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족사관고등학교" 이런 학교를 버려도 좋은가?(4)
[칼럼]"민족사관고등학교" 이런 학교를 버려도 좋은가?(4)
  •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7.0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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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정규수업, 밤에는 자율학습의 공동체--
나는 학교장으로 부임하여 몇 가지의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교사와 학생의 의견을 물어 새로운 규칙을 세우면서 조금씩 바꾸기 시작하였다. 조금씩, “경제속도”로, 즉 구성원들이 당시로는 크게 변화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지난 후에 보면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이돈희 전 민사고 교장의 현장생활 보고서

낮에는 정규수업, 밤에는 자율학습의 공동체

낮과 밤으로 이어지는 학교

나는 학교장으로 부임하여 몇 가지의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교사와 학생의 의견을 물어 새로운 규칙을 세우면서 조금씩 바꾸기 시작하였다. 조금씩, “경제속도”로, 즉 구성원들이 당시로는 크게 변화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지난 후에 보면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한복을 교복으로 계속 입힐 것인가?

맨 먼저 생각한 것은 학생의 복장에 관한 것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의 교복은 독특하기로 세상에 알려진 복장이다. 보통 민사고를 말하면 한복차림의 교복을 생각할 정도로 독특하다. 나는 개교 및 입학식의 자리에서 학생들의 교복을 최초로 보았다. 처음에는 아마도 행사가 있을 때 일종의 예복으로 입히는 것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후일에 학교를 방문하였을 때도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사들도 개량 한복을 입은 것을 보았다.

나는 이러한 광경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저런 복장으로 생활하는 것이 정말 좋을까, 그리고 옳을까? 설립자의 의도로는, 본래 사람의 외관이 정신과 자세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전통적인 옷을 입힌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전통 속에서 정신을 키워간다는 뜻이었던 것 같았다. 물론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사들도 평상시에 개량 한복을 입게 하고 모자도 쓰게 했다.

그러나 내가 부임할 무렵에는 대개 남자 교사들이 평소에 모자를 쓰고 있지는 않았고, 여자 교사들은 정자관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행사 때는 교사와 학생은 모두 정장의 한복을 입고, 남자 교사는 갓을 쓰고, 여자 교사는 정자관을 썼다. 학교생활의 광경은 독특한 종교집단의 공동생활처럼 보였다.

한복을 그대로 입겠어요

나는 먼저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그랬듯이 한복을 계속해서 입고 싶은가, 아니면 교복을 바꾸었으면 좋겠는가고 여론조사 형태로 물었더니, 나의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은 한복을 계속해서 그대로 입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이 수합되었다. 다만 모자, 즉 옛 중학생들이 1970년대까지 쓰던 옛날 형태의 모자는 벗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나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대로 복장을 결정하였다.

내가 어느 교사로부터 들은 바인데, 초기에 학생들은 귀향할 때나 외출할 때, 정장의 한복과 모자를 쓰고 사람들이 많은 도시의 시내를 다니는 것을 쑥스럽게 여겨 귀향 차량에서 내리기 전에 부모에게 연락하여 마중을 나와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 민사고 학생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면서, 나중에는 그 교복이 자신들의 자긍심을 지키는 데 작용한 것 같았다. 학생들은 그 교복으로 외출이나 귀향은 말할 것도 없고 해외 수학여행도 다녔다.

하기는 나도 학교장 취임식에서 한복의 정장을 하고, 갓을 쓰고, 그리고 그런 차림으로 학생을 위해서는 영어로, 학부모와 일반하객을 위해서는 우리말로 취임사를 했다. 그것은 이미 학교의 전통이었다. 그러나 나는 일단 다시 학생들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었다. 

 

학생법정의 체벌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본래 민사고 학생회의 활동 중에는 일반학교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명예위원회와 ‘학생법정’이 그것이다. 명예위원회가 운영하는 이 법정은 학교의 교칙이나 학생회가 정한 규칙을 범한 학생에 대하여 자치적으로 심판하고 징계의 수준을 결정하는 기능을 하고 있었다.

학교생활 중에 학생은 누구든지 학교의 규칙을 어겼을 때 학생법정에 회부되어 재판을 받는다. 학생들 사이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가 아니라, 교칙을 위반했을 때 징계를 받게 하는 일종의 형사재판에 해당한다. 법정의 재판에서 징계가 결정되면 위반자는 회초리를 몇 대씩 맞게 된다. 징벌수준의 결정은 자치조직인 학생법정이 하고 징벌의 집행은 교사에게 위임한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징계의 수준이 결정되면, 그 집행은 위임된 교사가 회초리로써 매를 가한다.

