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도입 명목에 무분별한 교직 개방… ‘교육 전문성 훼손’
표면적 과목 수치를 달성 꼼수… “현직 교원에 행정업무 쏠림 현상 우려”
교원단체, 강력 반발교육부 측에 ‘정책간담회’ 요구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 뉴스 = 황윤서 기자]

“기회가 불평등하고, 과정이 불공정하며, 그 결과가 정의롭지 않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교사자격증이 없어도 기간제 교사로 임용할 수 있는 법안이 박찬대 의원(국회교육위원회 소속·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지난 9일 발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계가 ‘교육 전문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해당 법안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내년 새교육과정에서 도입될 고교학점제 학생의 ‘과목 선택권’ 강화에 따른 처치로, 사범대 및 일반대 내 교직과목이 없는 외부 특수분야 전문가를 기간제로 대신 임용해 보완하겠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현행 교사 임용 규정은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을 토대로 한 ‘교사자격증’ 보유 원칙을 준수하고 있지만, 신설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령’ 법률 기준 충족에 따라 교직이수를 하지 않은 무자격자에게도 한시적으로 기간제 교사를 학교 재량 하에 임용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원자격증이 없는 강사는 수업을 반드시 다른 교사와 함께 진행하는데 때문에 새로운 과목을 강사에게 맡기면 한 수업에 불필요한 교사가 투입되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새로운 과목이 많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기존 교사들을 모두 재교육해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교 현장에서도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무기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시간제 교원이고, 고교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교원단체에서 염려하는 것처럼 무자격자에게 교직을 무분별하게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이들은 자격 요건 역시, “박사학위나 2년 이상의 대학 강의 경력 또는 전문성을 교육감에게 인정받은 자로 엄격하게 제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고등학교 현직 교사는 “교사 자격 개방을 찬성한다”고 전했다. 현직 교사 임에도 이같은 의견을 낸 데는 4차 산업혁명 도래로 새로운 과목 많아지는 추세에서 기존 교사로 한계가 있다는 데 일정 부분 동감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표면적 과목 수치 달성’위한 땜질식 정책일 뿐…“우수교원 양성 체제 잃을 수도”

한편, 교원단체 및 교육계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위 신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무자격 교사가 무분별하게 도입돼 ‘학교교육 전문성이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부산·전남·강원·울산·세종·충남·인천 등 교사노조 역시 비슷한 반대 성명을 각각 내고 정부가 교사 표시과목이 없는 교과목에 대해 한시적 무자격 기간제 교사 양성 시스템을 양성하려는 이같은 작태는 전국 교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의 한 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는 공무원 중 유일하게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보장받는 전문직”이라며, 그럼에도 “교원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에게 학생들을 맡기는 것은 무면허자에게 환자의 치료를, 재판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교총(회장 하윤수)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정규교사 채용,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계 요구는 묵살하고 취업률 확보를 위한 비정규직 양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자격 기간제 교원 확대가 아닌 정규 교원 증원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고교학점제의 표면적 과목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땜질식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고교학점제의 실패는 물론 우수 교원양성 체제 모두를 잃을 수 있다”고 해당 법안 발의에 날선 각을 세웠다.

전교조 역시 무자격 기간제 교원 도입에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무자격 기간제 교사 채용이 시행될 경우 노동환경 악화를 초래하는 정규 교원의 행정업무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들 교사단체는 교육부와의 정책간담회를 요구하는 등 위 신설법안 통과를 끝가지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해당 입법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