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목에 건 정유라, 1심 판결 전..."청담고ㆍ이화여대 모두 신속 퇴학 처리"

허위 증명서로 얼룩진 조민, '공범' 규정에도, "구속영장ㆍ소환조사...모두 비공개 황제 소환 진행"

조국, "서울대 강의無...매달 250만원 봉급 챙겨"

2017년 6월 3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엘리베이터 에 탑승한 정유라 씨 모습. 사진 연합뉴스
2017년 6월 3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엘리베이터 에 탑승한 정유라 씨 모습.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입시 비리 사태가 여당의 전형적인 ‘내로남불’ 작태라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촉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지난 11일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정경심 교수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유지ㆍ선고했지만, 정작 정 씨의 딸 조민 씨에게는 별다른 처벌이 이뤄지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조민 씨와 정유라 씨는 입시비리 혐의에 연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정유라는 대한민국이 취약했던 승마 종목에서 사실상 스스로 두각을 나타내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라도 딸 만큼 출중한 능력은 있었다"면서 "하지만 조민은 평생을 엄빠찬스(엄마ㆍ아빠의 도움)로 기생하며, 평범한 부모를 둔 그 자녀들은 결코 꿈도 못 꿀 온갖 편법 속 혜택을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유라가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들고 면접봤다면, 조민은 위조된 표창장과 엉터리 증명서를 들고 면접을 봤다"고 일갈 했다.

앞서 검찰은  2017년 6월, 이화여대 학사비리 혐의를 받는 정유라 씨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2차 구속영장을 거듭 청구했다.

특히 5번의 소환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자진 출석한 정유라 씨에게 수갑을 채워 포토라인 앞에 세웠다. 반면, 조민 씨는 구속영장은커녕 소환조차 비공개로 진행했다. 검찰의 수사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015년도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전형에 응시해 합격했던, 정유라 씨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인천드림파크 승마장에서 금메달을 땄다.

조민 씨는 2010년 3월 고려대 이과계열에 수시전형에 응시해 합격했다. 한영외고에 재학 중이던 2008년 12월 조민 씨는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하면서 쓴 병리학 논문, 즉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을 앓는 신생아의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과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내용의 논문(제1저자로 이름 올림)'을 고려대에 제출했으며,입시 지원 자기소개서에도 해당 논문 등재 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정유라 씨가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017년, 정유라 씨가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유라 씨는 앞서 박근혜 대통령 재임시절인 2016년 민주당 등 현재 여권의 주장에 의해 발생한 국정농단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최서원(최순실)씨의 딸이다.

당시 정유라 씨는 본인이 연루된 입시비리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청담고 입학과 이화여대 감사위원회로부터 입학 취소 및 퇴학 조치 당했다. 또한 이화여대는 정유라 씨의 재입학을 영구 불허한 상태다.

당시 정유라 씨 입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전 입학처장 등 5명은 중징계 처리, 나머지 15명에 대한 징계도 신속히 이뤄졌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류철균 교수등 정씨의 대입과 학사에 관여한 이화여대 교수들은 줄줄이 구속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전 학장은 암 투병 중이라며 불구속 수사를 호소했지만 검찰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태 이후, 입시비리 대학이라는 부정 여론을 의식한 이화여대 측은 2019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 전형'을 폐지하는 고강도 조치까지 내놨다.

반면,부산대는 애초 무죄추정원칙을 앞세우며 조 씨의 입학 취소 등의 조치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이후 결정하겠다며 입장보류 태세를 반복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 3월 8일 부산대에 조씨 의전원 입학 관련 조치 계획을 보고하라고 요구하면서 뒤늦게 교내 입시비리 조사공정위를 꾸리는 등 기조를 바꿨다.

