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교수 출신 최초 '박자 악보’ 특허 출원
평소 박자감각 부재로 고충 겪다 직접 발명해
세종 정간보 원리에 기초해 고안.개발
외국 음악에도 적용할 수 있어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사진 연합뉴스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사람을 음치(音癡)라고 하는데, 저처럼 박자에 둔한 ‘박치(拍癡)’ 역시 상당히 많을 겁니다.”

노래방 화면 속 가사를 보고 아무리 열심히 노래를 따라 불러도 도저히 '박자만큼은' 웬일인지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게 전 명예교수의 설명.

한자 전문가로 정평 난 전광진 성균관대 중문과 명예교수가 노래방만 가면 매번 겪었던 에피소드이자, 3년이라는 각고의 연구 끝에 최근 '박보' (박자보,Vocal Beat Score)를 고안.개발한 이유다.

이른바 '박치(박자 감각이 무딘)'로 고민이 많던 전 명예교수는 취미로 단소를 배우던 어느 날 자신이 보는 단소악보가 정간보[井間譜]로 돼 있음을 파악했다. 그는  '이 네모 칸에 노래 가사를 박자에 따라 구분해 적어 놓으면 (노래 부르는 이가)한눈에 보고 쉽게 (박자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자신의 박치를 어떻게든 극복하겠다는 일념에 가득 차 있던 전 명예교수는 정간보의 원리에 기초해 자신의 박치가 교정된다는 사실에 점차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전광진 명예교수가 개발한 '박보'.
전광진 명예교수가 개발한 '박보'.

'박보'의 원리는 이렇다.

노사연의 ‘만남’을 예로 들면, 4분의 4박자 노래인 이 곡은 한 마디에 4개의 4분음표가 나온다. 이에 한 마디는 총 4칸이 기준이다. 노래 첫 시작 전 전주를 '박보'안에 빗금 세 개(///)로 표기했다. 이후 가사 첫 부분인 ‘우리 만남은’의 ‘우’가 시작된다. 즉, 빗금 3개만큼 앞부분을 충분히 쉬었다가 시작해야 하는 사실을 누구든 쉽게 인식하게 된다. 이같은 ‘박보’를 통해 노래를 부르면, 시작박을 절대 놓치지 않게 된다.

전 명예교수가 각고의 노력과 발견의 기쁨을 통해 최종 고안한 이 '박보'는 박자를 구성하는 악보의 모든 음표 패턴,박자보표를 시각적으로 변환해 누구나 직관적으로 박자 인식을 가늠케 한다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만국 공통어라 불리는 음악에 쓰이는 악보인 이 '박보'는 외국 음악에도 적용 가능하다.

전 명예교수는  “이번 ‘박보’ 창안을 계기로 세종대왕의 예지가 세계인의 노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결과를 낳았으면 좋겠다”고 특허 출원에 대한 감개무량한 소회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