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단체, ‘2025 고교학점제’ 온라인콘서트에 ‘조영달 교수’ 초대
‘중도 진영’으로 통하는 조 교수, “현 정권의 고교학점제는 허상”
“2017 대선 때, 고교학점제 화두 던진 ‘직접적 당사자’는 바로 나”
“산업vs대학…보통교육vs대학 간 장벽 유연화 위해 고안했던 것”
‘현행 고교학점제’…“대입위주 교과목 쏠림 현상 및 도·농 간 격차 가장 우려돼”

서울대 조영달 교수. 사진 연합뉴스
서울대 조영달 교수.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뉴스 = 황윤서 기자]

고등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고교학점제가 곧 도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 및 교육 관련 종사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25년부터 전면 도입할 계획을 밝힌 고교학점제는 현행 입시위주의 고등학교 교육을 적성위주의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는 이같은 움직임에서 나왔다.

고교학점제가 처음 적용되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3년간 총 192학점을 채워야 하며, 해당 학점 요건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졸업은 유예돼 주의가 요구된다.

한편, 고교학점제 정책 도입을 둘러싸고 일각에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검증 및 합의 등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불가피한 학사 운영, 학교 공간에 대한 대대적 변화 및 입시정책 방향과 평가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사진 교육부 홈페이지 화면 캡쳐.
사진 교육부 홈페이지 화면 캡쳐.
고교학점제 실제와 허상 [바른사회 Meet 콘서트 - 54번째] 유튜브 화면 캡쳐.
고교학점제 실제와 허상 [바른사회 Meet 콘서트 - 54번째] 유튜브 화면 캡쳐.

이에 바른사회시민단체는 9일 서울대 재직 중인 조영달(사범대) 교수를 초대해 ‘고교학점제 실제와 허상’을 살펴보는‘ Meet’ 온라인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서울대학교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이력을 가진 조 교수는 김대중 정부 때 교육문화수석을 지냈으며, 2018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탈정치를 외치며 중도 노선으로 출마•지난 19대(2017) 대선에선 안철수(국민의당) 대권 후보의 ‘학제개편안’ 교육정책을 적극 주도한 인물로 통한다.

이날 콘서트는 ▷교육과정의 변화와 고교학점제 등장 ▷현 고교학점제 논의의 발단 ▷고교학점제의 현재 상황 ▷고교학점제의 드러난 문제 ▷결언: 현 고교학점제의 실제와 허상에 대한 다양한 화두로 이어졌다.

발제를 시작한 조 교수는 모두발언에서 “현 정권의 고교학점제 시행은 허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정부가) 본래는 (현행 고교학점제를) 2022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준비 부족으로 2025년으로 유예한 상황이다”며 “과연 임기가 끝나가는 현 정부가 이를 실효성 있게 이끌 수 있느냐를 두고 많은 추측이 오간다”고 꼬집었다.

'고교학점제 실제와 허상' [바른사회 Meet 콘서트 - 54번째]을 발제한 조영달 교수가해당 발언 중이다. 사진 해당 유튜브 화면 캡쳐.
'고교학점제 실제와 허상' [바른사회 Meet 콘서트 - 54번째]을 발제한 조영달 교수가해당 발언 중이다. 사진 해당 유튜브 화면 캡쳐.

이어 조 교수는 본인이 고교학점제의 ‘직접적 당사자’라고 운을 떼며, “고교학점제 용어 자체는 2017년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에서 ‘학제 개편’과 관련해 시작됐다.당시 안 대표가 해당 페이퍼를 거의 그대로 인용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고교체제 개편의 대안으로 조 교수가 선 제안한 고교학점제는 “고교 시스템과 대학 입시 사이의 블랙홀을 현 제도로는 돌파할 수가 없다”는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유‧초‧중을 묶어서 의무보통교육으로 기본학제로 두고, 고등학교는 진로·탐구 형태로 학제에서 따로 독립시켜 2.3년 정도 유연하게 운영한다면 실효성 있는 학제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또한 조 교수는 “중학교까지 보통교육(학제)을 마치고 이후 2년 정도 자기를 연마하고 탐구하는 기간을 가지면서 일부는 대학 진학을 또 일부는 산업계 취업을 선택하게 된다”며, “아울러 산업계에서도 대학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대학 정원의 50%를 산업계에서 뽑고, 나머지는 정식 코스를 통해 선발하게 된다면, 굳이 입시에 목메는 현행 교육의 폐단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당시 본인이 언급한) 고교학점제의 골자였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가 앞서 제안한 고교학점제는 ‘수평적 다양화’ 추구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교육이 당면한 고교 입시 과열 경쟁을 막고, 산업과 대학의 장벽, 보통교육과 대학의 장벽을 유연화할 수 있다는 것에 핵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요 발제인 현행 고교학점제의 문제점에 대해 조 교수는 △교사의 인식 부재 △학생 선택 및 과목 개설의 실효성 논란(대학입시 과목과 미연계) △평가제도 △일반과목 비중 하락 △교원수급 및 역량부재 △대입제도와의 부조화 △지역간 과목격차 심각 △예산 및 공간 유연성 제고 등을 상세히 거론했다.

조 교수는 해당 발언에서 특히 “정부의 고교학점제 정책연구와 연구선도학교 운영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다”며, “이는 오히려 대입위주 교과목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거나, 도시와 농촌 간 학력 격차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밖에도 조 교수는 “고교학점에의 허상을 실상으로 바꾸기 위해선, 대학입시에서 떨어진 고교체제를 유연한 진로교육제도로 바꿔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입제도, 노동시장 진입, 청년고용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해당 콘서트는 이날 밤 9시부터 약 1시간 가량 코로나19 국면에 따라 활성화된 온라인 구글 ‘미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진행됐으며, 조 교수의 해당 주제 발표에 이어 사회자인 숭실대 전삼현 교수 및 28인의 사회 주요 인사들과의 자유로운 토론 및 질의‧응답의 시간으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