학생들은 가벼운 벌을 받기도 하지만 무거운 벌을 받는 경우에 많은 매를 맞기도 한다. 매우 고통스러운 벌을 감당하는 장면을 본 나는 이 제도를 별로 좋은 제도라고 보지 않았다. 현장에서의 고통도 고통이거니와 특히 치마를 입는 여학생 중에는 한동안 매의 흔적을 보이면서 생활해야 하는 것,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느끼게 하였다. 학생들의 말에 의하면, 그 매질 자국은 상당히 오래 동안 장다리에 남아 있을 정도이기도 하였다.

본래 징벌의 이론에 의하면, 잘못을 범했기 때문에 이에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보응설(報應說), 잘못을 깨달아 이를 고치는 계기가 되게 한다는 개전설(改悛說), 같은 잘못을 누구나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설(豫防說) 등이 있으나, 아마도 교육적으로 행해지는 징벌은 개전설, 예방설, 응보설의 순으로 그 의미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체벌이라는 것이 교육적으로 별로 바람직한 방법도 아니며, 징벌을 가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더욱 적절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교직원 회의에서 나는 교사들에게 학생대표들과 협의하여 다른 방안을 검토해 보자고 하였다. 당시에 한문 교사의 발상으로 징벌의 수준에 따라서 명심보감(明心寶鑑)의 한 부분을 쓰게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다소 징벌의 의미는 떨어지지만 교육적으로는 유익한 방법이라고 하여 그렇게 결정하였다.

 

“학생공화정”으로 새출발하는 자치제도

당시에 학생자치회는 학생법정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개별학교에서 조직한 것과 별로 다른 것이 없었다. 나는 학생회로 하여금 좀 더 제도적 구조를 갖추게 하여 자치역량을 높이는 것이 민주주의 교육의 측면에서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사회과 교사에게 검토와 연구의 과제를 맡겼다. 그 결과물은 바로 “학생공화정”으로 제도화는 것이었다. 즉, 민주정체의 전형인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라서 입법, 사법, 행정의 체제로 권한과 역할을 분리하고, 자치조직을 운영하게 하였다. 이미 존재하던 학생법정은 사법부의 기능을 하는 부서로 편입되었다.

매학기 학생회의 대표들은 다시 선출된다. 입법위원회의 설치는 학생생활에서의 복리의 증진, 질서의 유지, 갈등의 해결 등을 위한 기본적인 규칙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험을 함으로써 조직생활에서의 입법의 원리와 절차를 실제로 학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방적 준법의 요구는 자발성과 책임성이 수반되지 않은 강제적 묵종(黙從)의 요구에 불과할 수도 있으므로, 입법의 경험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체계적으로 경험할 필요가 있다. 이 위원회의 대표는 학생의회의 의장 격이다.

사법위원회의 설치는 학생자치회가 제정한 규칙에 대한 위반, 혹은 학교의 교칙과 지시를 위반한 행동의 제재에 있어서 학교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을 심판하거나, 개별 학생 간에 혹은 집단 간에 발생한 갈등의 해결을 위한 심판을 수행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종래의 명예위원회에서 운영하던 학생법정의 운영권을 인수하여 그 기능이 연속될 수 있게 한다. 단순한 징계사항을 관장하는 경험만 아니라 준법의 가치를 구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구성원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 혹은 심판의 기능도 담당한다. 이 위원회의 대표는 학생법원장 격이다.

행정위원회의 설치는 입법위원회가 제정한 규칙에 따라서 학생자치기능의 활성화와 구성원의 복리증진을 위한 정책을 수행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행정위원회는 여러 부서를 두고 업무를 분담하여 수행한다. 이 위원회의 대표는 학생자치회의 수반(首班)으로서 학생 대통령의 격이다.

새롭게 출범한 학생공화정은 그런대로 흥미롭게 운영되었으나, 학생들 사이에 매우 ‘순진한’ 오해가 발생하였다. 그것은 입법, 사법, 행정의 기능을 가진 학생자치회를 ‘학교자치회’로 오해한 것이다. 말하자면, 학생의회는 입법기관의 하위조직, 즉 하원과 유사하고 학교의 교무회의는 상위조직, 즉 상원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니다. 학생자치회의 구성원의 자격은 학교가 입학을 허가하여 학적을 보유한 학생들이므로 학생자치회가 학교자치의 개념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학생자치회는 그 조직의 질서 있는 유지와 구성원의 복리를 위한 사항을 입법할 수 있고, 학교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을 처리하거나 집행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 구성원의 이익을 위하여 학교에 여러 가지를 건의할 수 있다.

