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박지숙 파주 석곶초 교사
박지숙 파주 석곶초 교사

매주 수요일 1교시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그림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인 책수다(책읽는 수요 다모임) 시간을 갖고 있다.

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누는 방법 중 효과적인 방법은 비주얼씽킹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표현의 부담이 없는 것은 물론 다양한 창의적인 생각을 쉽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주얼씽킹으로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림 표현이 두렵거나 서툴러서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인이 그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려면 먼저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정답을 맞히는 것이 더 익숙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갖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비주얼씽킹 수업에서 다양한 생각을 풍부하게 나눌려면 그림 연습이 아니라 시각적 사고를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건 상자가 아니야(앙트아네트 포티스)’ 그림책은 자신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것을 경험하고 동기유발 할 수 있는 책이다.

비교적 간단한 선으로만 표현되어 있어 비주얼씽킹에서 그림 표현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면서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지는 스토리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더 쉽게 꺼낼 수 있게 해 준다.

비주얼씽킹 수업에서 자신만의 생각 없이 그림 연습만 한다면 그것은 그림 연습이지 비주얼씽킹 수업이 아니다.

표현이 서툴러도 자신만의 생각을 갖게 하고 발표를 통해 서로 공유하면서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어 줄 때도 다음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발문을 제시하여 생각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상상에 자신의 경험을 담아 ‘나만의 상자’를 표현하도록 한다. 시각적 사고를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빨리 하는 것보다 네모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여러분이 토끼라면 다음 장면에서 무엇이라고 말했을 것 같아요? (학생들의 대답을 듣고 다음 장으로 넘겨서) 오! 비슷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지금 말한 것을 여러분만의 상자로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나만의 상자’ 비주얼씽킹 작품.(사진=박지숙 교사)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나만의 상자’ 비주얼씽킹 작품.(사진=박지숙 교사)

아이들의 생각이 참 재밌지 않은가? 똑같은 그림이 없고, 비슷해도 내용과 의미가 다 달랐다. 이것이 바로 비주얼씽킹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상자들이 그냥 단순한 네모 모양이 아니라 다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이러한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상상을 했던 학생들은 생각을 부담 없이 시각화하였다.

학생들의 작품을 보면 학생들의 생활뿐만 아니라 꿈, 가치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네모를 자신의 약국으로 표현한 학생의 작품을 발표를 들으면서는 마음에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또한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글로 표현한 것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서로에게 공감을 해 주기도 한다.

상자를 돈이 나오는 요술 상자로 발표할 때 많은 학생들이 공감을 해 주어 우리 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되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이 활동을 조금 변경해서 6학년 학생들과 국어, 창체 시간을 활용하여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적용하였다.

1차시에서 비주얼씽킹에 대한 의미와 낙서 활동을 통해 그림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였다.

2차시에는 비주얼씽킹이란 단순히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 ‘나만의 상자’를 포스트잇을 이용해서 표현을 해 보았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을 하였기 때문에 발문에 더 신경을 썼다. 발문을 통해 포스트잇을 상자 삼아 나만의 이야기를 더 담도록 안내했다.

다음은 수업 중 사용했던 발문이다.

1. [이것은 상자가 아니야] 책을 함께 읽는 중, 후 발문하기

-상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볼까요?

-상자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만약에 내가 토끼라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생각해봅시다.

2. 나만의 상자를 표현해 보기 전 단계에서의 발문하기

-나의 상자는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볼까요?

-내가 생각하는 상자를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봅시다.

:나를 상징하는 것을 상자로 표현할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관심가지고 있는 것, 걱정되는 것 등 다양한 것을 생각해봅시다.

-머릿속으로 생각해보고 나의 상자의 위치와 모양을 생각해 봅시다.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봅시다. :평면으로 표현할 것인지 포스트 잇으로 표현할 것인지 등 (이번 비대면 수업에는 포스트잇으로 나만의 상자를 표현해 보았음)

3. 나만의 상자를 표현해보기

- 평면으로 나만의 상자를 표현해서 그려볼까요?

- 포스트 잇을 가지고 나만의 상자로 생각하고 위치와 방향 등을 생각해서 나만의 상자로 표현해봅시다.

- 포스트 잇 안에 다양한 나의 이야기를 담아서 표현해 봅시다.

- 그림으로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은 글로 설명을 쓰면 됩니다.

대면 활동 시에 공유 활동은 짝, 모둠, 전체로 확대시켜서 공유하고 생각 나누도록 하였는데, 비대면 상황에서 진행하였기 때문에 구글 포토 등을 이용해서 작품을 올리고 ‘나만의 상자’를 공유하기 활동을 했다.

개인의 비주얼씽킹 작품은 구글 포토 앨범에 올릴 수 있도록 함.(사진=박지숙 교사)
개인의 비주얼씽킹 작품은 구글 포토 앨범에 올릴 수 있도록 함.(사진=박지숙 교사)

나만의 상자를 선으로 표현할 때와 다르게 포스트잇이라는 면으로 표현하게 하니 더 다양한 나만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코로나 시대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표현이 되었다.

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밀린 숙제를 하는 친구들도 있고, 대부분 실내에서 하는 활동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 19로 인해 자주 만나지 못한 학생들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박지숙 교사)
(사진=박지숙 교사)

온라인에서의 비주얼씽킹 수업이 진행이 잘 될 수 있을까 의문이었지만 ‘이건 상자가 아니야’를 활용하여 생각을 표현하게 하였더니 학생들이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었다고 반응을 해 주었다.

또한 비주얼씽킹의 표현의 즐거움을 느끼니 그 이후 그림책을 활용한 생각정리를 부담없이 하게 되었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서 긴 책으로 온책 읽기 활동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비교적 호흡이 짧은 그림책을 활용했는데 비주얼씽킹으로 생각을 표현하게 했더니 비대면 상황에서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은 수동적이기 쉬운데 책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비주얼씽킹은 이렇게 참 매력적이다. 학생들이 그림 표현에만 집중하고 다양한 생각이 표현되지 않는다면 그림책을 매개로 ‘나만의 상자’ 활동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용기와 생각하는 힘을 갖게 되는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