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우화(寓話)는 장르적으로 보면 서사적인 것과 교훈적인 것이 절충된 단순 형식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이 가르치는 교훈은 비교적 저차원적인 사리 분별을 위한 것이나 우리 삶에 알아두면 좋은 실용주의적인 것입니다. 같은 형식으로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도시와 환경, 그를 이루는 많은 건물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일상에서 놓치고 살았던 작은 부분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진솔한 물음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그림=유무종)

이번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 기간 동안 도시 거주민들은 생활의 답답함을 느끼다 환경과 삶에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 생각은 자연스레 도시와 건축 모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20세기 유토피아의 중심지였던 대도시들이 한계와 약점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구하는데 많은 건축가들과 도시 설계사들이 혈안이 되어있다.

도시에 있어선 이미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 지고 있다면 건축에서 코로나 시대에 도드라지는 특징은 무엇일까? 많은 건축 요소들이 있겠지만 테라스와 발코니 그리고 베란다가 아닐까 싶다.

이 세 요소의 차이가 무엇일까? 

베란다 (좌)내부, (우)외부.(출처=https://www.vivons-maison.com/ 출처 : https://www.leparisien.fr/)

먼저 우리는 아파트에 살며 "베란다에 빨래 널고 왔어"라고 흔히 말한다. 베란다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지만 실은 잘못된 표현이다.

베란다는 아래층과 위층 사이의 바닥면적 차이로 생기는 공간을 지칭한다. 건축물의 일부로서 1층 정원에 면한 지붕과 난간이 붙은 바닥 부분이다. 테라스 형식과 발코니 형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1층 면적이 넓고 2층면적이 적을 경우 1층의 지붕 부분이 남게 되는 곳을 활용한 것이 베란다이다.

하지만 거주자에게는 바닥면적의 연장이라 높은 층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실내에서 바로 연결된 유일한 외부 공간이다. 옥외라기 보다는 옥내의 양지바른 남향에 위치하며, 여름에는 시원하게 할 수 있는 테라스 형식과 위층 부분이나 창 앞에 넓게 내밀어 꾸민 바닥으로 위층에서 출입할 수 있는 발코니 형식이 있다. 한국주택의 정원에 면한 튓마루의 구실과 같으며 일광욕, 휴식 등을 위해 설치 되기도 한다.

유럽의 주거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코니.(출처=https://www.aum.fr/ 출처 : https://www.leparisien.fr/)

그럼 발코니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보다는 유럽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공간인데, 건물의 외부에서 거실의 연장으로 달아내어 만든 공간이다. 주거시설에서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만든 건물이 많아 쉽게 볼 수 있는 구조다. 이것이 아파트에 있는 발코니의 정확한 명칭이다.

혼돈하기 쉬울 법한 이유는 본디 발코니는 유럽의 주택에 있는 실외 공간의 의미가 강하지만, 한국의 발코니는 아파트 내부 공간 일부에 타일을 깔고 실외 공간인 척하는 실내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많이 하는 베란다를 튼다며 좀 더 넓은 실내 공간을 가지고자 하는 확장 공사의 제물로 쓰이는 공간이다. 본래 베란다의 기능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 공간으로서 전망과 휴식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건물의 외벽에 설치 되는 것이다.

주택에 있는 테라스.(출처=https://www.aum.fr/)
주택에 있는 테라스.(출처=https://www.aum.fr/)

마지막으로 테라스. 정원의 일부를 높게 쌓아 올린 대지를 말한다. 거실이나 주방에서 직접 정원으로 나가게 하거나 실내의 생활을 옥외로 연장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테이블을 놓거나 어린이들 놀이터, 일광욕 등과 같은 간단한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쓰이고 건물의 안정감이나 정원과의 조화를 위해 만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지분은 없고 실내 바닥보다 20cm낮게 하여 다른 마감재로 조성한다. 

요즘 많이 유행하고 있는 테라스 하우스는 각 단위세대를 대지의 경사도에 맞춰 쌓아 올려 아래층 세대의 지붕을 윗층 세대가 정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앞으로의 건축에서 왜 중요한가?

프랑스에서 테라스는 정원의 일부로 인식된다. 그래서 그들은 가능한 테라스에 많은 꽃과 나무를 심는다. 발코니도 마찬가지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자신만의 정원을 갖기 위해 꾸미며 여유가 된다면 조그마한 티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여유를 갖는다. 실내공간이지만 실외 공간의 성격을 갖는 이 건축요소는 앞으로 코로나를 맞이한 이후의 건축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부분이다. 

만약 주택에 나무를 기르기에 충분한 테라스를 놓는다면 더 이상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된다. 집에 있으면서 외출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최첨단 환시 시스템을 갖추었지만 갇혀 사는 전망만 좋은 저 높은 빌딩보다, 외부와 소통하며 바람도 쐬고 자연바람으로 환기할 수 있는 친환경 시스템이다. 단지 우리가 무리한 확장 공사에 눈이 멀어 등한시 했던 골치거리 취급했던 공간의 진면목을 몰랐을 뿐.

넓은 실내 면적과 실평수가 경쟁력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실내에서도 실외 공간을 갖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실외 공간이 없는 주택의 값어치는 점점 떨어질 것이다. 오히려 더 넓은 실외 공간을 갖기 위한 경쟁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 이런 성격의 공간은 주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무공간, 학교 등 어디는 사람이 많이 모이며 오랜 시간 머무는 곳에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안으로만 움크렸던 공간의 크기가 적극적으로 밖으로 펼쳐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만약 지금 내 집에 베란다, 테라스 혹은 발코니가 있다면 지금 그 공간을 다시 들여다보며 정원부터 가져보자. 답답하던 집이 조금은 쾌적해 질 것이다. 조금 면적이 넓은가. 그렇다면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보자. 잠시 누울 수 있는 간이 침대도 놓아보며 지상층을 통해야만 누릴 수 있던 정원 거닐기, 차를 마시거나 혹은 일광욕을 즐겨보는건 어떨까. 나도 안다. 지금 겨울인거. 날씨 좋아지면 그때 꼭.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도시설계사,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건축학 전공 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Université Grenoble Alpes에서 도시학 석사졸업, 파리고등건축학교 Ecole spéciale d’architecture (그랑제꼴)에서 만장일치 합격과 félicitation으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파리 건축설계회사 AREP Group에서 실무 후 현재 파리 건축사무소 Ateilier Patrick Coda에서 근무 중이며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건물과 도시, 사람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건축가입니다. 우리의 삶의 배경이 되는 건축과 도시의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유용하게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