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이형식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 수원 매원중학교 특수교사
이형식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 수원 매원중학교 특수교사

비주얼씽킹은 학생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효과적인 교수법이다.

프리즘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형형색색의 빛을 드러내듯 비주얼씽킹으로 학생의 생각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장애인식 개선과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장애이해교육에 비주얼씽킹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장애이해교육에 비주얼씽킹을 활용하여 대회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특수학급 교사로서 꼭 해야 하는 의무교육을 참신하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지만, 평소 비주얼씽킹에 익숙하지 않았던 학생들은 활동이 구체적이지 않아 참여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라’는 단순한 요구가 교사에게는 쉬웠지만, 학생에게는 어려운 요구였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있어서 개방적이며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통제연상 기법을 활용해 대회를 운영하였다. 통제연상 기법은 제한된 실마리를 제공하여 사고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나는 학생에게 일기와 교통과 관련된 상징을 단서로 제공하여 생각을 표현하게 하였다.

장애이해비주얼씽킹대회는 각 교실별 교과 선생님의 임장지도 하에 5~6교시 동안 진행되었다.

특수교사가 진행하는 행사는 자칫하면 특수교사 혼자 진행하는 행사로 흐를 수 있기에 학기 초에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를 확보하여 여러 선생님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이해비주얼씽킹대회 운영 방법>

1. 학기 초 교육과정 계획 단계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2시간 확보하기

2. 비주얼씽킹대회 진행하기

가. 4교시: 장애이해드라마(비바앙상블) 시청하기

나. 5교시: 장애이해 비주얼씽킹하기

① 사용할 상징 선택하기

② 선택한 상징을 이용하여 에세이 쓰기

③ 에세이 검토 후 어색한 부분 고쳐쓰기

④ 에세이 제목 정하기

4교시에는 발달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음악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는 장애이해 드라마 ‘비바앙상블’을 시청했고, 5교시에는 활동지에 비주얼씽킹을 하였다.

비주얼씽킹을 할 때 일기와 교통과 관련된 상징을 안내했지만, 학생들이 예시에만 매이지 않도록 다른 상징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상징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안내하였다.

학생들은 상징(visual)을 이용하여 장애이해와 관련된 에세이(text)를 작성하였다. 활동지는 기호와 에세이 부분으로 나눴고, 길게 쓰고 싶은 학생에게는 활동지를 추가로 제공하였다.

<유의사항 안내>

1) 에세이 제목을 반드시 작성할 것

2) 기호(Visual) 부분은 사인펜, 마카와 같은 굵은 펜을 이용해 다양한 색깔로 그려도 무방하나, 에세이(Text) 부분은 검은색 펜을 이용하여 반드시 읽을 수 있는 글자로 작성할 것

3) 각 내용은 한 편의 글로서 흐름이 어색하지 않으며 일관성 있는 내용으로 작성할 것

4) 분량이 많을수록 유리함

5) 필요한 경우 다른 비주얼 기호를 이용하거나 자신만의 새로운 기호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음

다음은 학생 작품 중 일부이다.

(사진=이형식 특수교사)
(사진=이형식 특수교사)

학생의 작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세상을 향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세상은 변하지 않으면서 장애인에게는 변하고, 정해진 길을 걷도록 요구한다. 이 학생과 같은 사람이 늘어나 환경이 변화된다면, 장애인이 자신의 꿈과 끼를 발휘하여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학생의 작품에서는 낯선 상징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이형식 특수교사)
(사진=이형식 특수교사)

학생은 새로운 상징을 만들었고, 여러 상징을 조합하여 다른 의미를 지닌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주어진 상징을 활용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창의적으로 새로운 상징을 만든 것이다.

에세이에서 장애를 힘든 것으로 바라본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동안 내가 만났던 장애학생과 학부모님의 삶의 무게를 떠올려보니 고개가 숙어졌다.

이들이 겪고 있는 무게를 함께 나누는 방향으로 우리나라가 변화된다면 장애인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현실적인 시선도 달라질 거라 믿는다.

장애이해비주얼씽킹대회는 학교차원으로 운영되어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교육과정과 연계된 학급단위 수업으로 진행된다면 공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통과 일기 상징을 통해 평소 배움이 느리거나 소극적이었던 학생도 머뭇거리지 않고 생각을 펼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란 말처럼 생각이 없는 학생이란 없다. 이번 대회를 통해 ‘도대체 왜 못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 학생에게 편한 방법을 찾아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이전에 느꼈던 제한점을 개선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교사로서 뿌듯하였다.

비주얼씽킹이 모든 것의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장애이해를 유도하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장애이해교육을 생각하고 있다면 비주얼씽킹을 하나의 방안으로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