 

기숙사 학교의 이점과 한계

학교의 캠퍼스 안에 숙소와 교실과 도서관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매우 좋은 여건일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생각하기에, 등교하고 하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피곤이 거의 없고, 기상과 취침과 자습의 체계적인 운영에 의한 규칙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며, 아침 식전의 체력단련을 함께 할 수 있고, 각종의 동아리 모임을 수시로 편리하게 가질 수 있다. 가까이 사귈 수 있는 친구로는 같은 반의 교우만이 아니라 기숙사의 룸메이트와 동아리의 구성원들, 그리고 상급생 혹은 하급생 등 폭넓은 친교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물론 기숙사 생활의 문제도 있다. 먼저 부모와 가족을 떠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가정적 소속감과 애정의 결핍을 느끼게 되고, 기숙사의 경직된 생활규칙이 주는 각종의 제약이 있으며, 엄밀한 사생활(privacy)을 확보하지 못하여 항상 자신을 노출시켜 놓고 살아야 하고, 때로는 경쟁적 학습의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긴장된 시간이 많다는 것 등이 있다. 일종의 병영생활과 같은 제약 속에 있다.

민사고와 같이 캠퍼스가 외진 곳에 떨어져 있으면, 외부와의 왕래와 접촉이 없기 때문에 그 속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가 제공하는 수업 이외의 개별 과외지도는 받을 수가 없고 각종의 학원에도 출입할 수가 없다. 그리고 기숙사 생활의 비용도 많은 학생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분명히 학교는 기숙사 생활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단점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계획과 운영을 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말해서 장점이라면 학습의 효율성이고 단점이라면 사생활의 제약이다. 내가 학교장으로 부임하였을 때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는 이미 들었던 대로 기숙사 생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몇 가지의 특별한 성공적인 노력을 하고 있었다.

첫째, ‘혼정신성(昏定晨省)’을 함께 함으로써 전통적인 가족의식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전통문화를 몸에 익히기 위하여 학교의 교복은 전통한복을 입는다는 것 이외에, 특기할 만한 것으로 또 한 가지가 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자식들은 부모님의 잠자리를 살핀 후에 편안히 주무시기를 바라는 인사(혼정)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밤새 안녕하셨는지의 문안인사(성신)를 하는 전통적 가정의례를 실습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부모들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부모를 대신해서 혼정은 사감(舍監)에게 하고 신성은 체력단련을 맡은 교사에게 한다.

아침 시간의 체력단련

둘째, 아침 시간을 이용한 체력단련이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개 시험과 혹한(酷寒)의 시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날에 아침 6시 30부터 약 30분간에 걸친 체력단련을 한다. 태권도, 검도, 기체조 등을 배우며 졸업 전에 승단(昇段) 평정을 받아 대개 초단을 획득하도록 한다. 체력관리를 위한 기술과 습관을 익히는 좋은 기회이다.

셋째, ‘또래지도’(peer tutoring)의 체제가 개발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정 교과목이나 어떤 학습부문에 상급생 혹은 동급생의 지도를 받고 싶으면 학생회의 담당자에게 신청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지도해 줄 수 있는 의도와 여유가 있는 학생은 등록을 해 두면 담당자가 연결을 해 준다. 또래지도가 일정 수준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지니면 학교는 지도한 학생에게 봉사점수를 준다. 저녁시간이면 이곳저곳에서 또래지도의 장면을 볼 수 있고, 특히 신입생에게 매우 유익한 학교의 분위기이다.

넷째, 매우 활발한 클럽활동이 기획되고 있으며 이를 학교가 지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교장으로 있을 당시에 민사고의 학생들이 만든 교내 동아리(클럽)의 수는 100여개가 넘으며, 학교가 그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도하는 수만도 80여개가 된다. 이러한 활동은 등교하고 하교하는 데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기숙사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횡성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하급학교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지도나 독고노인(獨孤老人)을 보살피는 봉사활동을 비롯해서, 교내의 관현악, 토론, 유네스코 활동, 연극, 사물놀이, 국궁, 농구, 야구, 축구, 태권도, 그리고 국문 혹은 영문의 발간물을 내는 보도나 편집 등 다양한 활동의 조직이 있다.

그밖에도 ‘또래상담’을 비롯하여 ‘팝송대회’, ‘댄스파티’ 등 각종 축제와 졸업생의 ‘홈컴잉 데이’ 등 학생자치회가 주관하는 행사가 있고, 학교가 주관하여 해마다 조부모, 부모, 가족을 초청하여 함께 민속체육대회를 열기도 한다. 낮에는 학교가 주도하는 교육활동이 전개되지만 하교한 이후에는 학생들의 자치적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그야말로 ‘학생공화국’이 전개된다.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  dhl9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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