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수법•유형 진화해

문용린 이사장, 학교폭력 사태 본질은 '화해•용서'...담임교사 역할도 커

학교•교사 측...학교폭력 현장 정확한 실태 파악 어려워...무작정 책임 전가는 안 돼

교육부, 전문 상담교사 증원 및 미배치 학교엔 순회교사 우선 지원키로

최근 논란이 된 광주 고등학생의 학교폭력 가해자로 경찰에 입건된 동급생들이 29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경찰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논란이 된 광주 고등학생의 학교폭력 가해자로 경찰에 입건된 동급생들이 29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경찰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급격히 변화한 교육 환경을 따라 학교폭력은, 학교 밖 폭력, 사이버폭력 등 시공을 넘나들며 그 유형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교육계의 최근 조사결과가 나온 탓이다.

교육부가 앞서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1%가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푸른나무재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사장 문용린)이 최근 발표한 ‘학교 폭력·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16.3%로, 지난해(5.3%)보다 3배 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학교 내 폭력보다 SNS 등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이뤄지는 이같은 사이버폭력의 증가는 피해학생들로 하여금 더 큰 심리적 불안을 야기한다는 데서 이러한 조사 결과는 그 사안의 중요성이 무거움을 시사한다.

광주 학교폭력 가해자 3인이 경찰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광주 학교폭력 가해자 3인이 경찰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외현적 피해 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더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

특히, 이러한 학교 폭력의 주요 무대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학교 현장을 벗어나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조사 결과는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청소년들이 더 은밀하게 사이버폭력 위험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학교폭력 근절과 관련해, 문용린 이사장은 학교 폭력의 정의부터 잘못됐다고 교육계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제27대 회장으로 선출된 문용린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전 교육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제27대 회장으로 선출된 문용린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전 교육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전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문 이사장은 교내외 학교 폭력 사태에 대해 “사건의 당사자들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인데,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력 등이 개입되다 보니 학교 폭력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 폭력 발생 시 이를 당한 피해자의 감정은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가득 차 수십 년이 지나도 그 기억이 치유되지 않는다"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피해자의 상처 치유’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감정의 문제로 학교 폭력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이사장은 또 “학교 폭력을 일반 범죄와 동일한 시선으로 봐선 안 된다"며 "피해 학생들에겐 ‘(학교 폭력 당시)내가 얼마나 아팠는지’보다, ‘내가 그때 얼마나 수치스러웠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감정적 접근이 우선임을 재차 부연했다.

그러면서 문 이사장은 학교 폭력 해결 과정에서 "교사의 적극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 폭력 피해자 중에서도 회복이 잘된 경우는 대부분 담임교사가 중재를 하며 화해의 장을 마련한 사례”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이사장은 “담임교사는 학교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잘 아는 존재이기 때문에, 다소 부담일 수 있겠지만, 담임교사가 두 아이의 관계에 집중하고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해법도 내놨다.

교육계에 따르면, 그간 학교폭력이 벌어진 현장에서 교사의 역할은 해당 사건 발생 시 이를 중재하기보단, 단순히 사건을 접수하고, 윗선에 보고하는 등 중간 교량 역할에만 그쳐왔다는 한계를 지적받아 왔다. 이는 객관적,행정적 판단에 그친 이같은 교사의 소극적 학교 폭력 대처가 학교 폭력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사진=교육부
사진=교육부
사진 =교육부
사진 =교육부

일선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단순히 학교와 교사들에게 책임을 지워선 안 된다며 교사 책임론에 각을 세웠다. 현행법상 학교폭력 발생 시 교사의 역할과 권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탓에, 즉각적인 피해학생 보호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소재 고등학교 교사 A씨는 "나아가 근본적인 학교폭력근절을 위해 학교와 교사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교사는 현행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그는 "현재 학교 현장 속 학교폭력 메뉴얼은, 가시적 폭력 위주의 문항과 피해 사실 기입 시 학교폭력 신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익명 조사임에도 신상이 노출되어 학교나 교사 측도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다"면서 "교육당국에서 매년 보완된 피해자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자가 만족하기엔 아직도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총은 실태조사를 넘어 학교의 어려움을 파악해 현장 중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정부와 교육당국의 학교폭력 예방, 근절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잇따른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침묵할 게 아니라 민감성을 갖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교총은 지난달 30일 학교폭력 전문가들로 구성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며 “현장 중심의 학교폭력 대책을 마련해 정부와 국회에 적극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 "예방이 최선"...교내 학교폭력 예방 전담인력 확충해야

현재 각 학교에는 지난해부터 지역교육청으로 이관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와 소통하는 학교폭력업무 담당교사가 배치돼 있으나 이들 역시 예방교육보단 사안 처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교육계는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한 처리가 늦을수록 피해•가해 학생 모두에게 지장이 생긴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교내 학교폭력 예방교육 전담인력을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소재 중학교에 근무 중인 전문상담교사 B 씨는 “학교 폭력은 무엇보다 예방교육이 중요하단 걸 실감했다”면서 “최근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지역교육청으로 이관된 이후 업무 부담이 줄긴 했지만 교육과 사안 처리 모두 놓치지 않도록 담당인력이 더 추가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학교폭력 사안을 담당하는 현장의 전문상담교사는 일선 학교에서 정서 위기 또는 학교 부적응을 호소하는 학생을 찾아 시·도교육청 산하의 위(Wee)센터로 인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학교폭력을 근절 연극. 사진 연합뉴스
학교폭력을 근절 연극. 사진 연합뉴스

◆ 교육부, 전문 상담교사 증원 및 미배치 학교엔 순회교사 우선 지원키로

교육부 정종철 차관은 9일, 최근 강원도와 광주광역시에서 잇따라 발생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 사망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 자리에서 "학교폭력 발생 시 피해 학생을 두텁게 보호하고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지원하도록 관련 법을 정비하겠다" 며 특히 "학생들이 손쉽게 신고·상담하도록 '학교폭력 조기감지 온라인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차관은 "전문 상담교사를 꾸준히 증원하고 미배치 학교엔 순회교사를 우선 지원하는 등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학교전담경찰관도 추가로 지정해 대응체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교육부는 이번 전수조사 결과와 최근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등을 토대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2년 시행계획을 수립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