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한 경남 고3학생 시험지 유출 사태...언론보도 전까지 누구도 몰랐다
미스테리한 경남 고3학생 시험지 유출 사태...언론보도 전까지 누구도 몰랐다
  • 황윤서 기자
  • 승인 2021.09.09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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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청, 경찰 수사의뢰•13일부터 전수조사에 착수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 배당 예정...학생 진술·유출 동기 등 밝혀질 듯


닮은꼴,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 유죄 실형 선고 후 가담자 아버지 현 씨 복역 중
경남 한 학교에서 발생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경남 한 학교에서 발생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지난 1일 치러진 9월 2022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시험지 유출 사태와 관련해 경남경찰청은 교육 당국의 수사 의뢰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이하 경남교육청)해당 학교의 시험지 부실 관리 자체 감사에 착수했지만 별 소득이 없자 결국 경찰 수사 의뢰 및 도내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험지 관리실태 전수 조사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해당 사태가 경찰 수사로 넘어가면서 특히 그동안 풀리지 않던 의혹으로 남은 A학생의 시험지 유출 동기가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9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시험지가 유출된 학교 말고도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정된 장소가 아니라 학교 사정에 따라 다른 장소에 보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게 공공연한...(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수능 모의평가와 관련해 이중 잠금장치가 된 평가관리실이 아닌 진학상담실 등에 보관하는 데 대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 도교육청 감사실이 작성한 전반적인 감사 자료와 함께 수사 의뢰를 받았다”며 “반부패ㆍ경제범죄수사계에 사건을 배당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유사 사례 더 없나"...9일 관리 실태 전수 조사에 일선 학교들 바짝 긴장= 경남 모 고등학교 3학년 A학생은 지난달 31일 오후 10시쯤 학교로 들어가 진학상담실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상담실 출입문은 잠금장치가 돼 있었지만, 창문은 제대로 잠겨 있지 않았던 것으로 경남교육청은 파악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모의평가는 성적 등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평소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정된 장소가 아니라 학교 사정에 따라 진학상담실 등에 보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내부 증언도 속출하고 있다.

사태 여론이 악화되자, 경남교육청은 오는 13일부터 도내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험지 관리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전수조사 대상 학교는 중학교 267개, 고등학교 190개다.

전수조사 항목은 시험지를 보관해야 하는 평가관리실의 이중 잠금장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평가관리실에 CCTV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이다.

오는 10월 마무리될 이번 전수조사는 중학교의 경우 소속 지역교육지원청이, 고등학교는 경남교육청이 직접 점검을 진행한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시험지 관리 실태 등에 대한 점검은 매년 자율점검, 방문점검 등 형식을 통해 실시하고 있지만,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방문 점검은 실시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각 학교를 직접 찾아가서 시험지 관리 실태 등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교무실 내 평가관리실에 이중 잠금상태로 보관돼 있어야 할 시험지가 학생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담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가 결국 학생에 의해 사전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학교 측의 시험지 관리 소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교무실 내 평가관리실에 이중 잠금상태로 보관돼 있어야 할 시험지가 학생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담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가 결국 학생에 의해 사전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학교 측의 시험지 관리 소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학생들 드나드는 상담실에 시험지를"...미스테리 시험지 유출 사건 전말은= 경남교육청이 이번 사건과 유사 사례가 더 있었는지 살펴 책임자들을 엄중히 문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시험지 유출 전말은 이러했다.

지난 6일 도내 한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A씨는 시험지 사전 유출 의혹에 대한 앞선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이달 수능 모의평가에 앞서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 과목 시험지를 불법 촬영을 한 사실을 담임교사에게 자백했다고 한다.

사건 당시 A 학생은 교실에 놓고 온 물건을 찾기 위해, 모의평가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밤 10시쯤 학교를 다시 찾았다.

그 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A학생은 평소 대여용 우산이 비치돼 있는 진학상담실로 향했다. 당시 상담실 출입문은 잠겨있었지만 창문은 열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A학생은 창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고, 상담실에 놓여있는 모의평가 시험지를 발견했다. 세계지리 과목 시험지 상자를 뜯은 A학생은 이를 스마트패드로 사진을 찍었다. 

이후 시험지를 다시 봉인한 후, 학교를 빠져나온 A학생은 수시 학교장 추천에 필요하다며 모의평가 당일 아침 앞서 시험지를 찍은 사진 파일 문제 풀이 과외를 신청받는 대학생에게 접근•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해당 시험지를 올렸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 민원인은 관련 사실을 서울시교육청 국민신문고에 제보했다.

모의평가 시험지는 본래 교무실 안 평가관리실에 보관해야 하고 이중으로 잠금장치도 해야 하지만 해당 학교는 이 사항을 위반했다.

더욱이 충격적인 사실은, 학교 측이 CCTV나 잠금장치도 없는 진학상담실에 모든 과목의 시험지를 봉투째 보관했고,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봉투 봉인이 훼손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박스를 뜯고 그 안에 봉인된 봉투를 개봉했다면 아무리 원상태로 복구한다 하더라도 흔적이 남음에도 학교 관계자가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해당 학교의 시험지 관리·감독 부실이 이처럼 심각했지만, 경남교육청은 수시 모집원서 접수 기간에 A학생이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핑계를 대며 직접 조사를 14일 이후로 미루는 등 사태 수습에 늑장을 부렸다.

이에 경남교육청은 시험지를 촬영한 휴대전화조차 확보하지 않아 A학생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A학생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벌인 일이란 취지로 얘기했다”며 “A학생 진술이 사실인지는 더 확인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남교육청은 감사반을 가동해 유출된 시험지가 '세계지리' 외에 더 있었는지, 해당 학생과 시험지를 공유한 학생이 더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학교는, A학생이 오픈채팅방에 "수시에서 학교장 추천에 9월 모의평가 성적이 반영된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을 내놨지만 사안의 중대함이 공론화되는 등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숙명여고 재학 중이던 쌍둥이 자매는 2017년도부터 2018년,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두 딸보다 먼저 기소된 아버지 현 씨는 3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숙명여고 재학 중이던 쌍둥이 자매는 2017년도부터 2018년,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두 딸보다 먼저 기소된 아버지 현 씨는 3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닮은 꼴"...시험지 유출로 실형 유죄 선고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태=  학교 시험지 관리가 허술해 시험의 공정성 훼손으로 이어지는 이같은 문제는 지난 2017년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서울 쌍둥이 자매 여고생 사건 이후 줄곧 강조돼 왔다. 

당시 숙명여고 재학 중이던 쌍둥이 자매는 2017년도부터 2018년,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로 실형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전 교무부장 현씨. 사진=연합뉴스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로 실형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전 교무부장 현씨. 사진=연합뉴스

1심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쌍둥이 자매와 검찰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특히,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는 항소심 첫 공판에서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나'고 묻는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쌍둥이 자매 아버지 현 씨는 두 자녀에게 시험지 및 답안지를 시험 전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황윤서 기자  tgreenk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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