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사학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재단 건학이념·학교특성 맞는 교사 채용 불가해져"

'사학개정안' 일방 통과..."종교•법조계 등 진영 불문 원성 터져나와"

사학•한기총 등, "법적 근거 없는 행정 권한 남용 불법행위" 독소조항 완전 철폐 촉구

불응 시, 낙선운동•헌법소원 등 합법적 강경 대응 예고도

'구국 인재 양성'힘써온 사학...역사의 주요 고비마다 "들불처럼 일어나 국가 지탱해"

일명 '항일운동 태극기 마을'이라 불리우는 경남 남해 소안도에 세워진 '사립 소안학교' 전경.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에 세워졌던 학교로, 일장기 및 일본 천황 폐하를 받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쇄 조치 명령을 받았다. 1905년 토지조사사업 당시 사도세자의 5대손인 이기용 자작이 소유권을 가로챘다.면민들은 13년 동안 법정투쟁을 벌여 1921년 마침내 승소판결을 받아낸다. 이를 기념하고자 면민들은 1만 400원을 각출해서 1923년 중화학원을 정식학교인 '사립 소안학교'로 승격시켰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캡처
일명 '항일운동 태극기 마을'이라 불리우는 경남 남해 소안도에 세워진 '사립 소안학교' 전경.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에 세워졌던 학교로, 일장기 및 일본 천황 폐하를 받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쇄 조치 명령을 받았다. 1905년 토지조사사업 당시 사도세자의 5대손인 이기용 자작이 소유권을 가로챘다.면민들은 13년 동안 법정투쟁을 벌여 1921년 마침내 승소판결을 받아낸다. 이를 기념하고자 면민들은 1만 400원을 각출해서 1923년 중화학원을 정식학교인 '사립 소안학교'로 승격시켰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캡처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이른바 '사학 국유화 사태' 논란을 야기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 강행•의결하에, 25일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언론과 시민 단체, 학계와 법조계 등 진영을 가리지 않고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일각에선 민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국가가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처럼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사립교원임용 단계부터 교육청이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각계의 지탄이 나오는 가운데 종교단체들은 사학법 개정안의 숨겨진 의도는 ‘사학의 공영화’라고 외쳤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이철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등 기독교 단체, 기독교학교 단체 관계자들이 '사립학교 교원임용 교육감 위탁 강제 입법' 반대 손팻말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이철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등 기독교 단체, 기독교학교 단체 관계자들이 '사립학교 교원임용 교육감 위탁 강제 입법' 반대 손팻말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는 사립학교 교원 임명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종교계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전날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등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는 사립학교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여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철 감독회장, 김종준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재훈(온누리교회·한동학원 이사장)·고명진(수원중앙침례교회·예닮학원 이사장) 목사, 이영선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법인 이사장(전 한림대 총장), 신광주(경신고)·최성이(정신여고) 교장, 우수호 대광고 교목 등이 참석했다.

이철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사립학교 교원임용 교육감 위탁 강제 입법'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철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사립학교 교원임용 교육감 위탁 강제 입법'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김종준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자리에서 "본 법안이 본 국회본회의를 통과하게 될 경우 우리 기독교 사학은 교원의 임명권을 박탈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건학이념을 동의하지 않는 비신앙적인, 반종교인들 심지어 이단에 속한 사람들까지 기독교 학교에 임용이 되어 사학재단이, 또 기독교 재단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일침 했다.

김 회장은 이어, "기독교 학교들은 일제 강점기에도 폐교를 불사하고 정체성을 지키며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해 항일구국, 민족교육의 요람이 됐다”며 “사학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돼, 비(非)신앙적, 반(反)종교적 교사는 물론 이단까지 교원으로 임용될 수 있어 학교가 무너질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독소 조항의 완전 철폐를 촉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시 낙선운동과 헌법소원 등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에 통과된 사학개정안에 따르면, 사립학교 신규 교원을 공개 채용 시, 각 시도교육감에게 필기시험을 위탁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조항(제53조2 11항)을 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법인 측이 교육감의 승인을 받지 않는 한 필기시험을 시도교육청에 위탁해야 한다.

또한 개정안에는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해 학교법인의 회계나 예·결산을 심사를 거치게 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보고됐다.

국민의힘 김진태 당협위원장.사진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진태 당협위원장.사진 연합뉴스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선 사립학교의 인사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과 사립학교의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될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반발했고,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학 비리를 근절하려면 반드시 처리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사학법 개정안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도한 사유 재산권 침해이자 법의 탈을 쓴 약탈 행위다"

국민의힘 김진태 당협위원장은 25일 법안 통과 직전 성명을 통해  "사학재단에서 이젠 교원 임용도 못하고 교육청에서 정해주는 대로 받아야 하며, 미션 스쿨에 타 종교를 가진 교사를 보내도 거부할 수 없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그 옛날 어렵던 시절에 사학 설립자들은 사재를 털어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왔고, 조국 근대화의 초석으로 이어졌다"면서 "좌파들은 사학재단을 손보려고 벼르다 이번에 아주 통째로 집어삼키려고 한다"고 공박했다.

