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면시행 앞둔 고교학점제', 교육 주체 설득에 난항

교육계, "한국교육의 재앙...고교학점제 전면 철회돼야"

진보·보수 교원 단체 모두 반대, "현실적 어려움 커"

교육당국 해명, "학교 서열화 방지ㆍ대입 경쟁구조 개선될 것"

한 교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 주최측 제공
한 교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 주최측 제공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분야 대선공약 중 하나인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추진'을 준비 중인 교육부가 난처한 입장에 직면했다.

고교학점제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교원단체들의 전력이 갈수록 거세져 급기야 양자 간 대치국면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인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 교사 선언자 모임' 소속 교원들은, 교육당국의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 계획을 조속히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자리에서 정규 교원 수급과 양성대책, 교육과정과 대입 개편, 도농 간 교육격차 해소방안, 대학 자율성 강화 등 준비된 게 없다는 점에서 2025년 전면 도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는 좌우 진영 논리를 넘어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 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며, 전원 고교학점제의 2025년 전면도입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사들이 고교학점제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주최측 제공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사들이 고교학점제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주최측 제공

○ 교원단체들, "고교학점제 시행 준비... 턱없이 부족해"

교육부의 속도전 강행과 달리, 현장에서 고교학점제를 직접 이끌어 가야 할 교육계는  '고교학점제 시행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리에서 고교학점제 시행에 앞서 필수인 교사 수급 문제, 공간 문제, 공동 교육과정에 필요한 지원 등이 같은 핵심 과제 논의가 빠졌다며, 교육당국의 반쪽짜리 밀어부치기식 행정 작태에 분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들은 앞서 교육부가 '2025년 시행으로 못박은' 고교학점제 도입 시점을 우선 미루고, 해당 사안을 원점에서 전면 재논의 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총 192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로, 2025년 전면도입 정부안이 완성된 상태다. 

현재 시행 중인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는 2018년 105곳에서 올해 1457곳으로 늘어났다. 고교학점제는 지난 2020년 마이스터고에 첫 도입됐으며, 내년부터는 일반고와 특성화고에, 2025년에는 전체 고교에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한 교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 주최측 제공
한 교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 주최측 제공

○ 현장 교원들, 완강한 거부 의사에...난감해진 교육당국

고교학점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위해 교원단체들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현장에 모였다.

교실이 아닌 거리에서, 분필 대신 항의 피켓을 잡은 교원들은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추진 일정이 애초부터 잘못 설계됐다고 비판했다.

고교학점제도가 현장 교원들과의 충분한 사전 교감 논의 및 숙고 과정이 일절 배제된 상태에서 이 같이 일방적으로 강행됐다는 분노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마이크를 잡은 A 교사는 대표발언에서, 해당 사안이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교원 수급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교육현장 여건 상 고교학점제 초기 목적이 과연 실효성 있게 담보될 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B 교사는 문재인 정부의 고교학점제 추진이 "한국교육의 재앙"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 새교육과정 개편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새 교육과정 마련에 있어서도 교육주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교육당국 해명, "학교 서열화 방지·대입 경쟁구조 개선될 것"...

이처럼 실무자인 현장 교원들이 고교학점제 확대 시행 시행에 완강한 거부 의사를 나타내면서, 교육당국은 고교학점제의 안정적 정착에 있어 더 많은 교육 주체를 설득해야 하는 중대과제를 떠안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이 같은 현장의 우려에도 귀를 닫고, 묵묵히 고교학점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지자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삶과 연계한 개별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과정”이라며 “고교학점제에 대해 학교 현장의 변화가 느껴질 정도로 현장의 만족도와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앞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학교별 교육 여건이 상이한 상황에서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학교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같은 쓴소리에 "고교학점제로 현재의 대학 진학을 강조하는 대입 경쟁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며, "고교 체계가 전면 개편되고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면 학교를 유형화해 학생을 학교에서 선발한 결과로 나타난 학교 서열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당국이 논란에 봉착한 고교학점제 정책을 실효성 있게 이끄는 데 있어, 현장의 어려움 호소와 실무자인 교원들과의 쌍방형 소통 및 공감대 형성은 필수로 파악된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고교학점제 반대 의사를 일관되게 표하고 있는 다수 현장 교사들과의 갈등 중재 및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등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어 추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