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거침없이 교육’은 ‘나’의 입장에서 본 ‘교육’을 ‘거침없이’ 쓸 예정이다. 글은 자기중심적이고 편파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글 중에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편파적이지 않은 글이 얼마나 될까? 객관적인 척 포장할 뿐이다. 차라리 나의 편파성을 공개하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 잘 될까 모르겠다. 다루는 내용은, 교육과 관련된 거라면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비판적 시각에서 쓴 교육제도, 교육정책, 교육담론, 교실 이야기 등에 나의 편파성을 실어 나르리라.

국가인권위원회 2005년 4월7일자 보도자료 일부 편집 및 캡처.
국가인권위원회 2005년 4월7일자 보도자료 일부 편집 및 캡처.

저번 글에서는 ‘일기 검사는 인권침해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내 나름의 논리로 다소 단정적이고 강한 어조로 풀어 썼다. 이번에는 조금 톤을 낮춰 차분하게, 처음 논란을 제공한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일기검사와 관련해 처음 의견을 표명한 건 2005년 3월 25일,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관련 의견’ 결정서를 내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실제 우리에게 그 의견이 알려진 건 그 며칠 후인 4월 7일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 관행 개선되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부터였다.

그 즉시 각종 언론들은 “'초등생 일기검사'는 인권침해?”(경향신문),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미디어제주), “인권위, 초등학교 일기 검사 '인권침해'”(SBS 뉴스) 등의 제목으로 보도하였다.

각 언론사는 인권위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였음에도 그 논지의 초점을 ‘일기검사는 인권침해다’로만 맞춰갔다.

물론 인권위의 보도자료 내용이 그 초점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세세하게 본다면 그게 다는 아닌데, 언론에서 그 외의 다른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아 아쉬운 감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물론 인권위의 인식 틀은 ‘일기 검사는 인권침해’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다음과 같은 내용은 인권위의 관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국가인권위 검토결과, 초등학교에서 일기를 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검사·평가하는 것은 일기의 본래 의미와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동이 △사생활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될 것을 예상하여 자유로운 사적 활동 영위를 방해받거나 △교사의 검사를 염두에 두고 일기를 작성하게 됨으로써 아동의 양심형성에 교사 등이 실질적으로 관여하게 될 우려가 크며 △아동 스스로도 자신의 느낌이나 판단 등 내면의 내용이 검사·평가될 것이라는 불안을 제거하기 어려워 솔직한 서술을 사전에 억제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지난 글에서 자세히 다루었듯, 초등학교에서의 일기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일기라고 하기 어렵다.

내밀한 고백의 글쓰기인, 본래적 의미의 일기와는 다르며, 다르게 얘기하면 ‘생활글’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글쓰기는 적어도 교사에게는 공개하기로 한 글쓰기이다.

아이들도 선생님한테 공개되는 걸 염두에 두고 글을 쓰기 때문에, 마치 아동의 사적인 비밀일기를 교사가 강제적으로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학교의 실제 상황이 어떤지에 대한 내밀한 검토 없이, 그리고 ‘일기’라는 단어의 명확한 개념정의 없이 다가간 인권위의 판단이 자못 아쉽다.

위와 맥을 같이 하면서 또 아쉬운 부분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일기검사를 통해 일기쓰기를 습관화할 경우 △일기가 아동에게 사적 기록이라는 본래적 의미로서가 아닌 공개적인 숙제로 인식되도록 할 가능성이 커 오히려 일기쓰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글짓기능력 향상이나 글씨공부 등은 일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작문 등을 통한 다른 방법을 통하여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옳은 말도 있고 그른 말도 있다.

옳은 말은, 그동안 일기쓰기가 ‘공개적인 숙제’로 인식되어 아이들은 항상 억지로 꾸역꾸역 써왔고, 그런고로, 일기쓰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왔다.

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몇몇 교사들의 ‘잘못된 일기 검사’ 영향일 수는 있어도, 일기 ‘검사’(‘검사’라는 단어는 역시 참, 불편하다) 자체가 꼭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른 말은, 글짓기능력 향상과 관련된 말 모두다.

일단 ‘글짓기’라는 말부터 아쉽다. ‘글짓기’라는 말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인권위의 관점, 시각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아이들의 글쓰기 교육과 관련하여 깊은 성찰을 보여주신 이오덕 선생님은 ‘글쓰기’와 ‘글짓기’를 구별한다.

