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여행, 내 인생 최고의 사치’라는 말을 카톡 프로필에 종종 적어놓곤 한다. 내겐 여행이 가장 큰 가치로 다가온다. 여행이 주는 추억과 위로 때문이다. 여행은 떠나기 전의 설렘과 여행하는 동안의 즐거움, 다녀온 후의 오랜 추억으로 인해 두고두고 내 인생을 충족시켜 준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못 가게 되니 자유롭게 여행 다니던 시절이 더더욱 그립다. 여행을 다시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을 때까지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고, 그간 정리해 보지 못했던 여행 정보를 하나 둘 챙겨보고자 한다. 특히 학교생활에 지친 교사들과 여행을 함께 얘기해 보고, 그 경험을 교육과 연결 지어 보면서 같이 성장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계절’이라고 답하고 싶다.
특정 계절에 가면 더 좋은 여행지들도 있고, 똑같은 여행지라도 계절에 따라 볼거리나 먹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처럼 추운 계절이면 떠오르는 여행지가 있으니 바로 ‘포항’이다.
겨울여행은 시리도록 쨍하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고 해가 늦게 뜨는 계절이라 일출을 볼 수 있어 좋다.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음식이 있다면 금상첨화. 포항은 일출이 아름다운 호미곶이 있고, 겨울의 별미 과메기의 고장이기에 겨울여행지로 추천한다.
경상도에서 떠난다면 이른 아침 출발하는 당일치기 여행을 할 수 있고, 그 외 지역이라면 1박2일 여행을 해야 한다.
내가 추천하는 여행 코스는 ‘호미곶(국립 등대박물관) → 구룡포항(일본인 가옥거리) → 죽도시장’이다.

호미곶(국립 등대박물관), "일출을 손에 담아 볼까?"
간절곶에 밀려 늘 2등으로 해가 뜨는 곳이지만 일출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여행 코스를 짤 때 일출을 보려면 이른 아침 호미곶에 갔다가 구룡포항으로 가면 되고, 일출과 상관없이 바다 구경을 한다면 동선상 구룡포항에 먼저 갔다가 호미곶에 가면 된다.
호미곶에는 새천년 기념공원과 등대박물관이 있어 자녀와 함께 간다면 둘러보기에 좋다.
호미곶에는 ‘상생의 손’이라는 커다란 손 모양 조형물이 있다. 그 위로 해가 떠오르는 찰나에 사진을 찍으면 멋있다.
호미곶에서는 봄이면 유채꽃과 청보리밭도 볼 수 있으니 따뜻한 봄날에 가려면 기억해 두자.

구룡포항(일본인 가옥거리), 과메기만 있는 게 아니었네?
'포항' 혹은 '구룡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과메기'다.
겨울에 구룡포에 가면 곳곳에 널린 과메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구룡포엔 과메기만 있는 게 아니다. 아주 작은 항구지만 어획량이 풍부한 구룡포항에는 대게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구룡포의 대게는 '박달 대게'가 많은데, 짜지 않고 속이 꽉 차서 달고 맛있다.
사람들은 보통 영덕 대게를 제일로 치는데, 구룡포 사람들은 영덕이나 울진에서 대게 공급량이 부족하면 트럭으로 구룡포항에 와서 대게를 사간다고 하여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항구가 작다 보니 영덕이나 울진에 비해 음식점들의 시설은 허름한 편이다. 그래도 싸고 푸짐하게 대게를 맛볼 수 있으니 가볼 만하다.

한편 이곳은 일제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해 최대의 어업 전진기지였던 구룡포는 일제 강점기인 1923년 일제가 구룡포항을 만들고, 동해권역의 어업을 관할하면서 일본인들의 유입이 늘어났다.
이때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가 조성되었고, 여기에 당시 병원과 백화상점, 음식점, 여관 등이 들어서고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지역 상권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남아 있던 일본 기옥들은 각종 개발 과정에서 철거되고 오랜 세월동안 훼손되면서 사라져 갔다.
이에 포항시는 지역 내의 가옥을 보수, 정비하여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이라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를 조성했다. 이 거리 안에는 구룡포 근대역사 박물관도 있어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11년 3월부터 정비사업이 시작되어 총 457m의 거리 안에 28동의 건물을 보수, 2012년 12월 '제2회 대한민국 경관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여 도심 활성화 사업의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 이곳은 인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 부각되어 다시 한번 여행지로 부각되었다.
구룡포항에 있는 구룡포공원에 올라가면 구룡포항은 물론 일본인가옥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드라마 속 공효진과 강하늘처럼 다정하게 인증샷 찍으며 여행을 기록하자.
구룡포항 인근에는 구룡포 과메기 박물관도 있으니 과메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그곳까지 둘러보면 된다.

여행의 묘미는 맛 거리 "죽도시장에서 포항을 음미할까"
포항의 대표적인 시장. 아주 작은 재래시장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상설시장으로 규모가 커진 곳이다. 나도 20년 전쯤 아버지를 따라 처음 죽도시장에 가서 아주 허름한 음식점에 목욕탕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물회를 먹던 기억이 난다.
이곳엔 겨울이면 니주구리(가자미) 물회가 맛있다. 여행의 마무리로 과메기, 건어물, 명절 제수용 생선을 구입하면 완벽한 일정이 된다.
그 외 추천 여행지로 포항함 체험관, 포스코 역사관(인터넷 사전 예약, 무료 관람), 보경사, 오어사, 경상북도 수목원, 덕동 문화마을, 장기읍성 등이 있다.
포항은 산업도시, 공업도시라서 볼거리가 없다는 편견은 버리자. 볼거리, 먹거리가 가득한 포항으로 겨울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