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등 반발 거세자...결국 철회“
국민들 “공감대 형성 안 돼”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 뉴스 = 황윤서 기자]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리라.”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중략)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기본법 전문 中,

대한민국 건국 시조인 단군의 고조선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이 다시 기사회생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지난 3월 홍익인간 등의 표현을 삭제하고 ‘민주시민’을 강조한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국민들의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22일 결국 발의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홍익인간'은 몇몇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고루 이익이 되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1949년 교육법 제정 이래 우리나라 교육 이념의 핵심 가치로 손꼽혀왔다.

민 의원은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교육기본법에서 홍익인간을 삭제하면 안 된다는 (국민들)우려와 걱정의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개혁과 민생 등 현안이 많은데 굳이 논란을 더 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민 의원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에 해당 법안 관련 ‘철회 요구서’를 제출했다”며 “철회까지는 일주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 의원은, '홍익인간’과 관련된 인격도야,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의 자질,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 등의 문구를 두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대신 “민주시민으로 사회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한다” 등의 내용으로 교체를 요청했지만, 여론의 압박을 못 이기고 철회했다.

 

사진 H 한국사 유투브 영상 캡처.
사진 H 한국사 유투브 영상 캡처.

'홍익인간' 삭제?...대다수 국민들 “공감대 형성 안 돼”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각계에선 대표발의자인 민 의원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교육기본법 교육이념에서 홍익인간을 삭제하는 만행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등장했다. 해당 청원에 찬성하는 인원은 청원 돌입 약 3일만인 23일 기준 3만 4000명을 넘어섰다.

해당 청원인은 우리 상고사에 대한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가뜩이나 (중국 등에 의해) 축소되고 왜곡된 우리 상고사를 아예 말살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한 민족운동전문가는 "일제강점기 우리의 정체성(正體性)을 확인시킨 대표적 가치 역시 홍익인간"이라며, “홍익인간은 우리나라 건국이념이기는 하나 결코 편협하고 고루한 민족주의 이념의 표현이 아니라, 인류공영이란 뜻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정신과 부합되는 이념이다"고 말했다.

또 “홍익인간은 우연히 자리매김한 가치가 아니다”며, “몽고의 침략으로부터 일제식민지의 암흑 속에서 천신만고와 간난신고 끝에 지켜오고 세워놓은 정체성인데 국민이 4년간 위임해 준 알량한 정치권력으로 희롱당할 그런 값싼 가치가 아니다”고 강도 높게 일침 했다.

진보성향의 한국사 강사로 알려진 H 강사도 거들었다.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 강의에서 ‘180석 만들어줬더니 반민족법 제정하나’ 는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을 통해 해당 개정안 발의에 쓴소리를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교육의 핵심가치인데, 국민‧사회적 합의 없이 이를 수정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또, "현 정권의 핵심 교육가치인 ‘민주시민’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법안 발의 과정에서 충분한 ‘숙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한편, 민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이나 교육부와 개정안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협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실 관계자는 당초 "홍익인간을 빼는 게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홍익인간을 포함해 재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족의 정체성 ‘홍익인간’..."전통을 허상인 양 치부?"


우리 전통이 허상인 듯 폭로하며, 우리의 정신적 전통 문화 유산을 문제 삼아 온 사례는 흔히 있었다. 이들은 국가 및 민족을 둘러싼 ‘전통 창조’ 담론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자의적이며 주관적 주장을 내세운다.

허나 혼돈의 시대마다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신분과 이념,그리고 종교를 넘어 하나로 뭉쳤던 '홍익인간'의 정신과 가치를 짓밟는 것은, 자민족의 정체성 마저 망각한 집단의 서글픈 자화상이자, 궤변에 불과하다는 다수 국민들의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인격적 덕망까지 내포한 ‘홍익인간’, 이는 옛부터 우리 민족 모두가 피땀으로 희생해 만들어낸 고귀한 가치였다. 따라서 ‘홍익인간’은 우리 민족의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할 고귀한 철학적 질서임을 결코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