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장기화, “어느덧 대면 접촉을 꺼리는 아이들”
‘교실수업’ 절실…‘ 관계성 회복’ 통한 인격 성장 기회 주어져야
비대면 대화 시스템, ‘공감능력 상실’ 등 폐해 심각해
"코로나 전파 억제 위한 '등교 중지' 조치 …효과 낮아"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 뉴스 = 황윤서 기자]


“우리 아이들에겐 가상공간이 아닌 ‘진짜 학교(Real School) 학교’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수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로 인한 학력격차 심화 및 관계 단절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사회적 고립감 증폭 현상'이 심각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대면 대화 시스템에 익숙해져 가는 현 교육 세태의 실상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시 소재 중학교 한 교사는 원격수업 속 관계 단절에 따른 학생들의 고립감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원격수업으로 인해)서로 대면할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대면 접촉 자체를 꺼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또 “어느덧 작은 마스크 속에 표정을 감추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역시 “아이가 이제 등교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니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지고, 때 돼서 식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진 것 같아 걱정”이라며, 등교수업 때 비해 불규칙해진 자녀의 기본 생활 태도를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10명 가운데 4명이 교실 수업보다 원격수업을 더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느덧 원격 화상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원격수업이 학생들의 정서적 삶의 가상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원단체 관계자는 “가상 세계 속에서 이뤄진 체험은 책임을 동반하지 않는다. 그냥 내 감정을 소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며,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이러한 현상이 중화되지 않으면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원격수업이 단순히 잃어버린 학습 시간을 보충해야 하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 접근이 아닌 관계성 회복을 통한 인격 성장을 강조한 것으로, 현재 우리 교육이 코로나19 앞에 직면한 중차대한 교육적 난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원격수업으로 인해 교육에 도입된 '화상회의 시스템'의 심각성을 거론했다. 그는 “문제의식 없이 원격수업을 늘려갈 때 학생들, 특히 아동과 청소년들이 공감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공감능력은 소통능력과 뗄 수 없으며, 남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기본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격수업 시스템 도입에 따른)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밀어내기 시작한 '대면 소통'의 부재와, 그로 인한 공감능력 상실”은 우리 학생들의 뇌,정서 나아가 사회에 장기적으로 어떤 누적된 결과를 초래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의 한 소아과 의사 또한 “매일 하던 등·하교, 체육수업 등 각종 스포츠 활동이 거의 중지됨에 따라, 학생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이로 인한 각종 우울증, 무기력감 등 정신적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실 코로나19는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그리 위험하지 않다”며 일부 감염병 의사들의 연구보도를 인용하며 “위기감과 공포감을 극단적으로 조성하는 사회 풍토가 학교 현장을 이같이 극단으로 몰아세웠다”고 일갈했다.

"코로나 전파 억제 위한 '등교 중지' 조치 효과 낮아"


학부모들은 원격수업 병행이 아닌 전면 등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코로나 전파를 억제하기 위한 '등교 중지' 조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논문을 내놓은 사실을 언급하며 "지역사회의 유행 정도가 심각하지 않고 방역수칙만 지켜진다면, 학교는 감염확산의 주요인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하는 분석결과가 이같이 나오고 있다"면서 "올해는 등교 수업이 전면 재개되야 한다" 고 주장했다.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과장은 28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기본적으로 그래도 학교가 굉장히 안전하기 때문에 등교를 하는 것이 아이들의 교육적, 건강적 측면에서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교에서의 방역 수칙이 철저하게 지켜진다면 등교 수업 확대 및 유지가 가능하다는 목소리다.

한편, 교육부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근거로 지난해 3월부터 1개월 이상 개학을 연기하다가 4월 초부터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을, 5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등교 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어진 정부의 방역 강화 정책 및 등교 밀집도 제한조치로 인해 원격수업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며 등교수업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3월 2일 시작된 '코로나19' 2년차 개학이 곧 두달을 맞이한다"며, "올해 가장 큰 정책 목표를 ‘학교의 일상 회복’으로 삼고 등교 확대, 방과후학교 활성화, 원격수업 질 향상 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