이 밖에도 김 위원장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겨우 국회 교육위원장을 야당에게 넘겨주기 전에 대못질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나라가 이렇게 뿌리째 흔들리면 나중에 정권교체를 이룬다 해도 다시 세우기 어렵다"고 일갈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왼쪽)과 법사위 야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오른쪽)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왼쪽)과 법사위 야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오른쪽)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교육시민단체인  학교바로세우기 전국연합 조금세 회장도 쓴소리를 냈다. 언론보도에서 조 회장은  “사학은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해 항일운동에 앞장섰고 서양 근대교육의 보급 및 민족의 개화와 계몽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오늘과 같은 민주주의와 경제부국의 초석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학법인에 격려를 하기는커녕 정권 유지를 위하여 온갖 구실을 붙여 사학의 고유권한인 학생선발권, 공납금 책정권, 사학 운영권, 건학이념 등 모든 것을 상실하게 하고 마지막 보루인 교사 선발권까지 빼앗아 가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국가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조 회장은 “이번 사학법 개정은 지금까지 추진한 무자격 교장 공모제와 혁신학교 확대 향후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초·중등학교 이념교육 실시, 진보 교육감의 전교조 출신 우대정책과 일맥상통한다”며 “현 정권은 장기집권의 야욕에서 벗어나 국가장래를 위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악법 사립학교법 개정을 즉시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법조계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립학교법」 53조의 2(교원의 임용)와 「사립학교법시행령」 21조(교사의 신규채용)에는교원의 임용은 ‘학교법인’이나 ‘사립학교 경영자’가 임용할 것을 명시하며, 신규 채용의 경우 공개 채용토록 하고 있다. 인건비 지급도 마찬가지다. 「사립학교법」 43조 등에는 보조금 지원 중단 경우가 있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이경균 사무총장(왼쪽부터)·대한사립학교장회·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이경균 사무총장(왼쪽부터)·대한사립학교장회·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입법..."유례없는 사학 독점 꿈꾸나"

'180석 거대의석’에 기댄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입법으로  ‘사학의 공립화’ 가속화가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는 탓에 이제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정안을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사학계의 지적이 나온다.

사립학교들은 사학 근간을 흔든 초헌법 및 위헌적 행위라며 반발에 나섰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됨에 따라 자율성이 말살된 한국의 사학은 명목만 남고 유명무실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사학법인)는 24일 긴급 성명을 내고 "사학 자율성 말살하는 위헌·위법한 법안 추진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학법인은 또 "헌법, 사립학교법, 교육기본법은 사학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데 현재 정부가 사학의 학생모집권, 수업료징수권, 교육과정 편성권을 독점하고 있다"며 "그나마 남은 인사권까지 독점하겠다는 발상은 위헌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경균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25일자 조선일보 기고에서 "여당이 사립학교 교사 채용 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사학(私學)의 건학(建學) 이념을 무시하고 자율성을 말살해 ‘사학의 공립화’를 가속화하는 악법이다. 여당은 일부 사립학교에서 채용 비리가 문제 되자 ‘사학 비리 근절’을 명분으로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실제로는 시도 교육감의 정치 성향에 맞는 편향적 교사의 대거 채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장은 "우리나라 사학은 학생 선발권, 교육 과정 편성권, 수업료 징수권 등을 국가에 빼앗기고 각종 교육 정책 수립에도 배제되고 있다. 중학교 의무교육, 고교 평준화 및 무상교육 등에 사립학교를 강제 포함시켜 재정 지원을 하는 대신, 사학의 자율성을 말살하는 교육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사학 경영인들은 학교 경영 책임을 도맡으면서도 건학 이념 구현과 학사 운영, 교직원 인사 등에서 제한을 받고 있다. 정부는 사학의 자율성을 회복시켜 당당히 국가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명 '항일운동 태극기 마을'이라 불리우는 '사립 소안학교'가 세워진 경남 남해 소안도. 일제 세뇌교육 대신 항일교육을 실시했다.다양한 근대식 학문 교육도 실시를 해 그 인가가 높아 제주도, 완도 등 인근 지역에서까지 유학생들이 몰릴 정도였다고 한다. 강제 폐쇄 되기 전까지 이 작은 학교에서만 무려 수백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이후, 이 사립 소안학교 졸업생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독립운동단체만해도 "배달청년회" "살자회" "일심단" "수의위친계" 등 그 어느 곳보다도 독립을 향한 열정으로 들끓었던 곳으로 역사는 기록한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캡처
일명 '항일운동 태극기 마을'이라 불리우는 '사립 소안학교'가 세워진 경남 남해 소안도. 일제 세뇌교육 대신 항일교육을 실시했다.다양한 근대식 학문 교육도 실시를 해 그 인가가 높아 제주도, 완도 등 인근 지역에서까지 유학생들이 몰릴 정도였다고 한다. 강제 폐쇄 되기 전까지 이 작은 학교에서만 무려 수백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이후, 이 사립 소안학교 졸업생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독립운동단체만해도 "배달청년회" "살자회" "일심단" "수의위친계" 등 그 어느 곳보다도 독립을 향한 열정으로 들끓었던 곳으로 역사는 기록한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캡처

'구국 인재 양성'힘써온 사학...역사의 주요 고비마다 "들불처럼 일어나 국가 지탱해"

역사학자 A 교수는  "역사가 증명하듯, 우리나라의 사학은 역사의 주요 고비마다 국가의 버팀목이자 지렛대의 역할을 해왔다"며, "19세기 말 격동기에 들불처럼 일어난 사학 기관들은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주체성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했으며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항일독립정신 고취는 물론 일제에 저항할 인재양성에 온 힘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어 A 교수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지나고 본격적인 산업화 시기에도 사학은 국가가 운영하는 교육기관과 공존하면서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며 "특히 이 시기에는 부족한 공공재정을 만회하기 위해 많은 인사들이 사재를 털어 학교를 짓고 국민교육과 인재육성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A 교수의 발언은 ‘사학’이 공교육 훨씬 이전부터 국가 교육의 주요한 한 축을 형성해 왔기에 그 존립 근거를 인정받아 왔으며, 따라서 여당의 주장대로 국・공립학교의 빈자리를 메울 단순한 보조물로 결코 치부되선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