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식 교육칼럼] 학교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국가교육평가청’ 설립 제안
[박하식 교육칼럼] 학교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국가교육평가청’ 설립 제안
  • 장건 기자
  • 승인 2021.09.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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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식 충남삼성고 교장.
박하식 충남삼성고 교장.

[에듀인뉴스=장건 기자

고등학교의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9등급 상대평가 제도를 우리는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에 명시된 각 교과별 성취목표와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산술적으로 등급이 매겨지고, 이 등급은 고등학생들의 삶에 그리고 진학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육적 의미를 찾아볼 수 없는 기계적인 상대평가로서의 9등급을 고교 평가의 큰 축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은 교육과정과 알찬 교수 학습에 의해 잘 지도하는 학교가 어디인가 하는 교육적인 고려는 뒷전이고, 자녀가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학교가 어디인가를 학교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으니, 학교간의 좋은 교육을 위한 노력과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토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전교사가 최선을 다하고 전교생이 밤새워가며 열심히 공부하여 해당 과목의 가장 높은 수준의 성취 기준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그 학생 중 일정 비율은 자신의 인생 설계에 치명적이 될 수 있는 9등급의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IB처럼 세계수준은 아닐지라도 전국적인 절대적 기준이 없이 알아서 경쟁을 해서 살아남으라는 너무나 비교육적인 처사가 우리나라 고교 등급제에 숨어 있는 것이고, 이것은 절대적 기준을 만들어 학생들이 그 기준에 도달해서 국민들의 인적 자원의 책임을 져야하는 국가의 교육책무성에 대한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일부 과목에 절대 평가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그 절대 평가를 하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평가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못하고 훈련이 필요한 절대 기준 평가의 교사전문가도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교육의 관계를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보기 위해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면 우리나라의 고교졸업자들에 대한 관리가 너무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나라인 영국, 프랑스, 독일에도 대학입학을 위한 국가 차원에서의 시험이 있다, 영국에는 A LEVEL, 프랑스에는 바칼로레아, 독일에는 아비투어가 있다. 이 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에는 또 하나의 장치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눈여겨봐야 한다. 그 장치라 함은 고등학교에서 자신이 이수한 과목에 대해 일정 수준 성취해야만 하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 또는 고교 졸업자로서 갖추어야할 실력에 대한 인증의 장치와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고교졸업하기 직전 2년간은 우리나라처럼 많은 과목을 배우는 것이 6과목 이하로서 같은 과목을 2학기 이상 4학기 동안 지속적으로 배우고 깊이 있게 배운 과목에 대해서 깊은 사고력과 정신 기능을 요하는 서술형·논술형에 더하여 구술 평가를 치러야 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우리처럼 찍어도 되는 객관식 시험을 전 과목에 하루에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한 과목씩 일주일 또는 그 이상의 평가 기간을 갖는다. 이렇게 해서 주어진 성적은 대학 진학용으로도 쓰이지만 동시에 고교 졸업의 자격과 인증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고등학교 마지막 2년간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대학 진학의 준비와 일치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 대학의 학부는 매우 수준 높은 교육을 하면서도 3년제로 운영하고 있다. 즉 고교 교육과 대학교육의 질을 함께 높이는 시스템을 오래전부터 유럽사회는 갖추고 운영해 오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이러한 고교 및 대학 진학 연계 시스템과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교육을 비교해보면 실제로 엄청난 비효율과 무책임이 깊이 뿌리 박혀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에서 배우는 20개가 훨씬 넘는 이수 과목 수 그런데 이 과목 수는 고교학점제의 전면 실시로 인해 더 많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2년 동안 소수의 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워 고등 사고능력과 창의력을 갖게 하는 유럽의 교육과는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다과목 분산 피상학습에서 소과목 집중 심층학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많은 과목을 피상적으로 배워야 하고 이 과목들이 모두 수능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3학년 때는 수능 과목과 실제 이수과목의 연관성이 낮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수해야할 과목에 대한 공부 이외에 진학을 위해 수능 공부를 별도로 해야 한다. 혼자서 해결하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 수능 공부를 위해서 사교육에 의존하면서 선다형 시험에 틀리지 않은 무의미한 반복적인 훈련을 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에서 교육의 질을 관리 체제를 준비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그 출발은 고등학교 졸업에 대한 자격과 인증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하든 직업을 갖든 충분한 역량을 갖추도록 국가는 교육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질 관리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제도상 규정상으로는 이런 평가와 인증을 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을 밝히고 있는 교육기본법 26조는 교육의 평가와 인증제도에 관한 법률이다.

제26조(평가 및 인증제도) ① 국가는 국민의 학습성과 등이 공정하게 평가되어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학력평가와 능력인증에 관한 제도를 수립ㆍ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평가 및 인증제도는 학교의 교육과정 등 교육제도와 상호 연계되어야 한다.

이 조항은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평가와 인증 그리고 이 결과에 대한 활용을 해야 함을 밝히고 있는 중요한 법률이다. 평가 결과가 교육과 사회에서 생활하는 국민의 인적 개발을 위하여 제대로 활용되어야 하고, 이 평가는 교육과정과 교육제도와 잘 연계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교육과정을 졸속으로 만들고 그에 맞는 수능을 또 고치고 하는 그간의 방식을 바꾸어 조금은 긴 안목으로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의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나가야 한다.

서술형 평가도 정확한 기준과 그 기준에 대한 훈련된 교사가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데 그런 훈련의 과정이 없으니 차원 높은 평가의 채점에 대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기계적인 채점이 가능한 낮은 수준의 평가만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각 교과에서 성취해야 할 성취기준에 도달하였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문항 개발과 시행, 이를 성취기준에 의하여 채점하여 학생의 역량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려면 단기간에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니라 초·중·고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수 학습의 질을 관리하고 창의적 인재 육성에 필요한 새로운 평가 체제를 확립하여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그 수준을 올리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필자는 ‘국가교육평가청’을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있으나 다른 많은 업무로 오롯이 학교교육의 질 관리에 기여하지 못하므로, 신설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기관을 통해 우리나라 초·중·고 각급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실질적인 변화 발전에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초·중·고의 과정을 통해 고등학교 졸업 시점에서 국가가 목표로 한 인재상과 역량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확인하고 인증하는 종합적인 평가를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공적인 교육의 역할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고등학교의 이수 과목을 진로에 맞게 최소화하고, 수준 높은 교수 학습 과정을 통해 심화되고 창의적인 고등 정신 기능과 인성을 갖추도록 하는 평가와 인증을 출발로 하여 각급 학교에서의 성취 평가를 포함하는 업무를 추진할 ‘국가교육평가청’이 신설되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교육의 과정과 결과의 질 관리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장건 기자  gun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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