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餘命) 19세] "입은 다물고 주머니는 열라?"...꼰대 탈출 위한 '쎄븐 업'
[여명(餘命) 19세] "입은 다물고 주머니는 열라?"...꼰대 탈출 위한 '쎄븐 업'
  •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 승인 2021.01.24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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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평균수명이라는 용어 대신 '기대수명' 혹은 '기대여명'이라는 용어 사용이 늘고 있다. 여명은 수명이 다하는 날을 기점으로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역산하는 용어로 삶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철학에 더 닿아 있다. 남자의 평균수명 80세를 기준으로 하면 나의 여명은 올해 19세다. ‘여명(餘命) 19세’를 맞은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와 함께 소소한 일상사를 통해 회고형 수명 나이가 아닌, 미래 준비형 '여명' 나이를 염두에 두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삶, 주위에 짐이 적게 되는 삶을 만들어 가보면 어떨까.

책 '꼰대의 발견' 표지.(아거 저, 인물과사상사, 2017)
책 '꼰대의 발견' 표지.(아거 저, 인물과사상사, 2017)

꼰대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꼰대로 낙인찍힐까봐 걱정하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꼰대’란 특정 성별이나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지칭이 아니라는 말을 들으며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꼰대의 발견’이라는 책을 쓴 ‘아거’는 세대와 무관하게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며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며 이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자’를 일컫는 말이라​고 재정의하고 있다.

나이 들수록 꼰대가 아니라 현자에 가까워지는 사람도 있고, 젊지만 자기의 지위나 권한을 가지고 꼰대짓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지난 봄, 학과 신임교수들 초청으로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다. 그전에 내가 축하 식사를 사면서 내 차로 데려갔으니 당연히 자기들 차로 가자고 할 줄 알고 기다렸다. 그랬더니 같이 초대받은 다른 노교수가 자기 차로 가자고 전화를 했다.

점심 초대를 하면서 신임교수 둘은 알아서 이동하고 우리에게는 이동 수단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않아 조금은 불편하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봄이 활짝 핀 정원과 거대한 호수를 바라보는 자리에서 모두 행복해하며 점심을 즐겼다. 그러나 하나의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식사 시작 전 ‘실용지식’ 운운하며 가볍게 차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자기 차로 가자고 하지 못했던 이유는 차가 작고, 운전도 아주 서툴러서였다며 아주 미안해했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노인과 소통하는 법까지 들먹이며 말을 추가했다.

이제와 돌이키니 두 가지 일화가 스친다.

지하철에서 아이들이 소란을 피워도 아빠가 그냥 두는 것을 보던 옆자리 사람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라고 하자 아빠가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 했다.

“아이들의 엄마가 병원에서 금방 세상을 떴어요. 저 어린 것들이 그 슬픔을 어찌할 줄 몰라 저러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타이를게요.”


지하철에서 허리 굽은 노인이 앞에 서있는데도 젊은 청년이 버티고 앉아 있었다. 옆에 서있던 중년이 화를 내며 어찌 그리 예의가 없냐고 하자 청년이 죄송하다며 일어섰다. 그런데 그는 다리가 아주 불편한 청년이었다.

요즘 들어서는 상대가 먼저 요청하기 전에는 조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내 마음을 돌아보아 약간의 화가 들어있거나 불편함이 들어 있으면 내 아이들에게 마저도 입을 다물기 위해 애를 쓴다.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사리분별은 할 줄 알 것이고, 그렇다면 다른 충분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삶의 지혜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아깝다고 생각되면 시간이 흐른 뒤에 가능하면 정리된 글로 생각을 전한다. 그날은 그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나이 들어서도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싶으면, 혹은 존경받은 노후를 보내고 싶으면 지켜야 하는 ‘쎄븐 업( seven up)’이라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셧업(shut up)이다.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싶으면 입을 다물라는 것이다.

그 다음이 오픈 업(open up 혹은 pay up)인데 주머니는 열라는 것이다. 즉 말하기보다는 주로 듣고, 식사비는 본인이 내라는 것이다.

참고로 다른 다섯 가지도 소개하면 클린 업(Clean Up) -주변과 몸 깨끗이 하기, 드레스 업(dress up)- 옷차림 단정히 하기, 쇼우 업(show up)-초대하면 사양치 말고 참석하기, 치어 업(cheer up)-밝고 유쾌한 분위기 만드는 데 기여하기, 기브 업(give up)- 마음 비우기 등이다.

어머니께 스치듯 쎄븐 업 이야기를 해드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입은 다물고 주머니는 열라”는 네 이야기가 생각나서 곁에 있으면서도 서로 왕래가 뜸한 손아래 사람에게 선물을 사들고 찾아갔다는 말씀을 하셨다.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께도 쎄븐 업이 와 닿았던 모양이다.

​​“칼보다 말이 남기는 상처가 더 깊고 오래간다”와 같은 격언들을 많이 알고 실천하면 갑작스런 상황 앞에서 실수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된다.

애매한 상황에서는 이미 알고 있던 격언이 떠오르면 머리 굴려 합리화하지 말고 일단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았을 때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식사자리에서는 여러 핑계거리를 만들어 이 두 가지 원칙을 모두 깼다.

그쪽 분야를 전공한 젊은 교수들에게 어쭙잖은 이론까지 들먹이며 조언을 했으니 앞으로 같이 점심하자는 말 듣기는 틀렸다. 내 제자이고, 그 전에도 조언을 구한 적이 있기에 주제넘게 삶의 조언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며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겼다.

나이 먹어서도 매일 새롭게 배우며 성장하는 중이다. 만회를 시도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 같아 후회된다.

나이를 가리키는 말로 知天命(오십세), 耳順(육십세), 從心(종심소욕불유구 從心所慾不踰矩. 칠십세)가 있습니다.

이는 <논어> ‘위정(爲政)’편에 나온 말인데 오십이 되니 하늘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십이 되니 무슨 말을 들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이해가 되었으며, 칠십이 되니 마음 가는대로 따라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우리가 저절로 그리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혜와 인지역량이 그러한 경지에 이르도록 늘 뇌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아거(2017). 꼰대의 발견: 꼰대 탈출 프로젝트. 서울: 인물과사상사.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학급경영연구소 소장으로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실력의 배신, 최고의 교수법 외 10여권의 책과 100여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500여 편의 칼럼과 500여 회의 각종 강연에 나섰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학급경영연구소 소장으로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실력의 배신, 최고의 교수법 외 10여권의 책과 100여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500여 편의 칼럼과 500여 회의 각종 강연에 나섰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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