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서울교육청 문건 다수 확보
조희연, 채용공고前…콕 찍어 "5명 검토하라"
실무진 “5명 채용 지시로 이해” 진술…
법조계, “실무진 강한 반대는… 직권남용 증거 충분"
면접 심사위원 4명…"특채 교사들과 친분 있었다"
특채 5인, "이름.신규 임용 예정일 모두 사전에 적시"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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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실무진이 스스로 결재 라인에서 빠진 것이고, 조 교육감은 이들을 배제한 적이 없다. 따라서 부당하게 특별채용을 추진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1호로 지목한 서울시교육청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특채)'과 관련해 3일 반박 기자회견을 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측의 이 같은 논리와 주장에 힘이 빠지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특채 공고를 내기 전후 전교조 해직 교사 5명을 채용 검토 대상자로 명시해 작성한 내부 문건을 공수처가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한 공수처는 사건 당시 서울시 부교육감이었던 A 씨 등 주요 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했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 측이 사실상 해직 교사들을 채용하기로 내정한 상태에서 '보여주기식' 요식행위로 공개채용 절차를 밟은 것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를 두고 조 교육감 측은 “해직 교사 5명을 채용해 달라는 '민원'을 받고 검토했을 뿐, 채용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반박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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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육감에 '직권남용 혐의' 적용 과연 가능?

특채 사태는 갈수록 조 교육감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공수처는 이미 밝혀진 문건 외에도 해직 교사들을 ‘채용 검토 대상자’로 명시한 다른 문건들을 추가로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특채 과정에 관여한 실무진은 공수처와 감사원에서 “(조 교육감이) 해직교사 포함 5명을 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이해했다. (해직 교사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연퇴직했지만 시대가 변화했으니 다시 생각해 보라고 들었다”고 당시 조 교육감 측으로부터 들은 발언을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직권남용 사건을 다수 심리한 경험이 있는 법관들은 모두 “실무진이 자진해서 결재 라인에서 빠졌다고 하더라도 '조 교육감의 직권남용 혐의'는 성립할 수 있다”는 데 공통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실무진이 법령에 위반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결재를 반대했다는 건 오히려 조 교육감의 직권남용을 입증할 유죄증거”라며 “조 교육감이 특별채용을 지시했고 실제 추진하도록 한 실무진(당시 중등교육과 팀장)에게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해당 결재를 극구 반대하던 주요 실무진을 일체 배제한 것을 묵과하더라도 최종 단독 결재를 조 교육감이 (실무진에게) 지시한 것이기에, 이에 이미 직권남용 혐의 판단의 근거는 충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조 교육감이 자신의 특채 결재를 반대한 당시 부교육감 등이 자진해 결재 업무에서 하차했다는 주장과 무관하게,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것으로 공수처는 판단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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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부르짖으며 택한 블라인드 채용?, "사실은 '사전 인지 블라인드' 였다"

공수처는 서류 검토 외에 이들 면접 채용절차 역시, 블라인드 방식이 아니었던 것을 확인하고 해당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중이다.

공수처로 사건이 이첩되기 전, 감사원(원장 최재형)은 당시 심사위원 5명이 지원자들을 직접 대면 면접했고, 심사위원 중4명은 해직 교사들과 친분이 있는 관계자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해직 교사 채용과정에서, 채용된 5인과  친분이 있는 교수, 변호사 등을 채용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 과정에서 제공되는 출신지·학력· 성별 등 사전 편견과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항목을 요구하지 않고, 직무 능력(역량)으로 평가하여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2004년 탄생해, 2017년 출범한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부르짖는 문재인 정부 취임 공약과 맞물려 이후, 공공기관 전체를 상대로 '블라인드 채용 전면 시행'으로 안착됐다.

그러나 '채용절차의 공정화'를 지향하겠다는 이같은 취지로 만든 블라인드 채용은 조 교육감이 추진한 해직교사 특채에선 '선택적 블라인드', '사전 인지 블라인드'라는 신개념으로 재탄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육감 측은, 앞서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이어서 심사위원은 지원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공수처 압수수색 결과, 당시 해직 교사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 서류엔 ‘2007년 입시비리, 편입학비리 기자회견 폭로’ 등 본인을 특정할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 소환 조사에 응한 당시 실무진은 조사과정에서  “(심사위원들에게) 특별채용이 교육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한 활동을 하다가 퇴직된 사람들에 대한 채용 요청(민원)이 있어 조 교육감 지시로 실시하게 됐다”고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심사위원 측에 미리 언급한 사실을 고백했다.

이는 당시 심사위원들이 지원자에 대한 사전인지가 충분히 되는 상황에서 해당 채용 절차가 진행됐다는 것을 뒷받침하는대목이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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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정체불명의 '민원' . . .특채 5인방 "이름.신규 임용 예정일 사전에 모두 적시된 이유는?"

동아일보 4일 단독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가 서울시교육청 압수수색 과정 등에서 확보한 문건중에는 해직 교사 5명을 채용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검토했던 ‘법률 검토 문건’ 등이 포함돼 있음이 추가로 밝혀졌다.

특별채용 공고 두 달 전 작성된 이 문건에는 해직 교사 5명의 이름과 퇴직 사유, 신규 임용 예정일 등이 쓰여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 측은 “해직 교사 5명을 채용해 달라는 민원을 받고 검토했을 뿐 채용 및 해당사항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교육감 측은 앞서 3일 반박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체불명의 민원'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특채 종용 민원이 들어온 해직교사 5명이 결국 전원 채용된 것을 두고, "형식적인 채용 절차냐는 지적을 당연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질의에, 조 교육감 측은 "그런 지적이 있을 순 있으나, 수사기관에서 다룰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제도적인 허점이 있다면 법령을 개정해 제도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사법적인 잣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고설명했다.

한편, 공수처는 해직 교사들을 ‘채용 검토 대상자’로 명시한 다른 문건과 관련해 조 교육감이 이들을 사실상 내정한 후 채용 지시를 했을 가능성에 힘을 싣고 해당 사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