이름만 바꾸어 또 올 것이다. 인류가 이런 방식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이런 방식으로 돌림병이 일상이 되는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경고를 듣는 것은 섬뜩하다.

그러다 보니, 살 만큼 산 어르신도 가엾어 보이지만, 살날이 많이 남은 아이들은 더욱 가엾어 보인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생존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행복을 위한 세팅에서 생존을 위한 세팅으로 우리 삶의 배경이 되는 장치를 전혀 다르게 리셋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다.

조용히 해, 입 다물어, 떠들지 마, 자세 바르게 해 등등으로 그 말이 변주되고 있지만, 다들 같은 말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그렇다면 그런 줄로 알고, 주면 주는 대로 받으라는 메시지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 다 죽는데, 다시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세월호가 한 번 더 침몰하고 있다


세월호 이후 몇 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304명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지 말라며, 공소시효 안에 진상을 규명하고, 저 뻔뻔한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겨울 칼바람 속에 더욱 간절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세월호라는 배가 ‘한 번 더’ 침몰할 것만 같다. 그것이 괴롭다. 

…아, 그날. 6만몇천 톤이나 되는 그 배가 침몰하기 전에, 아이들을 구조할 수 있었던 시간이 1시간 35분이나 남아 있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제때 제대로 된 탈출 명령만 내렸다면, 아이들 모두가 아무 일 없이 구조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해 놓고, 정작 선장과 선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잽싸게 살길을 찾아 도망쳤다. 구조하러 왔다는 해양경찰은 침몰하는 배 주위를 빙빙 돌기만 했고, 오히려 구조하러 온 UDT 대원들과 민간 잠수사들을 가로막았다. 그러고서 그런저런 일들과 함께 지옥도가 지금까지 펼쳐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이었다. 2학년이면 수학여행을 가는 학년이다. 수학여행을 가다가 나도 아이들도 그렇게 될 수 있는 학년이었다.

그래서일까, 배가 그렇게 침몰하고, 그렇게 아이들이 수장되고 나서, 교실은 어이없음과 노여움과 서글픔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학교 일과만 끝나면 중심가에 차려진 합동 분향소에 가서 친구들을 추모하는 일을 도왔다. 일은 어른들이 저질러 놓고 뒤치다꺼리는 아이들이 한다는 생각에, 고마우면서도 몹시 미안했다. 

그런데 얼마 뒤, 아이들의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의 봉사활동 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관계기관의 통보를 받고, 아이들을 불렀다. 자초지종을 듣고 나더니, 아이들은 하나같이 안 된다고 했다. 이러려고 한 것이 아닌데, 떠난 친구들에 대한 염치가 아니라며 아이들이 다들 손사래를 쳤다. 사람으로서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미안하면서도 몹시 부끄러웠다. 

반복해서는 안 될 일을 반복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 역사라면, 세월호는 아프게 기억해야 할 지난 역사다. 아니 현재 진행형의 아픈 역사다. 그 역사를 기억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목숨이라는 너무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304명의 아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는가. 

푸코가 말했던가. 누군가 달을 보라고 하면 달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사람을 보아야 한다고. 저 사람이 내게 왜 달을 보라고 하는지, 달을 보라고 하는 저 사람의 노림수가 도대체 무엇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람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위기시대의 시민 교육이고, 이것을 지구적으로 확대하면 세계시민 교육이다. 지구촌의 모든 아이에게 생존의 길을 모색하게 할 대안교육으로, 시민 교육을 아니 세계시민 교육을 불러들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구라는 배가 침몰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곳 여수에서 산 지 40년이 다 되었다. 겨울이 되어도 눈을 보기가 힘든 곳, 따뜻한 남쪽 나라다. 그런데 며칠 동안 눈이 흩날리고, 며칠째 기온은 영하권이다.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던 지난겨울과는 달리 ‘역대 가장 추운 겨울’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이곳마저 며칠 동안 북극 한파가 점령하고 있다. 

지난여름 긴 장마와 올겨울 이 긴 한파는 형제자매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라는 재앙을 몰고 온 호모사피엔스가 낳은 일란성 쌍둥이다. 지난 100년 동안 호모사피엔스가 지핀 화석연료로, 지구는 달구어질 만큼 달구어졌다. 급기야 북극의 얼음마저 녹아내리고, 갈 곳 없는 북극의 찬 공기가 아래로 덮치면서 이곳까지 엄습한 것이다. 

생각하느니, 지구라는 배를 보면 왠지 세월호의 악몽이 떠오른다. 하지만 세월호는 아이들을 구조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시뮬레이션이라도 하였지만, 지구가 침몰하고 나면 아무도 시뮬레이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두 사라지고 난 다음에 누가 그 일을 하랴. 그런데도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은 그냥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들은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  

하지만 세상이 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그래서는 안 되는 곳이 하나 있다. 그게 학교다. 다들 그냥 그렇게 관성에 자기 몸을 맡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는 전혀 다르게 말하고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전혀 다르게 행동해야 하는 곳이다. 아니, 전혀 다르게 가르치고 전혀 다르게 배워야 하는 곳이다. 

이미 유네스코는 ‘모두에 대한 존중 가르치기(Teaching Respect for All)’와 ‘더불어 사는 방법 배우기(Learning to Live Together)’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전혀 다른 가르침과 전혀 다른 배움의 핵심 가치가 담겨 있다.

교사가 ‘모두에 대한 존중’을 온몸으로 보여주면, 학생은 스스로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전혀 다른 가르침이요 전혀 다른 배움이다. 그것이 코로나 시대, 기후위기 시대에 수행해야 할 세계시민 교육의 요체다. 

위기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바꾸고 ‘세계’를 바꾸어야 한다.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가 허약하듯 ‘나 없는 세계’는 허망하고, ‘민주주의 없는 민주주의자’가 허망하듯 ‘세계 없는 나’는 허약하다.

나와 세계, 세계와 나는 동시적으로 바꾸어져 한다. 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나’의 의식을 새롭게 조직해야 하고,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나들’이 연대하고 협력하고 실천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계속)

박용성/시대와 교육 연구소 대표. 책을 쓰며 우리 시대의 교육을 다시 디자인하고 싶어서 시대와 교육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스토리텔링, 스토리두잉으로 피어나다’ 등 열 몇 권의 책을 썼다. 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에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라는 영상강의를 올려놓았고, 브런치에 ‘시대와 교육’이라는 작가명으로 ‘시에서 꺼낸 토론주제 30’과 ‘생각을 이끄는 120가지 이야기’ 등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탑재를 위하여 ‘한국어 수업’이라는 큰 제목으로 ‘한국어 문법’, ‘한국어 문학’, ‘한국어 독서’ 등 또 다른 책을 쓰고 있다.eraedu21@gmail.com
박용성/시대와 교육 연구소 대표. 책을 쓰며 우리 시대의 교육을 다시 디자인하고 싶어서 시대와 교육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스토리텔링, 스토리두잉으로 피어나다’ 등 열 몇 권의 책을 썼다. 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에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라는 영상강의를 올려놓았고, 브런치에 ‘시대와 교육’이라는 작가명으로 ‘시에서 꺼낸 토론주제 30’과 ‘생각을 이끄는 120가지 이야기’ 등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탑재를 위하여 ‘한국어 수업’이라는 큰 제목으로 ‘한국어 문법’, ‘한국어 문학’, ‘한국어 독서’ 등 또 다른 책을 쓰고 있다.eraedu21@gmail.com

박용성 시대와교육연구소 대표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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