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교원들, 현직교사 교차지도 정책 '철회 촉구'
“정부가 교원수급 정책 실패해 생긴 일”…

'파격적 교직개방'은 야합…박탈감 호소

‘교육부’, “도시 외곽 등 학교급 간 교차지도… 절실해”

25일 공청회 앞둔 ‘혁신위’, “현행 교원자격체제 근간 흩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할 것”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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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앞으로 초등임용 교사는 중학교 수업에, 중등임용 교사는 초등학교 수업에 유연하게 투입될 수 있는 ‘학교급 간 교차지도’ 교원양성 체제가 새롭게 마련될 전망이다.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해 초등교사로 임용된 자가 ‘특정 교과 심화과정’을 이수하면 중학교 수업을 담당할 수 있으며, 같은 조건의 중등교사 역시 초등학생을 지도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달 교육감협 제안에 따라 초중등교육법 제30조 개정을 입법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해당 조항에는 "통합운영학교 교원은 다른 학교급 학생을 교육할 수 있다"는 항목을 신설하는 방안이 주요 골자로 담겼다.

이는 현재 변화하는 교육적 환경 속에서 학교급 간 교차지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교원자격증에 표시된 학교급 외 다른 학생은 지도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이에 향후 추진 될 통합운영학교에서의 학교급간 교차지도가 필수라는 데 교육부가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를 놓고 학령인구 급감 사태에 따라 기존 교원수급계획 조정을 통해 기존 교대를 일반대에 흡수‧통합시키거나, 사범대 학과로 통폐합시키겠다는 방침을 이미 공표한 교육부가 초등교원 채용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돌려 피력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예비 임용생들.  사진 연합뉴스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예비 임용생들. 사진 연합뉴스

○예비 임용생들, ‘교차지도 공청회?’… “교육적 고려 전혀 없는 ‘야합’일 뿐”

교원양성체제개편혁신추진위원회(위원장 성기선, 이하 혁신위)는 교육부의 이 같은 교원양성 개편안 논의를 공론화 하기 위해 오는 25일 2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기존 교원임용 체제에서 초등교사는 교육대학, 중등교사는 사범대학 및 일반대학 교직과정 등을 이수해야 각각의 해당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또 이를 토대로 임용시험을 치룰 수 있다.

하지만 혁신위의 이 같은 논의가 향후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 합의에 이를 경우, 초등교사로 임용된 자일지라도 원하는 중등과목 ‘심화 이수’만으로 동등한 자격의 중등 과목 및 해당 상위 학년을 지도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중등교사 역시 초등과목을 지도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사태의 당사자이자 밥그릇을 뺏기게 생긴 예비 중등교사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초등임용에 비해 극단적 포화 상태인 중등임용 수요자 대비 평균 한두 자리에 그치는 공급 티오(임용 선발 인원) 불균형 문제로 수년을 임용 낭시생으로 살아가는 자신들의 처지가 더욱 힘들어 질 것 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전국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자생적으로 결집해 탄생한 ‘전국중등예비교사들의외침' 관계자 A 씨는 22일 에듀인뉴스와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추진 중인 교원양성 개편안 전환은 예비 중등교원 및 현직 중등교사와의 형평성을 일절 고려하지 않은 황당한 처사이자 교원임용체계 근간을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초등 학령인구 급감의 원인을 왜 내부에서 해결하지 않고, 엄한 중등과목으로 옮겨와 예비 중등교원의 밥그릇을 뺏고, 아울러 치열한 경쟁을 뚫고 중등교사가 된 자들에게 자괴감을 주냐”고 성토했다.

서울시 소재 현직 중등교사로 근무 중인 국어교사 B 씨 역시 “중등 임용고시는 초등과 달리 기본 수십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전쟁터”라며, “초등임용에 합격해 초등교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어떻게 심화과목 이수만으로 중등임용고시를 패스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자격을 단번에 얻게 된다는 것인지 이것이 문재인 정권이 부르짓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인 거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 임용고시생들 대다수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한마음임용고시’ 까페의 예비교원 C 씨는 “정부가 교원수급 정책을 잘못 세워서 생긴 일이다. 주먹구구식 단기적 정책을 그만두고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청회라는 게 해당 논의에 대한 충돌을 피하고 외현적으로 공정한 듯 공론화 카드를 내밀지만 그저 기만술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피해를 감수해야 할 수많은 예비 임용고시생에 대한 교육적 고려가 없는 ‘야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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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교육부 한 관계자는 “한 학교에서 근무할 경우 학생을 집중해서 지도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 도시 외곽의 경우 학생 수가 적은 학교가 많아서 학교급 간 교차 지도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교차지도 도입은 통합운영학교 내 유기적 결합을 촉진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현재 통합운영학교 같은 경우 실제 학교 운영에서 행·재정적 시스템과 교육과정이 별개로 작동돼 겉모습만 통합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다음달부터 9월까지 학교급 간 교차지도 내용을 포함한 교원양성체제 온라인 토론회 및 공청회 등을 진행해 오는 10월 그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혁신위 한 관계자는 에듀인뉴스와의 이날 통화에서 “예비 임용생들의 불안한 심경과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현행 교원자격체제의 근간이 흐트러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합운영학교로 한정해 교차지도 도입이 검토될 것이다. 입법 지원 과정에서 교원단체, 국회 등과도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한편, 현재 교원양성 및 교직사회 체제가 교대(초등교원)와 사범대(중등교원)로 명확히 양분된 경직된 풍토 속에서 파격에 가까운 학교급 간 교차지도 제도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또한 임용된 현직교사가 교차지도를 담당한다는 논리가 예비 임용고시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이들의 항의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