‘삶을 떠나 거짓스러운 글을 머리로 꾸며 만드는 흉내 내기 재주를 가르치는 것’이 “글짓기”이고, ‘참된 삶을 가꾸는 정직한 자기표현의 글을 쓰게 하는 교육’이 “글쓰기”이다.

그저 ‘글 짓는 재주’인 ‘글짓기’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면 굳이 ‘일기’(생활글)라는 형식을 빌려 지도할 필요도 없겠다.

그러나 우리가 굳이 ‘일기’(생활글)라는 형식을 빌려 지도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곧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러나 최대한 진솔하게, 내 삶과 둘레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권위가 일기쓰기에 대해 무작정 부정적 의견만 제시한 건 아니다. 일기 ‘검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을 뿐, ‘일기쓰기’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 긍정적 표현이 이 단 한 문장이라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소중한 삶의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나 생활의 반성을 통해 좋은 생활습관을 형성하도록 할 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 아동기에 일기쓰기를 습관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이 됩니다.”


또, 인권위가 이런 의견표명을 내게 된 배경도 설명이 돼 있는데, 그 시작은 2004년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시상을 목적으로 한 학생들의 일기장 검사행위’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지 여부를 질의해 오면서다.

그리고 그 질의에 따른 내용만 놓고 본다면 나 또한 인권침해 소지가 상당하다고 생각하며 그다지 교육적이지도 못하다고 생각한다.

서울 저 학교의 경우처럼 된다면, 내 일기는 담임 선생님 외에 언제든 다른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에게 노출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것은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을 통해 일기 쓰기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발상, 혹은 잘 쓴 아이에게 보상을 해주겠다는 발상은 매우 구시대적이요, 비교육적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인권침해요, 잘못된 일기 쓰기 지도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인권위의 보도자료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이 남았다. 그 중요한 부분이 안타깝게도 가장 첫 부분에 나와 있어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별로 무게를 두지 않은 부분이고, 그래서 기사에는 특별히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출처=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출처=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초등학교 일기검사 관행을 개선하고 초등학교의 일기쓰기 교육이 아동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하라는 의견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기쓰기 교육을 아예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은 없다. 다만, 그 방식이 아동인권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건의한 이 내용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받아 다시 인권위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각 시·도 교육감에게 국가인권위 의견서를 첨부한 공문을 통해, ‘국가인권위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일기쓰기를 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평가 시상하는 것은 지양하되 △일기쓰기의 교육적 효과를 감안해 일기쓰기는 지속적으로 지도하도록 할 것’을 전달하고, 국가인권위에도 이를 통보해 왔습니다.” -‘일기검사 관련 인권위 권고, 교육부 수용’, 국가인권위원회 4월 27일자 보도자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권위의 권고와, 그를 수용한 교육부의 지침 어디에도 일기쓰기 지도 자체를 금지하라는 내용은 없으며, 다만 아동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지도하라는 것.

이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지도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다음은 <영근 샘의 글쓰기 수업>(이영근, 에듀니티, 2020, 54~55쪽)에서 뽑아 썼다.


“2005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초등학교에서 일기를 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검사, 평가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 및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이를 개선하고 초등학교의 일기쓰기 교육이 아동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권고하였습니다.

이 권고는, 첫째, 어린이 인권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줄임)...이 권고가 ‘일기 쓰기를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잘못 알려진 것은 아쉽지만 어린이 인권을 생각하고 내린 결정으로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일기는 어린이 인권을 지키며 해야 합니다. (줄임)...(1) 일기는 날마다 씁니다. (2) 보여주기 싫어 접어두거나 별표시를 하고, 읽지 말라고 하면 읽지 않습니다. (3) 일기 내용으로 벌을 주거나 평가하지 않습니다. (4) 학생에게 물어보지 않고 일기 내용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셋째, 글쓰기 교육이 목적이라면 일기가 아니라도 좋습니다.(줄임)”


물론 나는, 시상을 목적으로 한, 다른 아이들에게 공개하는 게 합의되지 않은 일기(뿐만 아니라 그 어떤 글) 쓰기와 검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또 해오지 않았다고 해서 체벌을 하거나 그 외 신체적, 수치심을 주는 벌을 주는 것 또한 동의하지 않지만, ‘과제식’으로 내준 일기에 대해 검사하는 것이 특별히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할 생각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뱀꼬리(사족) : 일기지도와 관련해서는 <이오덕의 글쓰기>(이오덕, 양철북, 2017), <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윤태규, 보리, 2018), <영근 샘의 글쓰기 수업>(이영근, 에듀니티, 2020) 등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