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개인 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Alfred W. Adler 1870~1937)는 신뢰란 ‘믿어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즉, 서로를 신뢰해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어 주는 것에서 신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말처럼 가슴에 와 닿는 말이 있을까? 

원래 신뢰는 서로 거짓 없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깊게 공감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믿어주는 과정에서 생긴다. 이는 매우 평범한 말이긴 하지만 신뢰가 주는 영향력은 사회 곳곳에서 우리에게 미치는 힘이 매우 크다 할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사와 학부모 간의 상호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학교 현장의 사례를 중심으로 다시금 숙고(熟考)해 보고자 한다. 

다음의 간단한 사례를 살펴보자. 학교에서는 청소년기에 학생들이 자주 다투는 일이 발생한다. 어느 날 두 학생이 다투더니 서로 상대방 잘못이라고 주장이 팽팽하다. 교사는 당연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평소 교사의 말을 잘 듣는 학생에게 좀 더 믿음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교사와 학부모와의 관계도 이와 유사하다. 학생이 부모에게 친구와의 다툼을 말했을 때 평소에 교사와의 신뢰를 형성한 학부모는 교사가 잘 해결을 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자기 아이도 잘못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경우 문제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교사의 생활지도를 믿고 해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처럼 학부모와 교사 간의 불신이 심화된 시기는 이런 일이 좀처럼 드물다. 아이 싸움이 부모 싸움으로 확대되고 교사의 지도를 문제 삼아 갈등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또 다른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교우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학생 A, 학부모는 자녀의 이런 상황에 “교사가 뭐하는 건지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고 공격한다. 학생 또한 “선생님도 딱히 나를 위해 주거나 도와주지 않았다”고 불평한다. 이에 학부모는 더욱 불신의 골이 깊어간다. 여기서 문제는 학부모가 자녀의 말에만 귀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교사는 객관적인 상황 전달과 그간의 대처 과정, 지도 내용을 안내하고 가정에서 협조하고 지원할 사항을 제안해야 한다. 신뢰 회복의 열쇠는 누구에게 있을까? 학부모의 불안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은 교사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교직은 전문직이라 하지 않는가. 학생의 모든 것을 문자로 보내는 학부모 B, 자신의 메시지에 이렇다 할 답변이 없자 자녀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여 교사를 오해하고 학교를 불신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평소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면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도 선도위원회를 거쳐 보다 크게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단체생활에서 휴대폰 제출 규정을 어긴 학생 C, 그는 학교생활의 부적응으로 고생하면서 학교가 공부 잘하는 아이는 봐주면서 자기는 휴대폰 적발로 학교에서 처벌하려 한다고 왜곡해서 학부모에게 전달한다. 이에 자녀를 무시한다고 생각한 아버지가 학교를 찾아와 학교를 엎어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나중에 규정을 어긴 자녀의 행동을 자초지종 듣고 난 후 자신의 오해를 깨닫고 사과를 한다. 이는 상호 신뢰가 형성되지 못한 극단적인 사례이다. 

학생 D, 그의 엄마는 매사 “엄마가 책임질 테니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가정교육을 한다. 이에 질세라 학생은 평소 자기주장만 펼치고 타 학생과의 관계에 빈번하게 문제가 노출된다. 이런 경우 심하면 학교에서 폭력에 연유된 자녀를 무조건 감싸고 돌아 교사의 말을 믿지 못하고 결국 자녀와 교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처럼 신뢰 여부에 따라 동일 사안도 학부모의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자녀가 교사에 대해 불평할 때 학부모는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이때 교사에게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는 학부모와 교사가 이상하고 자기 자녀를 미워한다고 생각해서 작은 일도 큰 문제로 만드는 학부모가 있다. 여기엔 바로 학부모와의 신뢰 형성이 관건이다. 

학부모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다.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지 않으면 자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고, 자녀의 적응과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학부모가 교사를 불신하면 정상적인 교육활동은 어렵다. 매사 교사의 교육활동에 트집을 잡고 곧바로 학교장이나 교육청으로 민원을 제기한다. 교사에겐 ‘마른하늘에 청천벽력’ 같은 결과를 낳는다. 학부모의 비협조적인 반응이나 강력한 민원 제기는 학생의 성장과 학교 교육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때 교사의 에너지는 분산되고 따라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자녀를 위해 벌인 문제 제기와 갈등이 오히려 자녀에게 독이 됨을 뒤늦게 깨닫는 것은 학부모의 불신이 초래하는 냉엄한 결과다. 

신뢰를 통한 문제 해결의 사례도 있다. 교사 A, “학생들은 이런 일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합니다. 아이들끼리 해결하도록 잠깐 물러서서 기다려 주죠”라고 요청하자 이를 믿고 무난하게 해결을 한 경우가 있다. 

교사 B, 학생이 문제행동을 보일 때, “제가 학생에게 하는 말과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 저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선언하여 이 말을 믿고 지지해준 덕분에 문제를 해결한 경우가 있다. 

수업 방해를 자주 하는 학생의 담임교사 C, 학부모와의 기본적인 신뢰 관계로 인해 학부모가 오해하지 않고 문제를 공감하면서 문제 해결의 주체로 교사를 인정해주어 반복되는 학생의 수업 방해 행동을 고친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교사가 학부모와 신뢰를 쌓는 노하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학급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평소 학생들의 교육활동의 모습을 전한다. 여기엔 학생들의 일상과 학교 안내 사항 등을 전달하며 또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진솔한 모습과 긍정적인 생각이 담겨있어야 한다. 

둘째, 전화와 문자를 통해 학부모와의 소통한다. 학부모가 알아야 할 학생의 특별한 행동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문자 메시지가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니 시간이 확보되면 전화로 하는 것이 좋다. 

셋째, 학부모에게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질문을 활용한다. 예컨대 “○○이의 좀 더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이런 약속을 했는데 가정에서도 연계될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을 런지요?”라고 질문하여 학부모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다. 이는 교사가 학부모를 가르치려 한다는 오해를 방지할 수 있으며 학부모의 의지로 교사와 함께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넷째,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마련한다. 예컨대 간담회나 개인 상담 시간을 활용하여 교육 내용, 친구 관계 중재, 생활 교육, 교사의 교육철학을 함께 나누며 학부모의 고충을 공유한다. 이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의 과정을 증대하는 것이다. 

다섯째, 학기 초부터 학부모와의 신뢰 형성 종합 계획을 설계한다. 이는 분기별로 학부모 학교 교육 참여를 자극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교사의 교육 철학과 학생에 대한 마음을 담아 언제나 학생을 생각하고 더불어 학부모와 소통하려는 교사의 노력을 전달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학부모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잘 기억했다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보여주어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참고문헌> 신건철⋅정재석⋅안미영⋅왕건한⋅이상우(2020), 극한 직업, 선생님을 부탁해, 테크빌교육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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