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우리 국민처럼 너, 나 없이 교육에 관심이 많고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교육을 비판하는 나라는 드물 것이다. 요즈음에는 학부모의 기탄없는 의견을 넘어 원성이 넘치는 민원이 난무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견 타당한 면도 있지만 대개는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이른바 이기적인 생각이 많다는 결론에 이른다. 

예컨대, 누구든 “교사는 많으나 진정한 스승이 없다”고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진정한 스승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각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미국의 전직 오바마 대통령이 수시로 “한국의 교육을 보라”고 언급한 점을 상기(想起)해 본다면 한국은 높은 교육열 못지않게 교사의 질적 수준이 높은 것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기 자녀에 대한 교사의 특별한 관심과 지도에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녀를 지도하는 모든 교사가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교사는 객관적인 교사의 지적 능력을 넘어 특별한 재능을 겸비해야 한다. 

그것은 곧 학부모를 대상으로 말과 글로써 조리 있게 교육활동이나 교육정책을 설명하거나 민원성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응할 능력이다. 이에는 타인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이성적인 능력인 로고스(logos)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감정 능력인 파토스(pathos), 그리고 인격을 갖추어 매력적인 인간의 향기를 발산하는 에토스(ethos)를 갖추어야 한다. 

이는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타인을 설득하는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는 이중에서도 특히 학교 현장에서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학생, 학부모, 일반직원, 교사 상호 간에 끊임없는 소통을 위한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이라고 생각한다. 즉, 말과 글로써 소통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언(提言)하고자 한다. 

요즘은 교사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가 중요한 업무로 떠올랐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 전형에서는 교과 성적과 함께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세특)과 행동발달사항 기록 내용을 바탕으로 정성 평가를 한다. 여기에 부응해 학교에서는 학생부 작성 요령을 연수하고, 교사들은 학생부 기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세특은 ‘학생 참여형 수업 및 수업과 연계된 수행평가 등에서 관찰한 내용’을 입력하는 것이고 행동발달사항은 ‘학생의 개인별 성장과 발전, 특이 사항에 따른 종합적인 행동의 평가’다. 그런데 교사 개개인의 학생 평가는 지나치게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하고 때로는 편견에 가까운 평가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교육부 및 교육청에서는 학생부 기록의 세부지침을 마련하여 학교에 많은 사례집을 통해 거의 정형적인 ‘학생부 작성 요령 및 규정’을 내려 보낸다. 따라서 지침대로 쓰면 별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수업과 평가, 기록이 삼위일치를 이뤄야 하는 현행 교육과정 운영에서 학생의 역량을 정확히 집어내 그것을 글로 기술하는 교사 개개인의 능력이 더없이 중요하게 부각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교사들 사이에선 국어 교사가 유리하다고 말을 한다. 일반 교과 교사들이 글을 쓰기 버겁다는 의미로 무심코 던지는 말이지만, 이 말에 동의하는 교사들이 많다. 즉 국어 교사들은 글을 잘 쓰고, 타 교과 교사들은 글쓰기에 서툴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 여기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우선 문학적 글쓰기와 실용적 글쓰기를 혼동하고 있다. 국어 교사가 글쓰기를 잘한다는 말은 문학적 글쓰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학생부 기록과 관련한 글쓰기는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다. 일부에서 학생부 내용을 부풀리기나 허위로 쓴다고 의심하는 것도 결국 학생부 기록을 문학적 글쓰기로 오해하면서 생긴 의심이다.

문학적 글쓰기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기에 글쓴이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타고나야 한다. 예컨대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한 번 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처럼 하찮은 사물을 보고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선천적인 능력이다. 

그러나 국어 교사는 문학을 가르치지만 문학 작품 창작에는 소질이 없는 경우도 많다. 반면에 실용적 글쓰기 능력을 보자. 학생부 기록 등 학교에서 하는 글쓰기는 바로 실용적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특정한 목적에 따라 특정한 인물과 소통을 해야 하는 글쓰기다. 

당연히 문학의 범주에 속하는 시, 수필, 소설 등을 쓰는 방식과 다를 수밖에 없다. 문학적 글쓰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실용적 글쓰기는 소통 목적에 맞는 분명한 대상이 있다. 즉 학교에서는 학생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능보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사라면 누구나 실용적 글쓰기에 능통해야 한다. 

매년 학년말이 되면 학교에서는 학생부 작성의 마무리에 온통 교사들의 관심과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학교별로 일정을 잡아 작성한 학생부를 점검하는 과정을 연례행사처럼 맞이하고 있다. 여기엔 학급 간의 교차점검, 학년별 점검, 그리고 학생의 직접 점검 등으로 인한 오류 바로 잡기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치고 있다. 

게다가 학교에 따라서는 관리자 또한 학생부 점검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이때 필자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몇 가지 학생부 작성의 문제점을 언급해 본다. 

첫째, 한 문장이 너무 긴 경향이 강하다. 이는 교사의 학생부 작성 열정이 지나쳐 학생 개개인의 좋은 점을 가급적 많이 나열하려다 보니 문장이 길어지고 만연체 가까운 에세이나 소설로 둔갑하기도 한다. 길게 축 처진 문장은 읽는 사람도 호흡이 길어지고 주요 사실 판단에 집중력이 흐려진다. 가급적 단문으로 한 문장 한 요소(one sentence, one idea)로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문장 속에 군더더기가 빈번하다. 한 문장 속에 개개인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을 하려다보니 중복되는 표현, 이른바 사족(蛇足)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지나친 친절이 때로는 불필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셋째, 문장의 논리성이다. 앞에서는 학생의 적극적인 자세나 태도가 전반적인 특성이라 언급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구체적으로 소극적인 행동을 지적하고 있다. 

넷째, 지나치게 많은 사실이 열거되어 있다. 이는 글자 수 제한을 꽉 채울 정도로 빈틈이 없다. 그러다보니 문법적 오류(오타, 구두점 등)와 함께 행동 사항이 개개인의 만물백화점식으로 나열되어 오히려 개인의 장점에 대한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이러한 점들은 필자의 눈에 비친 교사의 글쓰기에 나타난 대표적인 몇 가지 사항이다. 

지금 공교육은 열심히 하고도 질타를 받고 있다. 상기(上記)한 바와 같이 교육 수요자에게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럴수록 교사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 학부모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실용적 글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이런 주장에 교사는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글도 잘 써야 하냐며 푸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의 최고 가치와 방법은 소통이다. 글쓰기는 가장 정교한 소통 방법이다. 그러기에 교사의 글쓰기 능력은 교육 활동에 필수적인 전문 요소이자 인간적인 감동과 교육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임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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