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안착 2년..초등 맞벌이 가정 "연차까지 내야 하는 신세"

뿔난 초등 학부모들, "내 숙제냐, 아이 숙제냐"...

교사들도 고충 토로, "잦은 시스템 오류...수업 자체 불가능"

"원격수업 플랫폼 오류 심각"...교육당국 책임론 불가피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교육부가 14일부터 여름방학 전까지 수도권 지역 유.초.중.고등학교에 전면 원격수업 시행 방침을 내린 이래, 교육 현장 및 학부모들의 혼란은 계속해서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장기화된 원격수업 돌입에 따른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 원격수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애들도 헤매고 나도 헤매고..학교와 교사는 왜 존재하나?"분통

한 온라인 까페에서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정부 방침을 이해하지만, 2년째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현 초등학교 1·2학년은 앞서 정부가 추진한 수도권 거리두기 2~3단계에서 밀집도 예외로 분류돼 매일 등교했지만,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상향 조정으로, 현재 모두 원격수업에 돌입한 상태이다. 

이에, 맞벌이 가정 부모들은 또 다시 어린 자녀의 온라인 수업 조력을 위해 서둘러 연차까지 내야 하는 신세가 됐다.

특히, 올해 첫 원격수업을 시작한 신입생 초등 1학년 학부모들은 좌충우돌하며 더욱 큰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신입생 자녀의 원격수업에 필요한 노트북·태블릿PC 등 인터넷 장비를 서둘러 구매하고 어린 자녀 대신, 일일이 원격수업 방법을 습득하는 등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진 초등 맘까페 커뮤니티 화면 캡쳐.
사진 초등 맘까페 커뮤니티 화면 캡쳐.

아울러, 스마트 기기 대신 EBS 방송과 학습꾸러미로 수업을 진행 중인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갑작스런 원격수업 전환으로 인해 해당 방송과 학습 진도가 불일치한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또한 초등 1학년 학습 꾸러미의 경우 학부모가 숙제를 대신 할 수밖에 없는 사실상 ‘엄마 찬스 숙제’가 됐다. 

서울시 소재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방학을 2주 정도 남긴 14일부터 전교생 원격수업 전환으로 변경되면서 실시간 접속자 폭주로 끊김 현상이 발생해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이 학부모는 “주 2회 원격수업을 하던 아이의 수업에서 중도에 잦은 끊김이 발생했고, 줌 연결이 지체되는 등 엉망진창이었다”며“아이도 헤매고 나도 헤매고, 왜 의무교육 기관인 학교와 교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내가 붙잡고 있어야 하느냐 한 마디로 분통터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부모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도 정도가 있다"며, "아이 지도 및 케어는 집에서 학부모가 다 하고, 월급은 교사가 받아가는 형국"이라며 볼멘소리를 더했다.

사진 연합뉴스tv 유튜브 영상 캡쳐.
사진 연합뉴스tv 유튜브 영상 캡쳐.

원격수업 안착 2년..'교육 당국 책임론' 확산 불가피

원격수업 전환에 따른 현장 교사의 해당 공공학습관리시스템에 대한 불신 역시 계속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원격수업 2년 차에 접어든 교육현장 속 교사들의 원격수업 진행 상황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소재 중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제공한 e학습터·온라인클래스 등 공공학습관리시스템인 LMS에 대한 불신으로 사설 업체 원격수업 플랫폼인 줌(zoom) 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A 교사는 "원격수업 진행 도중 해당 플랫폼 접속 상태가 안정되지 못해 빈번한 접속 오류가 일어나는 것이 다반사"라며, "수업 도중 실시간 접속자 폭증에 따른 접속 지연으로 수업 자체가 진행이 안 되는 점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A 교사는 "이 경우, 교사 스스로 기기 오류 문제를 점검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면서 "정작 중요한 수업은 뒷전으로 밀리고..또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교사로서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A 교사는 "LMS의 불편함 때문에 상당수 교사들이 나처럼 줌을 활용해 원격수업에 나서면서 줌에서도 접속조차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수업을 아예 진행할 수가 없었다. 원격수업을 시작한 지 2년 차인데, 아직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라고 일갈했다.

A 교사의 발언은 원격수업 플랫폼의 가장 큰 문제인 네크워트 및 서버 접속 오류에 따른 소리 끊김 현상 등에 따른 학습권 및 교육권 부재를 언급한 것이자, 교육당국에 책임을 묻는 쓴소리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올 초, 개학을 앞두고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에 수십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원격수업 플랫폼의 시스템 오류는 여전한 상황이다. 

교총은 “2학기에도 언제든 원격수업 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교육 당국은 이에 대비해 학교 현장의 애로점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와 교육부는 포스트 코로나 교육을 대비하는 위해 안정적인 한국형 원격수업 플랫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현재로선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 서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아울러 줌의 오류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구체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서울시 학교가 원격수업에 동시다발로 들어간 첫 날인 14일부터 일부 지역에서 학교 인터넷망이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있었지만 바로 조치를 취해 오후 12시께 정상화됐다”면서 "현재 공공학습관리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2학기를 대비해서 여름방학중에 기능이나 화질 등도 개선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