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교사 반발로 표류… '조희연 표 수평 조직문화 혁신방안' 다시 거론돼
전교조, '학생 호명'에 "ㅇㅇ님,ㅇㅇ씨… 수평 존칭 써라"
교육계, 학생인권 명분 삼아 또 다른 '교권 실추 정책' 탄생해"
학부모, "우리말… 대상에 따른 쓰임과 의미를 망각한 것"
'교육공무직' 자존감 하락에 … " 'ㅇㅇ선생님'이라 불러라"

스승의날 한 초등학교에서 섬기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자는 의미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발을 정성스럽게 씻겨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스승의날 한 초등학교에서 섬기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자는 의미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발을 정성스럽게 씻겨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학교 현장 공식석상에서 어린이나 청소년도 성인과 동일한 수평적 호칭을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교육계가 혼란에 빠졌다.

'수평적 호칭제'는 공식석상에서 나이가 어린 사람을 부를 때 성인 간 호칭에 사용되는 '○○씨'나 '○○님' 같은 용어를 적용하자는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조희연)의 주장에서 나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019년 서울교육 진보  조직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수평적 호칭제'시행을 주도했지만 교육계 내부의 거센 반발로 해당 정책은 보류된 바 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다수 교사들은 조 교육감이 제안한 새로운 호칭 제도 (프로 또는 쌤)가 '코미디 같은 발상’이라며 강한 저항을 표했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에 반감을 느낀 일부 교사는  "그럼 조 교육감부터  솔선하시면  되겠다"며, "오늘부터 조 교육감님을  부를  때, '조 프로, 조 프로쌤, 조 프로님, 희연님,희연쌤' 이라고 두루  불러드리면  퍽  흡족해하실 것"이라고 조소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전교조, "수평적 호칭문화 확산 운동에 적극 나서"

내부 반발로 2년 간 잠정 보류 상태이던 해당 호칭제도가 최근 다시 현장에 정착될 기류가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성평등 실천 캠페인 '어린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를 구호로 내걸고 이달 6월부터 학교현장의 '수평적 호칭문화' 확산 운동을 적극 펼치고 있는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들이 주장하는 이 캠페인은 ▲교사가 학생을 부를 때 ㅇㅇ씨 또는 ㅇㅇ님으로 호칭하기 ▲어린이나 청소년 신체나 물건 등을 함부로 손대지 말고 존중하기 ▲어린이나 청소년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마치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지 않기▲어린이나 청소년에 대한 대화·평가 나누지 않기 등 어린이 및 학생 인권에 대해 교사가 최우선 고려해야 될 점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전교조는 이 같은 캠페인 실천을 확고히 다지고자 인증샷을 찍어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거나, 학교나 사무실 등에 해당 구호를 출력해 포스터로 붙여 놓는 등 실천적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뉴스 댓글 캡쳐.
사진 네이버 뉴스 댓글 캡쳐.
사진 네이버 뉴스 댓글 캡쳐.
사진 네이버 뉴스 댓글 캡쳐.

 

"오은영 쌤 책이라도 한 권 읽고 오시라" 쓴소리도

전교조의 '수평적 호칭문화' 주장에 대한 대다수 일선 교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아이들을 존중할 수 있어 좋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과도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서울시 소재 중학교 교사 A 씨는,"학생인권을 명분 삼아 또 다른 교권 실추 정책이 탄생했다"며,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의미에서 'ㅇㅇ님'부르는 것이 학교폭력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전교조의 주장에 논리적 근거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를 비롯해 상당수 상식적인 현장 교사들은 이런 불필요한  호칭문화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해당 언론 기사의 댓글에서 학부모라고 자신을 밝힌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 언어에는 엄연히 높임말과 존댓말이 있고 나이와 대상에 따라 그 쓰임과 의미가 다른데 진짜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부모에게 부모의 권위가 있어야 훈육이 가능하듯 교사에겐 교사로서의 권위가 있어야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따라서 호칭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가서 오은영(아동 및 청소년 교육 전문가)쌤 책 좀 한 권 읽고 오시라"고 일갈했다.

사진 오은영 (소아청소년) 의학 박사 블로그 캡쳐.
사진 오은영 (소아청소년) 의학 박사 블로그 캡쳐.

또 다른 익명의 누리꾼은, "전교조 선생들의 호칭을 '교육노동자님'으로 통일합시다"며, "대한민국 교육의 '3대 적폐'는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과 학생 인권 조례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교육계도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한 교육 전문 인사는 "서울시교육청이 도입하려는 수평적 호칭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매 맞는 교사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현 교권 풍토에서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끝내 무너뜨릴 것"이라고 피력했다.

서울시교육청 입구 모습. 사진 에듀인뉴스.
서울시교육청 입구 모습. 사진 에듀인뉴스.

서울시교육청, "교육공무직의 호칭도 '000선생님'으로 불러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노동인권과 노동이 존중되는 학교를 만들기위해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 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공문을 발송해, 학교에 근무하는 급식조리사나 돌봄전담사, 행정실무사 등 교육공무직의 호칭을 '000선생님'으로 부르도록 권장했다.

'여사님, 실무사님, 강사님' 등 해당 교육공무 직책으로 호명될 경우 당사자의 자존감 실추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겠다는 주장에서다.

현장 교사들은 해당 공무직 직책으로 부르는 것이  당사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서울시교육청의 논리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의 교사커뮤니티에서 한 교사는 “예의를 지키는 의미에서 어르신을 높여 부를 때 ‘선생님’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일터에서는 직무에 맞는 호칭을 부르는 게 기본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김동석 교권복지본부장은 "호칭문화를 제도 등으로 강제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전체교육계 내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선생님은 제자가 스승에게 쓰는 존경의 단어이자 교사 간 쓰는 상호 존중의 겸어"라며, "서울시교육청이 이를 몰랐다면 이 혁신 방안은 탁상공론인 셈"이라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