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 흑백논리로 활성화되는 수업혁신 정책의 한계①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 2021년 새해에는 혁신이 무한대로 풍년인 우리의 수업 현장이 대면 비대면 할 것 없이 조금씩 안정되기를 바래본다.

왜냐하면 수업 혁신 정책의 진정한 목적은 지속가능한 혁신이란 이름으로 밑도 끝도 없이 진행되는 ‘교단의 불안정성 추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역설이게도 수업 혁신의 지향점은 ‘교사의 균형 감각을 갖춘 질 개선된 안정된 수업 문화 창출’이라는 ‘교육의 보수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좌파 우파의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는 단순한 보수 진보로서의 보수적 개념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현재 수업현장에는 2015개정교육과정 연착륙을 위한 수업혁신 슬로건들이 차고도 넘친다.

교사주도를 넘어 학생주도, 가르침 중심 보다는 배움 중심 수업, 결과중심평가 보다는 과정중심평가, 일제 식 강의식보다는 다양한 협력학습, 지식보다는 역량, 경쟁보다는 협력, 지필평가 보다는 수행평가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어떤 것도 완벽한 정책이 없음을 볼 때 크게 잘못된 정책들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슬로건들을 들여다보면 특이한 공통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용어들이 이데올로기적 특유의 사고방식인 선과 악 또는 참과 거짓이라는 이원적 대립관계가 작동되는 슬로건이라는 점이다. 교사의 가르침 중심 수업은 악이고 학생의 배움 중심 수업은 선이다, 결과중심의 지필평가는 거짓이고 과정중심의 수행평가는 참이다, 경쟁은 악이고 협력은 선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대응 논리다.

한마디로 이 수업 방법은 되고 저 수업 방법은 곤란하고 이 평가 방법은 되고 저 평가 방법은 곤란하다는 혁신 정책 용어들이다.

교육의 균형 감각을 기반으로 한 교사 전문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양자택일식의 획일적 주입을 활성화시키는 혁신 정책의 자기고백 슬로건들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수업과 평가 방법을 선택할 지는 전적으로 수업 전문가인 교사가 결정한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주입될 수도 없고 더더군다나 주입되어서도 안 되는 것들이다.

수업에 대한 통합적 균형 감각을 갖춘 교사는 자신이 가르쳐야 할 교과 주제의 맥락을 파악하고 교사 주도로 갈 것인가 학생 주도로 갈 것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한다.

평가 또한 마찬가지다. 도달해야 할 성취기준의 유형에 따라 학생의 학습 성취도를 결과 중심의 지필평가로 실시 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심화된 평가 방법인 지식과 기능과 태도 전체를 아우르는 수행평가 방법으로 실시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교사의 몫이다.

수업과 평가 전문성은 교사의 전문성 영역 중에서도 원탑에 속하는 두 영역이다. 학생의 발달 단계와 교과 특성을 고려하여 교사가 수업과 평가에 대한 권한과 독자성을 타인의 침해 없이 행사 할 수 있는 전문성 기반의 권리이기도 하다.

교사가 교사 주도를 하든 학생 주도를 하든 결과평가를 하든 과정평가를 하든 수업과 평가 방법은 전적으로 교사가 판단해서 선택해야 할 교사 고유의 몫이지 혁신 슬로건에 의해 함부로 밀어 부쳐 지고 주입될 일은 아니란 의미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취하고 지필보다는 수행을 취하라는 식의 획일적인 정책 주입은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해도 교사 전문성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대단히 불쾌한 정책이다.

현재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여 지고 있는 학생주도나 배움중심, 과정중심평가등의 이분법적 혁신 논리들은 얼핏 보면 무언가 혁신스러운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업과 평가의 기준을 통합적 균형적 관점으로 이동해서 깊이 들여다보면 기존의 정책과 달라진 점은 하나도 없다.

한 쪽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폄하시키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한 쪽의 가치만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혁신 전이나 후나 여전히 반쪽짜리 수업과 평가 전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법이 오른쪽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왼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식이다.

가르침과 배움, 교사주도와 학생주도, 결과평가와 과정평가 어느 한 쪽도 완벽한 개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쪽이 이상적인 방법인 것처럼 포장되고 선택되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주입되는 정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혁신의 대상이 되는 지점이다.

정책의 기준이 객관적일 때 흑백논리나 양자택일의 이분법적 논리는 참과 거짓을 따지는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분법적 대응관계로 만들어진 현재 수업혁신 정책 슬로건들이 현장 수업과 평가에 대해 참과 거짓을 구분해주기 위한 정책인가 하는 점이다.

백번 양보해서 ‘배움 중심과 학생주도수업 과정중심평가는 참이고 교사주도와 가르침중심 결과중심평가는 거짓이라는 논리가 어느 정도라도 증거가 가능하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다.

수업과 평가에서 교사 주도의 가르침중심 수업과 결과중심 평가는 과연 거짓이고 악인가.

혁신 슬로건들이 유행한 뒤로부터 수업과 평가 전문가라고 하는 현장 교사들은 매 순간 갈등한다.

학생참여형 수업과 과정중심평가 슬로건 정책이 교사의 수업과 평가 전문성을 폭넓게 지배하면서 교사의 질 좋은 가르침 중심의 수업과 결과중심 평가의 가치까지가 한순간에 축소되고 저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 성격과 학습 주제에 따라 핵심개념과 원리를 재야하는 지필평가를 실시하고 싶어도 교사 스스로가 과정중심평가 슬로건에 지배되고 갇히다 보니 모든 학습의 평가를 수행평가로 재는 웃지 못 할 해프닝들이 연출되고 있다.

교육부 훈령 제 348호인 ‘학교 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의 별표 9인 ‘교과학습발달 상황 평가 및 관리’의 1- 다항은 ‘교과학습의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한다’로 평가의 두 영역을 정확하게 강제하고 있다.

‘다만 교과목 특성상 수행평가만으로 평가가 필요한 경우는 시도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수행평가만으로 실시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초등의 지필평가를 폐지한다는 지침은 교육부 훈령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필평가를 하는 교사는 과정중심평가 슬로건에 의해 어떤 근거도 없이 평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적폐 교사라는 문화가 암묵적으로 활성화 되어 있다.

이분법적인 혁신 슬로건 정책에 의해 지필이냐 수행이냐 결과냐 과정이냐가 교사들에게 강제 주입되고 있는 초등의 기형적 평가 문화의 현 주소라 하겠다.

법적 고시문서인 교육과정보다는 혁신 슬로건이 위세를 떨치는 혁신 정책의 한 단면이라 볼 수 있다.

#2편에 계속됩니다.

송미나 한국유초등수석교사회장/ 광주 대반초 수석교사
송미나 한국유초등수석교사회장/ 광주 대반초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