정유라 씨 과거 승마 대회 수상 이력. ⓒ 에듀인뉴스
정유라 씨 과거 승마 대회 수상 이력. ⓒ 에듀인뉴스
(왼쪽부터) 최서원(최순실)씨, 최경희 전 이대총장,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 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 이인성 이대 교수, 류철균 이대 교수 등이 지난 2017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웝에서 열린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특혜 관련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왼쪽부터) 최서원(최순실)씨, 최경희 전 이대총장,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 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 이인성 이대 교수, 류철균 이대 교수 등이 지난 2017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웝에서 열린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특혜 관련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민 재판 추이..."정유라와 형평성 전혀 안 맞다" 


일각에선 검찰이 정유라 씨 사태에 준하는 신속한 판단을 조민 씨에게도 내려야 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한 누리꾼은 "조민 재판 추이는 정유라와 형평성이 전혀 안 맞다" 며 "앞으로 똑같이 문서 위조해 부정입학해도 되느냐. 누구보다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던 조국 아니냐"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야권도 쓴소리를 냈다. 앞서 11일 국민의힘 곽상도·김병욱·배준영·정경희·정찬민·조경태 의원은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조민 의사 만들기 프로젝트’는 계획적인 입시 부정 범죄였음이 확인됐다”며 “교육부와 고려대, 부산대는 재판을 통해 밝혀진 진실을 인정하고 그동안 권력의 눈치를 보며 조민 감싸기로 일관했던 행태에 분노하고 실망했던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교육부는 고려대와 부산대가 조민의 부정입학에 대해서 제대로 조치를 내리도록 지도 감독해야 한다”며 “고려대는 조민의 입시부정이 명백히 밝혀진 만큼 자료가 없다는 핑계만 대지 말고 입학규정과 학칙에 따라 조민의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 부산대학교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여 조속히 자체조사위원회 조사를 마무리하고 입학규정과 학칙에 따라 조민의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도봉구 한일병원 입구에서 자유 우파 대학생 단체 '신전대협' 회원들이 올 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 인턴채용 합격을 규탄하며 '여권인사 우수채용병원' 문구가 적힌 현판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도봉구 한일병원 입구에서 자유 우파 대학생 단체 '신전대협' 회원들이 올 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 인턴채용 합격을 규탄하며 '여권인사 우수채용병원' 문구가 적힌 현판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검찰, "조민은 공범"...본인 스펙 위조 적극 가담해


현재 조민 씨 사건을 담당한 검찰은 조 씨를 스펙 위조 사건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11일 조국 전 법무장관과 정 교수의 1심 재판에서 "이 사건(학사비리 사건) 대부분이 조 씨와 남동생 조 원 씨가 지배하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며 두 사람을 증인석에 세워 실체를 따져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조 씨가 법정에 나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증인신문은 무산됐다.

검찰이 2019년 9월 조 씨를 비공개 소환 조사한 이후 기소 여부 판단을 계속 미루고 있는 데 대해, 조 전 장관과 정경심 전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와 정 교수를 구속해 놓은 상황에서 딸 조씨까지 구속심사대에 올리는 것이 검찰 입장에선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1일 조 씨의 입시비리의 몸통 격인 어머니 정경심 동양대 전 교수는 항소심 선고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①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②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및 논문 1저자 등재 ③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체험활동 및 논문 3저자 등재 ④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⑤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 ⑥동양대 총장 표창장 ⑦동양대 어학교육원 보조연구원 인턴 등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했다.

한편, 앞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조 씨를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공교롭게도 2016년 정유라 씨 수사 때와 동일한 인물로 (고형곤 부장검사) 밝혀져 수사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다.

아울러 현재 조 씨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부장검사 김영철)에서 맡고 있다. 조 씨 대한 기소 여부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1차 결정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친정부 성향 검사로 분류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직위해제된 조국, "강의도 안 하고 매달 250만원 봉급 챙겨"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에 따르면, 서울대는 자녀 입시비리(조민)혐의에 일부 가담한 것으로 판시된 조 전 장관을 대상으로 일주일째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측은 조 전 장관에게 유죄 판결이 나와야 징계위원회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전 장관의 현재 교수 지위와 관련해 징계위 개최 필요성을 지적한 정경희 의원에게 서울대는 "위 사안에 대해 당사자인 조국 교수는 검찰의 기소에 따라 사법부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바,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당사자인 조국 교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확인된 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조 전 장관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되면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직위해제됐지만, 교수직은 유지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이같은 '5년째 알박기'로 인해 서울대는 올 초 퇴임교수 후임 충원에 실패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로스쿨 학생들에게 전가됐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은 "서울대는 딸의 부정입학 공범인 조국 교수에 대해 봐주기로 일관하며 무한애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조국 교수의 재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조국 교수가 딸 조민의 부정입학에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 만큼 서울대는 바로 징계위를 열고 조국 교수에 대해 징계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직위해제 이후에도 서울대로부터 매달 봉급 250여 만원을 꼬박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